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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7 나지아의 꽃다발

나지아는 21살의 애띤 러시안이다.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동시에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훗날 심리치료사가 되어 미국, 특히 뉴욕에 정착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기도 한 그녀는 언뜻 외모와 제스쳐, 심지어 억양까지도 맥 라이언과 비슷해 한동안 타군과 김군은 그녀를 맥 라이언이라고 추켜세우곤(또는 놀리곤)했다.

총 4주 간의 수업을 마치고 그녀는 오늘 금요일 밤 10시 20분 비행기로 자신의 고향 모스크바로 돌아간다. 그런 하루였기에 오늘 야외에서 진행된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나지아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2주 안쪽에서 마치고 돌아가는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4주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을 생활한 그녀로선 몰타 생활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의 하나였을 터.

또한 그녀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자신으로선 엄청난 목돈이 깨지는 여정이었던 만큼 하루하루는 그녀에게 금쪽과 같은 시간이었을 테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이곳저곳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는 Ida.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에서 5년간 생활한 그녀는 당연히 이탈리아어도 능숙하다. 가끔 김군이 수업중에 이탈리아에 관해 물으면 그녀는 언제나 꿈같았던 시간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몰타를 떠나기 전, 그녀로부터 이탈리아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최대한 이끌어낼 생각이다. 밥이라도 먹으면서. 

나지아는 자신의 마지막 수업을 그녀 스스로 훌륭하게 만들었다. 4주간 자신을 가르친 선생을 위해 꽃다발을 준비하고 다른 교실 친구들을 위해 작은 초콜렛 캔디와 진작부터 모스크바에서 챙겨온 엽서를 꺼내 한 장씩 나눠 준 것이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선물, 그녀의 행동에 선생 Ida는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고 다른 친구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군은 마침 준비해간 카메라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선생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며 러시아가 우리와도 꽤나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새삼 놀랐다. 어쩌면 그것은 특유의 명랑한 성격으로 주변과 잘 어울리는 그녀만의 독특한 성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떠나는 그녀에게 행운을 잔뜩 빌어줬다. 그리고 지난 번 골든베이와 우리집에서 함께 밥먹으며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꼭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지아와 꼭 붙어다닌 줄리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Don't forget"이라고 내게 힘주어 말했다. 그 제스쳐에 지난 번 FUEGO에서 김군게 당한 (?)뒤 줄리아는 아직도 김군을 약속이나 어기는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슬쩍 걱정이 들기도 했다.



>> 러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 통화를 마치고 씨익 웃는 순간 한 컷. 빠른 러시아 발음에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한국말 몇 마디를 들려달란다. 평범한 몇 마디를 들려주니 '멜로디'같다며 무척이나 신기해 했다.  나지아 역시 이날 등짝이 홀라당 타 며칠간 애먹었다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