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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9 연말이라 2
한국 Korea 160409~2010. 12. 19. 10:03
곧 잠자리를 털고 씻고 노량진 시장엘 가려 했는데
잠시 인터넷을 켜고 아는 이들 블로그를 기웃거리다
그들의 글쓰기 부지런함을 바라보며 잠시 반성하다 결국
이렇게 몇 자 적기로 했다.

지난 번 시내에 나가 다이어리 한 권을 구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적었는데
어느 몇 년의 해는 뭉텅 빼먹는 식이다.
 2011년은 좀 제대로 적어보자는 생각에 구입을 했다.
굳이 일기장이 아니어도 블로그에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가 본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려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면 어딘가 솔직해지지 못하고 감정의 흐름도 자꾸 돌아보게 되고
결국 시간도 많이 잡아먹혀 멍때리는 귀한 시간을 단축시키고 만다.
식당 일이란게 워낙 육체적 일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에
멍때리는 시간은 이완제처럼 필요하다.



어느새 연말이라..
가게 연지도 지난 달 11월 30일 기준으로 1년이 벌써 지났다.
가을 무렵에 공사를 시작해 11월이 꽉 차서 오픈을 했는데
12월 대목을 놓쳐선 안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1년맞이 생일잔치는 거창하게 해볼까 궁리만 하다가
다 관두고 그야말로 조촐하게 마무리했다.
화요일 저녁에만 반짝 나와 주방일을 도와주는 공감독이 사온 호두 타르트,
그리고 다음날 가게 인근 벨라 또띠야의 종민씨가 사온 치즈케잌.
두 번에 걸쳐 초를 켜고 우리끼리 박수치며 자축하는 걸로 끝냈다.



크리스마스 예약 문의전화가 그야말로 빗발치고 있지만
전날과 당일날은 예약은 받지 않기로 하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그냥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힐 계획.
그나저나 우리도 이 반짝 특수에 바가지 좀 씌어서 재미 좀 봐야 할텐데..
뭐 좋은 비책이 없을까?
그냥 바가지를 사다가 손님마다 머리에 씌우고 바가지 값만 받을까?


아, 그리고 가게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놨다.
얼마 전 동대문게 남대문을 돌며 적당하게 세워 둘 트리를 찾아봤는데
별것도 아닌 것이 어찌나 비싸던지.
해서 그냥 만들기로 맘 먹고 남대문 알파에서 이것저것 구입해
그날 밤에 뚝딱뚝딱 작업을 했고 
북실북실한 금빛 술이 모자라 다음날 가까운 동그라미 문방구에서 거의 쓸어오다시피 해서 완성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든거냐 얼마 들었냐 궁금해하는데..
대략 4만원 가량이 들었고 아마 비슷한 것을 돈주고 샀다면 10만원은 훌쩍 넘었을 테다.
궁금한 이들은 파스타 먹으러오면 볼 수 있음.

동그라미 문방구 아주머니는 가끔 딸 아이를 우리가게에 보내 파스타를 먹인다.
아마도 아이가 먹고싶다고 조르니까 보내는거겠지.
그때마다 우리는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

이제 노량진에 갈 시간.
내일 가게 쉬는 날이니 그거 감안해서 적당해 구입해야 한다.
품목은 바지락, 가리비, 홍합, 오징어, 이 네 가지.
 얼마전 씨알 굵은 바지락이 한 동안 나오길래 왜 이렇게 알이 좋냐고 물으니
북한에서 잠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엥? 쥐박이가 교역을 몽땅 틀어막은걸로 아는데?
암튼 겨울 바지락은 북한산이 최고라는 아주머니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놈들이 팬 위에서 자글자글 끓다가 껍질을 탁 하고 벌릴 때 보면
'와' 하고 탄성이 나오니 때문이다.
어찌나 탱글탱글한 살이 빈틈없이 꽉 차있는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