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포핀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3.24 달달한 봄바람
한국 Korea 160409~2014. 3. 24. 19:57

1. 메리 포핀스





런던에서 돌아온 조 선배가 곧 오픈을 앞두고 있는 가게의 이름이 메리 포핀스.

사운드오브뮤직으로 스타탄생을 알린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 

바로 '메리 포핀스'기도 하다. 지극히 영국적 느낌의 이름.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좋은 이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칭찬. 

안경너머로 평범치않은 눈빛의 조 선배와도 

왠지 잘 어울리는 이름. 


돈이 부족해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들일 상황아니어서

그야말로 번쩍이는 인테리어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오른쪽 큰 통창은 원래 접이식 폴딩도어가 설치돼 있었으나

너무 남발되는 인테리어라는 조 선배의 인식, 그리고 영국풍의

차분한 외관으로 가자해서 저렇게 간단한 통창으로 재탄생했다.

그 테두리의 면은 얇은 무늬몰딩으로 장식에 파란색 페인트로 전면을 도색할 계획. 


원래는 상단의 간판도 매끈한 철제(갈바)간판을 달려 했으나

가격이 15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지라 포기했다.

제작비용도 그렇고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부착작업도 부담스럽고..

우리 달고나 가게의 경우 가게 앞 작은 화단에 노트만한 간판 하나가 전부이니..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간판이 손님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집이 있는 반면

간판 하나 없이 입소문이나 존재감만으로 발길을 끌어들이는 집도 있다.

메리 포핀스의 영업력도 결국엔 간판보다는 컨셉과 메뉴에 있으니 간판에 과한 투자는 

옳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말렸었다. 

사실 사진에서 보듯 바탕을 이루는 흰색 나무판재 부분을 전부 덮어버리고 싶으나

150만원의 철제간판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는지라 저 정도에서 타협.

아무리 매끈한 나무 합판이라도 2,400cm가 최대 길이여서

두 장을 겹치게되면 그 틈이 어떤식으로든 외기의 영향을 받아 균열이 발생할테니

저렇게 한 장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 






5일간 형님이 목공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나머지 자투리 작업이 남았는데

그건 온전히 내 몫.

경차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왠만한 공구들은 모두 들어갈 뿐 아니라

2,400cm 합판도 길게 여러조각으로 켜면 차에 실을 수 있다.

식당이든 뭐든 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왠만한 공구가방 정도는 갖춰야 한다. 

밀림에서의 생존능력이란 것이 그곳의 환경을 읽어내고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적, 공격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듯,

도시를 이루고 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내 주변환경을 해체하거나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그러면 도시의 타잔이 될 수 있다. 






상.하수도 기반시설이 열악해 저처럼 배관과 수도파이프를 별도로 설치했다. 

대개 바닥에 매설을 하지만 그럴 조건이 못돼 노출로 돌렸고 벽을 따라 각종 냉장고와

씽크대, 작업대가 붙을 예정이라 어차피 은폐가 되니 문제될게 없다. 

설사 물이 새더라도 바로 조치가 가능. 


이번 주 수요일에 대대적인 페인트작업이 시작되는데 이건 전문가를 한 분 섭외해 맡기기로 했다. 

재료는 메리 포핀스가 준비하고 전문가의 공임은 하루 18만원. 

한 사람으로 3일 정도가 소요될 작업. 






2. 겨울 철거






봄꽃이 화분에 피기 시작했고 이제 추위는 완전히 물러간거겠지? 

올해는 꽃샘추위도 못느끼고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난로를 철거했다. 

연통에 매단 철사 끊고 연통 분리하고 난로도 분리해 묵은 그을음을 긁어냈다. 






큰 나로 하나와 작은 나로 하나, 모두 2개의 난로를 들어냈는데

외기에 노출 된 작은 연통은 저처럼 부식이 심할 뿐만 아니라

안에도 꽉 막혀있다. 

작은 난로를 피우면 언제부턴가 냄새가 심해져 

사용을 중지했는데 알고보니 저렇게 연통이 막혀 가스냄새가 실내로 스몄던 것. 

연탄난로를 처음 땐 재작년에도 연통을 1번 교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은 연통의 경우 적어도 3번은 교체를 해줘야 문제가 없을 듯 싶다. 

헌데 요즘엔 일부에서 저렇게 함석연통이 아니라 플라스틱 배관을 연통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뜻 들으면 열기에 녹아내리거나 화재라도 발생하면 어쩌려나 싶지만

막상 연탄난로를 활활 땔 때 연통을 잡으면 난로와 가까운 1~3미터 지점만 뜨겁거나 뜨끈한 정도고

그 지점을 벗어날 수록 따뜻하거나 미지근해지는 식이어서 열기로부터 영향을 덜받는 부분,

즉, 실외로 빠져나가는 연통부분은 플라스틱 배관으로 연통을 대체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 싶다. 

화학적 부식저항력이 함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니 내년엔 그걸 시도할 생각. 


난로를 철거하자 테이블 하나를 더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났다. 

물론 이건 애초부터 예상했던  것 ^^. 





3. 수술






사고발생 5주가 지났지만 기대했던 대로 뼈가 신속히 자라지 못했다. 

부러진 뼈 사이의 유격이 좀 넓은 탓인지 붙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한데

의사는 5주차 엑스레이를 보고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뼈의 회복능력이 더디면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니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몸의 회복능력을 믿는 편이어서 강양에게 넌지시 수술을 말렸지만

혹시모를 부작용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확률이 아무래도 높은 외과적 수술을 선택하기로 한 것. 


어제 일요일 낮에 입원했고 오늘 월요일 점심무렵에 시작된 수술은 1시간 30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간단한 수술이라며 환자를 애써 안심시키던 의사의 수작(?)이 수작이 아니었던 셈이랄까..

사실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으로 내심 걱정했으나

그렇지도 않았던 것이 마치 위내시경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2시간만에 정상컨디션으로 돌아와 우리를 놀라게했다. 

수술이 잘 됐는지 어땠는지는 내일 담당의사의 회진을 통해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수술은 잘 끝났고 환자도 건강합니다'라며 

복도에서 쪼그라든 보호자들을 안심시키는 그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거나

적어도 대형종합병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닌게 분명하다. 

2시간 예정이던 수술이 30분 앞당겨 끝났으니 좋은 신호로 해석. 






수술을 마친 바로 그 날이 중요하니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간병에 돌입.

라면도 밥도 과자도 계란반찬도 모두 내 꺼.

6개의 주황색은 간밤에 병실 환자들의 공포스런 신음소리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귀마개.






여의도 성모병원 병실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마침 창가쪽에 빈 침상이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하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여서 맘만 먹으면 진주상회 사장님에게 멍게 좀 싸달라고 할 수 있으나

노들길을 질주하는 차량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 있는게 문제.

 도로 주변에 푸른 봄기운이 솟고 있고 개나리는 벌써 피기 시작했다. 

수술이라는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꼬인 일들도 술술 풀어질까?

달달한 봄바람처럼 우리들 삶도 달달해지기를..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