'몰타. 영어연수. 6개월. 한국학생. 아파트먼트. 부동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30 몰타,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다. 3

이 글을 쓰는 곳은 파처빌(Paceville)이라는, 몰타의 홍대쯤 되는 곳(클럽밀집도만 보자면)으로 이곳에 있는 버거킹에서 글을 쓰고 있다. 주말 밤을 광란으로 보낸 애들은 지금은 싹 치워져 버거킹 스피커만 좀 시끄러울 뿐 거리는 차분하다. 서울서 가져온 멀티 아답터가 문제를 일으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다보니 인터넷은 커녕 며칠 간 노트북도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글이며 사진이며 정리하는게 마냥 늦어지고 있다. 다행히 인근 가게에서 아답터를 새로 구입해 버거킹 매니저에게 전기 좀 쓰자는 양해를 구하고 두 사람이 각자 노트북을 펼쳐놓고 블로그 댓글도 읽고 본격적으로 글과 사진도 정리하려고 한다. 와퍼 셋트를 먹으며. 역시 한국의 맛이야..

 

몰타 도착부터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먼저 지금 당장 어디서 자고 뭘 먹고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지금 묵고 있는 곳은 하루 5유로짜리 유스호스텔이다. 정말 싸다. 그만큼 시설은 낙후된 곳인데 없는 게 많다. 가령 남자 도미토리의 경우 화장실 문고리가 없고 주방은 있으되 연장이 하나도 없고 심지어 좌변기의 중간 뚜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여자숙소는 주방에 그릇과 접시가 있다. 도착 첫날부터 묵기 시작해 오늘 일요일로 6일째 묵고 있다. 빨리 이 숙소를 벗어나고 싶다.

 

도착 이튿날에는 자외선 차단제 듬뿍 바르고 이곳 저곳 걸어 다니며 영어학원을 알아봤다. 3개월 기준으로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딱히 이거다 싶은 학원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가운데 나눠 쓰는 아파트, 플랫에 대한 정보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심신이 지쳐가는 가운데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뭔가 정리를 하는 것도 제대로 되질 않으니 잠시 패닉에 빠지기도 하고 몰타 어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이탈리아 피렌체로 넘어갈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러다 한국서 출발하기 전 연락이 닿았던 어떤 한국인을 만나 이곳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게 되면서 다시 과감하게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몰타에서 영어를 공부하는데 그 기간은 6개월로 늘리고 두 사람 모두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것. 그리고 10월 경에 이탈리아로 넘어가자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좀 놀랍다. 출발하기 전 머리로만 굴리던 부실한 계획'은 이곳에 와서야 환경에 적응, 내지는 타협하며 느리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여튼 지금은 방향을 잡을 수 없게만들던 안개들이 조금씩 걷혀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목요일 오후부터 앞으로 머물 집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공부중인 한국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그들의 집을 한 번 둘러볼 수 있었고 그 집의 규모와 가격을 기준으로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인인 ‘Simon’을 소개받았고 그를 만나 그가 제시하는 어떤 집을 둘러봤다. 약 12평 규모의 원룸인데 월 400유로(60만원)로 머물기에는 다소 작은 느낌이다. 며칠 후 다른 집을 소개받기로 하고 이번엔 우리가 직접 부동산을 찾았다.

 

‘Joe’라는, 범선의 갑판장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40대 남자는 420유로짜리 집을 보여줬는데 앞서 집보다 20유로 비싸다. 근데 규모가 장난 아니다. 평수는 대략 40평에 침실 2, 화장실 2, 별도의 넓은 주방과 10명이 드러누울 수 있는 넓은 거실. 물론 임대로 나온 모든 아파트먼트는 세탁기, 냉장고등의 생활집기를 다 갖추고 있다.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크고 훌륭한 집이었다. 방 하나에는 침대가 2개이니 유학생 두 명을 끌어들인다면 집세 420유로와 수도, 전기세 약 80유로를 더해 월 500유로(75만원)1/4로 나눠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부담은 월 40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이때문일까? 낯선 이곳에서의 모험에 숭큼숭큼 용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금 버거킹에서 이렇게 전기도 끌어다 쓰며 글도 정리하고 있지 않은가!!^^

 

내일 월요일은 몰타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래서, 불행하지만 우리는 계약이 성사되도 화요일이나 되야 새로운 집에 들어갈 듯 하다연휴에는 모든 집주인이 연락을 끊고 바로 옆 Gojo섬으로 놀러간다고 . 그러니 부동산도 닫는다.

Joe
는 화요일 오후에 2~4개의 집을 더 보여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가급적 학원과 가까운 곳에 집을 얻고자 하나 만약 앞서 봤던 넓은 집에 비해 형편없다면 우리는 420유로 집을 얻을 생각이다. 다만 이 집이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 그게 조금 불편할 듯 싶은데.. 여튼 몇 집을 더 본 뒤 확정하려고 한다.

 

아주 조금씩, 그리고 느리긴 하지만 상황이 안정되가고 있고 향후 진행해야할 일들도 곧 착수에 들어가지 싶다. 지금 곧 사진도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