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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3 플랫메이트 확정 3
집을 함께 사용할 플랫 메이트가 모두 확정됐다. 다음주 토요일인 19일에 경남 하동과 5월 초 부산에서 오는 밝은 목소리의 두 여성이 그들이다. 우리는 집을 구한 뒤 네이버의 '몰타스토리'라는 카페를 통해 플랫메이트를 구하는 공고를 냈었고 결국 이들은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하게 된 것이다. 한국문화에 관심 많은 영국인과 그의 절친한 이태리 친구가 우리와 함께 살 플랫 메이트라면 좋겠다는 야무진 상상을 품었었으나 그런 경우는 몰타에 산악동아리가 생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앞서 사진에서 봤겠지만 한 방에 두 개의 싱글 침대가 있는 구조라 가급적 동반 2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가장 무난했겠으나 공고를 낸 후 이 조건에 맞는 지원자는 없었다. (전혀 없진 않았지만 이미 1명이 결정된 후의 지원이었던지라 불가능했다) 결국 개인별로 몰타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가 이 집에 머무는 기간과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들을 정해 그들을 플랫 메이트로 받아들이게 된 것.

마음고생도 조금은 있었다. 현재 몰타에 머물고 있는, 그리고 곧 방을 나오거나 옮겨야 하는 다소 다급한 사람들이 우리 집을 보러오곤 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입주를 원해왔다. 당장 시급한 문제도 있었고 넓고 쾌적한 집이 맘에 든 탓도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들, 특히 기간이 조금씩 맞지 않아 이들을 되돌려 보낼 때는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거 괜히 넓은 집에 산다는 유세 떨면서 사람들 약만 올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때는 이거저거 따지지 말고 선착순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들과 헤어지며 '추후 연락드릴께요'라는 인사를 건넨 뒤 며칠 후의 나쁜 소식을 누가 전할 것인지를 놓고 강양과 김군은 잠시나마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아무튼,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두 명의 친구들이지만 그간의 이메일 교환과 전화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이들의 이미지는 밝고 활기찼다. 하동에서 오는 친구는 출국 일주일을 앞두고 지금쯤 들뜬 마음을 한껏 즐기며 열심히 짐을 싸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틈에 몇 가지 부탁을 건넸는데 김군의 집에 있는 인터넷 무선공유기를 하동집으로 보낼테니 가져와 달라는 것과 그밖에 이곳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자잘한 것은 부탁한 것이다. 김군은 심지어 작은 병에 든 새우젖을 부탁하기도 했고 뒤늦게 농촌에서 쓰는 밀짚모자도 부탁했다. 일단 공유기와 새우젖까지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뒤늦게 주문한 밀짚모자 메일을 아직 확인 않한 그녀가 과연 그 우스꽝스런 모자를 쓰고 몰타 공항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부산서 오는 30대 여성은 이색적인 면이 있다. 한국 요리라면 왠만한 것은 자신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우리와의 연락에서 "친구가 어쩌면 휴가를 맞아 플랫에 올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함께 지낼 수 있나요?"라고 물어온 것이다. 우리는 '뭐 며칠 묶는 거라면 문제 되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더 밝히기를 친구는 남자이고 독일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에 며칠 씩 친구가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에게는 저렴한 원룸이나 독방을 쓸 수 있는 플랫이 가장 적합하고 그녀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쉽게 찾아지지 않을 듯 싶다. 원룸의 경우도 한달에 400유로 즉, 60만원이 넘는 월세와 추가될 각종 공과금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본인도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곧 성수기라 방이 귀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한 달 더해 10월까지 몰타에 머물 그녀는 당분간 이 집에서 생활하며 남자친구의 숙소를 마련하거나 혹은 다른 방도를 천천히 모색해보겠다고 했고 우리도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쓰던 모든 요리 집기를 거의 몽땅 들고 오겠다는 그녀의 의지와 가끔 함께할 독일인과의 대화는 이 집안 모든이들에게 흥미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각자의 프라이빗이 침범당하는 별스러운 사건도 발생하겠지만..

넓은 집에서 매일 한 얼굴만 보다가 좀 다른 얼굴을 보게 되는 것도 설레이는 일인가 싶다.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