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작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1.08 창업일기-3 11
한국 Korea 160409~2009. 11. 8. 12:16
한참 밀린 창업일기.
사진이라도 곁들이면 좋겠는데 CF카드를 읽어주는 USB아답터가
어디로 사라져버려 컴으로 읽어들이질 못하고 있다.
더 수색작업을 진행하던지 아니면 새로 사던지..


목수작업.
새로 짓건 다시 짓건 모든 건축에서 기틀을 잡아주는 일.
붙박이 의자와 BAR테이블, 내벽세우기 등은 이미 지난주 이맘때 작업이 끝났고
작업장에서 테이블만 만들어오면 끝이다.
몇 군데 자잘하게 손 볼 구석이 남아있긴 하지만
김군이 달려들면 못할 것도 없지 싶긴한데..
목수들이 사용하는 일본제 TAJIMA 톱도 구입했으니.
슥슥 잘 썰린다.


상하수도 설비.
가장 걱정이 컸던 분야인데 왜냐면 눈에 보이질 않으니까.
수도를 끌어오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한쪽 구석에 마련돼 있는 하수도 자리는
베지밀 병을 거꾸로 박아넣어 놔 막아놓은 상태였다.
저 병을 잘 꺼집어 내면 그만이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쉽질 않았다.

결국 깨버려서 잔해를 긁어 올려내야 했고
오수가 속시원하게 쓸려 내려가도록 한 100mm 파이프였으면 좋았겠지만
베지밀 병이 박힐 정도의 사이즈니 그게 좀 아쉽다. 
세척을 비롯해 모든 물 사용시에 주의를 해야한다.

이정도로 마무리되는가 싶었건만 오마이갓..
아랫쪽을 향해 바닥에 박혀있는 하수도 파이프가 움직이는게 아닌가!!
심지어 조금 힘을 주어 잡아 빼면 그냥 저항없이 쑥 빠져버릴 형국이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설비의 제1 원칙이라면 '새지 않아야 한다'와
그렇기 위해선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아니겠나!
암튼 저 깊숙한 속 연결부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고
최악의 사태는 물이 지하층으로 그대로 쏟아져 내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하층은 녹음작업실로 사용중이었는데 최근 이사를 가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공연기획사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어떻게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서둘러 와달라 부탁했고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기획사 관계자가 늦은 저녁에 달려왔다.

파이프가 지날 자리로 추측되는 곳의 석고보드 천정을 뚫고 손전등을 비추니
아니나 다를까! PVC 엘보우 파이프가 깨져있고 이걸 누군가 이전에
검정 전기테이프로 촘촘하게 돌려놓은게 드러났다.
경악과 동시에 밀려오는 안도감..찾아냈기에 망정이지..
석고보드 위로 당연히 물이 새어 흥건히 젖었고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설비작업을 그냥 마치고 주방을 앉혔더라면 대형사고는 시간문제였던 것.

위에서 덜그럭거리며 놀던 파이프를 잡아 빼내고 테이프가 발라진 깨진 엘보우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깨끗하고 튼튼한 엘보우와 파이프를 다시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제서야 깊은 안도의 한 숨이 밀려온다. 어이쿠..


전기증설.
이게 또 아주 기가막힌 고비였다.
우리도 이번 작업을 통해 알았지만 일반적인 가정이나 소형 업소에 들어오는 전기용량은
기본 3Kw지만 에어컨 등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한전에서는 까다로운 절차없이 5Kw까지 확장해준단다.
만약 5Kw를 넘어서는 용량의 전기를 한 꺼번에 사용하면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사용에 큰 애로가 따르기 때문에 이 경우 일반 업소는 물론 가정에서도
전기를 증설해줘야 한단다.

10평이 채 안되는 작은 가게라면 기존 5Kw로도 충분히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이를 단박에 무시하는 괴물 하나가 넘기힘든 산처럼 떡 버티고 있었으니
다름아닌 전기오븐이다.

양식당이라면 오븐은 두루 갖추고 있고 우린 빵까지 구울 작정이다 보니
컨벡션에 스팀기능까지 두루 갖춘 오븐은 필수다.
욕심같아선 유럽의 모든 식당마다 하나씩은 갖추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
콤비오븐을 갖다놓고 싶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인 6단 트레이 오븐이 조금 큰 거 한 장(1천만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놈들이 모두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

유럽은 가스에 비해 전기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방기구들은 대개
전기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따라서 전기제품 위주로 생산해 수출한다.
무엇보다 오븐 내부의 미묘한 온도차를 컨트롤하는데도 가스열 보다는 전기열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많은 요리사들의 고집이 깔려 있으니 이건 쉽게 바뀔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인터넷과 서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업체를 뒤져
쓸만한 중고제품 하나를 찜해뒀는데 이것 역시 결국엔 전기오븐이다.
문제는 이놈이 12Kw를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것.
판매업자는 자연스럽게,
"전기증설 하셔야죠. 에어컨도 돌리실꺼잖아요?
총 20Kw까진 해놓으셔야 매장 운영하시는데 지장 없을겁니다"


허걱..
인터넷 뒤져보니 1Kw당 증설비용이 12만원 안팎이라는 소문에
전기업자에게 물어보니 그말이 사실이란다.
더 충격적인 답변은,
"3상 전기를 쓰셔야 하는데.. 보자.. 이 건물 주변에는 3상 변압기가 없군요.
저기 60m 떨어진 전봇대에 3상 변압기가 있으니 거기서 선을 하나 따와야해요"

(3상 전기는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단상 전기, 220v-플러그 2꼭지와 달리
380v로 플러그 꼭지가 3개다)


이거이거이거...
빵 좀 굽겠다는데 생각치도 못한 복병이 발목을 붙잡는다.
증설비용에 전기배선값도 꽤나 들겠지 싶다.
허나 숱한 발품끝에 찾아낸,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리에게 이만한 선택은 없다며 만족해했던
그 스페인산 중고 전기오븐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 이상의 악몽같은 난관은 없기를 바라며 마저 이야기를 듣던 중
다음 한 마디에 우리는 전기오븐에 대한 모든 희망의 끈을 미련없이 던져버려야 했다.

"매설해야겠는데요. 난공사가 될 것 같습니다"

매설.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앙증맞게 생긴 포크레인이 골목을 누비며
땅땅땅 바닥을 찍어내고 그 주변에 장정 예닐곱이 달라붙어
땅속에 배관도 뭍고 전화선도 뭍고 전기선도 뭍고 하는 걸
무심코 본 적이 있는데 관급공사로나 비춰지던 그 소동이
바로 우리때문에, 코딱지 만한 가게의 전기오븐 하나로 벌어져야 한다니
그건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풍경이었다.

건물벽을 타고 전기선이 넘어오는 것이 가장 손쉽기는 하지만
이는 그 사이에 위치한 모든 건물 주인들의 양해를 얻어야 하고 때론 건물벽에
대못질을 해서 선을 매달아야 하며 바람이라도 심하게 부는 날이면 선이 벽을 때리는,
그리하여 해당 입주자와 건물주인 모두에게 심란한 시간을 감내하시라고
설득해야 하는거다. 따라서 이것 역시 어려울 일.

우리는 별 주저없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고민 좀 더 해본 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허나 우리는 이미 가스오븐으로 마음이 옮겨와 있었다.
스페인 오븐, 안녕..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