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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1 입이 호사로운 볼로냐 생활 3
  2. 2008.12.27 알리치의 활약, 맛있는 연말. 6


볼로냐 두오모 맞은 편의 어느 길. 저 뒤로 두에또리(Due Torri-두 개의 탑)이 보인다.

볼로냐 삼일째, 숙소를 옮겼다. 하루 79유로(15만원)의 살인적인 가격을(사실 이탈리아, 또는 유럽 어딜가나 호텔은 이 가격 안팎이다)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 해서 볼로냐 도착 첫날, 레스토랑 사람들을 만난 뒤 오후에 길을 나서 좀 더 저렴하게 머물 호텔을 2시간 가량 찾아 헤맸고 결국 문열고 나서면 볼로냐의 상징이라 할 두에또리를 바로 코앞에 둔 위치에 하루 60유로짜리 호텔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레스토랑과도 걸어서 불과 10분이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가정집을 소박한 호텔로 개조한 곳인데 호텔 한 켠에 주인이 거주하는 방이 있는 걸로 보아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듯 싶다. 민박집같은 정서가 느껴져 좋고 무엇보다 무선인터넷이 공짜고 방이 넓다. 다만 60유로의 방은 화장실이 딸려있지 않아 복도에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슬쩍 둘러보니 투숙객이 거의 없는 듯 싶어 그냥 우리것처럼 쓰면 되지 싶다.


수쉐프(부주방장) 에리코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주문표를 펼쳐보이고 있다.

취재 이틀째를 맞는 마르코 파가디 비스트로는 자정이면 문을 닫지만 손님이 밀려드는 금요일과 토요일의 경우 2시가 넘어서야 영업이 끝난다. 어제 금요일도 그랬다. 마르코의 프랑스인 부인과 주말에만 고용하는 웨이터가 가세했고 주방안은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쳐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주방은 이태리어와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가 뒤섞여 벅적대는 가운데 이태리 파스타, 프랑스 프와그라, 영국식 피쉬앤칩스와 일본식 초밥이 정확한 손맛과 타이밍으로 만들어져 홀로 분주하게 날라졌다. 몸으로 하는 모는 분야의 일이 그렇겠지만 요리사라는 직업도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지면 그때분턴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턴 1개 대대의 주문이 들어와도 물 흐르듯한 리듬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낼 수 있게 된다. 요리사로 가는 과정에서 대개 거치는 견습생의 시간이란 어쩌면 레시피나 기술은 둘째 문제고 바로 그런 리듬을 탈 수 있는 감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진하고 뜨끈한 육수에 담가 먹는 또르뗄리니.  

주방에서 이들과 섞여 있다보면 자연스레 이것저것 맛보게된다. 샴페인, 라비올리, 프와그라, 피시앤칩스, 디저트 등은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먹는 점심과 저녁은 그 자체로 값비싼 식사다. 점심은 쁘리미(파스타) 담당의 가에따노가 준비하고 저녁은 세꼰도(육류와 생선) 담당의 에리코가 준비하는데 어제는 사진에서 보는 것들이 등장. 간만의 촬영이 빡쎄서 힘들지만 맛의 지평을 넓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호강이 아닐 수 없다.  

샤프란 리조또

사과쨈, 푸와그라, 감자튀김, 그리고 소금 살짝

종이 고깔에 담아내는 피시앤칩스.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

아르헨티나산 새우를 얹은 라비올리. 거품은.. 이름 까먹었음..

5리터 분량의 와인을 냄비 바닥이 비칠 정도의 양으로 졸여낸 소스.

어제 요리사들의 점심식사 리가또니.

어제의 저녁식사 숭어구이

점심식사 모습. 가에따노가 가장 자신있어 하고 좋아하는 파스타는 살시치아(갈을 고기로 속을 채운 일종의 소시지)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이태리를 떠나게 되면 그 맛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아 최근에 살시치아 장인을 만나 그 레피시를 익혔다고 한다. 그 비법은 아무에게도 안가르쳐줄꺼라는데 다만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인사라도 남겨주는 사람에 한해서는 살짝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ㅋㅋ

Posted by dalgonaa

먹는 얘기 좀 하자. 좀 장난스러운 선언이지만 나중에 식당을 낼 경우 메뉴에 포함될 파스타 두 가지가 정해졌다. 빠르마 파스타와 알리치 파스타. 빠르마 파스타는 빠르마 유학생 노양의 솜씨로 맛본 뒤 매료돼 이후 자주 해먹는 파스타로 자리잡았다. 빠르마 파스타 맛의 핵심, 토마토 소스와 살라미의 조화를 깨지 않는 한 맛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텐데 메뉴로 내놓을 경우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러저런 변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알리치 파스타. 씨가 박힌 올리브도 넣고 볶았다. 저날 이후에는 중국상점에서 마른 고추를 사와 매운 맛을 입혔더니 젊은 입맛에 더 가까워진 듯 하다. 마늘도 잘 탔고 면도 오동통하니 잘 익었다. 맛?  먹어봐야 안다.

알리치 파스타는 바꿔 말하면 안초비, 또는 멸치 파스타 되겠다. 안초비의 이탈리아 이름이 알리치다. 뻬루자에 집을 얻고 얼마 전 무심코 해먹었는데 그 맛에 바로 중독돼 버렸다. 크리스마스 전날은 물론 요 며칠 연짱 해먹은 파스타가 알리치 파스타다. 알리올리오 베이스에 알리치만 넣고 버무리면 어느새 짭짤한 살이 녹아 파스타 면에 골고루 입혀져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다. 올리브를 함께 넣고 볶은 뒤 치즈가루를 듬쁙 얹어내면 맛 좋은 비린맛의 파스타가 완성된다. 루꼴라를 곁들이면 더 좋을 듯. 봉골레 파스타가 우아한 바다의 맛이라면 알리치 파스타는 거친 바다의 맛?

아무튼 요즘 알리치 파스타 해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탈리아에서 판매하는 알리치의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게 문제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작은 병에 든 알리치가 2유로가 훌쩍 넘는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앞으로 알리치 싸게 파는 기회를 접하게 되면 왕창 사다 놓을 작정이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생선코너에서 생물멸치를 사다가 염장해 직접 올리브유에 담가먹을 작정이다. 베로나에서 튀겨먹던 생물 알리치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가격도 저렴했고 담글 경우 그 양이 같은 가격에서 거의 5배는 훌쩍 넘지 싶다.


DE SPAR 라는 이름의 수퍼에서 자체 브랜드로 만든 알리치. 저 작은 병이 2.30유로다. 4천원인 셈인데 그나마 몇 가지 브랜드 중에 저놈이 제일 쌌다. 베로나에서도 비싸게 안먹었던 것 같은데.. 알리치 자체만 50g.

토마토소스와 간장을 이용해 조려낸 돼지고기를 썰어먹다 한 번은 그 국물을 이용해 리조또를 만들어봤다. 쌀을 한 번만 휘리릭 씻어낸 뒤 버터 두른 팬에 달달 볶다가 국물을 넣고 끓였다. 밥알이 퍼지면서 국물을 흡수해 점점 되직해져 갔는데 리조또는 물 조절이 중요한 관건의 하나일 듯.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빠다노 치즈를 듬쁙 갈아 넣었다. 파가 싱싱한게 있어 조금 채 썰어 넣어봤는데 아니다싶은 느낌과 달리 조화가 아주 좋다. 버터와 치즈의 풍성한, 또는 느끼한 맛 사이에서 파의 단 맛이 산뜻하게 전해진다.



한 접시로 즐기는 식사에선 작은 와인잔이 운치도 있고 실용적이서 좋다. 다만 저 얇은 유리접시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그래도 저 리조또는 맛이 좋다. 치즈가 부족하면 더 갈아 넣으세요~.

까르보나라는 생크림과 우유를 이용해 몇 번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중이다. 왜 이렇게 군내가 나는 것인지.. 이건 아무래도 불조절, 열조절이 관건일 듯 싶은데.. 아니면 직접 밀가루를 볶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생활 속에서 습득되고 있는 파스타 솜씨, 과연 한국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어떤 평가를 할지.. 어서 먹여보고 싶다. ^^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