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2 식당 창업일기-1 8
  2. 2008.07.27 몰타에서 성공할 음식 몇 가지
한국 Korea 160409~2009. 10. 22. 00:31
(얼마나 성실하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정식 오픈일까지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요약해 정리해두려 한다)

잿빛의 시멘트살을 드러낸, 지금은 볼품없는 공간이지만 이제 며칠 후면
푸근한 불빛과 구수한 음식냄새가 가득 넘치는 식당으로 변모하게 될 곳.
채 10평이 안되는 이 작은 공간까지 오는데는 적어도 1년 반이 걸렸다.

작년 3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년간 살던 오피스텔도 정리하고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챙겨 지중해로 훌쩍 날아갔다.
요리를 배울 생각이었지만 젤 먼저 배운것은 영어였고 이를 위해 도착한 곳은 섬나라 몰타.
시칠리아와 가까워 기후와 삶의 감성은 이탈리아를 닮은 반면  
한때 영국 식민지여서 그 나라의 제도가 곳곳에 베어 있는 이곳에서
6개월간 지내며 결과적으로 수영만 배웠다.

40평짜리 집을 헐값(한국과 비교해)에 임대해줬던 주인과 작별을 고하고
드디어 이탈리아로 건너왔다. 그게 작년 9월 말.
제법 부촌이라는 베로나를 시작으로 밀라노, 베르가모, 토리노, 베네치아, 피렌체, 뻬루쟈 등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얘기하고 얻어먹고 요리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품었던 파스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이 시간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해소됐고 어줍잖은 환상은 김빠진 카스처럼 꺼져갔다.
그리고 올해 4월,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의 따사로운 봄볕을 한없이 아쉬워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진 다 아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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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에 앞서 서툰 실력을 좀 다듬어 볼 요량으로
한동안 요리학원을 다녔다. 사실은 가구 및 소규모 인테리어 기술을 배워
식당 내부를 직접 꾸며 인테리어비를 아껴보려는 욕심이 큰 동기였는데
나라에서 거의 공짜로 가르쳐주는 과정이 있는 곳은 경상남도까지 내려가야 해서 포기했다.
결국 몇 군데 요리학원을 골라 한곳을 선택했는데(역시 거의 공짜) 
교육내용에 실망만 하고 한 달만에 집어 치웠다.

이것도 대략 아는 이야기.

다만 같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과제빵과정을 선택해 수강중인 강양은
비교적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성실한 학원측의 교육으로
그 실력이 일취월장 발전해가고 있다.
(코딱지 만한 가게지만 직접 식사빵을 내는 식의 고집과 자부심은 우리의 최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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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떠나기전 살았던 동네가 일산.
한 4년 살다보니, 특히 주말마다 상권을 휘젖고 다니며 밥먹고 술마시다 보니
 나름 자리를 보는 안목이 생겼고 그 확신을 믿고 처음엔 일산쪽에 가게터를 알아봤었다.
서울보단 아무래도 저렴하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웬걸,
서울 뺨치는 가격이다.
15평 채 안되는 공간이 권리금 4천만원에 보증금 2천, 월세 150. 
 유사업종 포화로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한 이곳의 가게세가 이렇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그럼에도 보름이 멀다하고 새로운 가게가 간판만 바꿔달며 오픈하는 모습 또한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망해가는 고깃집을 보여준 어느 부동산 아줌마와의 재밌었던 대화 한 토막,

"무슨 식당 하시려고?"
"음.. 양식당이에요"
"아~ 돈까쓰. 이 골목에 그거 하면 참 잘될꺼에요. 여기에 돈까스집이 없어"
"아 네.."


ㅋㅋㅋ
보신탕집이라고 해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을꺼라는건 두 말하면 잔소리.

몇 군데 더 알아봤지만 기대를 건 일산은 결코 싸지 않았다.
서울에 비해 역시 유행이나 그 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비교적 살기좋은 환경을 갖췄고 4년간 재밌었던 추억의 흔적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이곳에 당장 비비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으며
버스로 빠져나오면서는 내내 기분이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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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직사광선이 무척이나 뜨겁던 여름 어느날 오후에 홍대 일대의 부동산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그리고 며칠을 더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지금의 이곳.


"요 옆에 가면 철물점 있어요. 거기가 지금 나와 있습니다"
"몇 평에 얼만가요?"
"10평이 안되는데 권리금 2천에 보증금 1천, 월세 1백이에요"
"그렇군요.. 근데 저희는 식당할껀데 철물점에서 권리금을 받나요?"
"지난 번에도 어떤 사람이 소주집을 하겠다면서 1천5백을 제시했는데 돌려 보냈죠"
"그렇군요.. 가게를 볼 수 있나요?"
"그냥 지나가면서 밖에서 슬쩍 보세요"


지나가면서 슬쩍 안을 들여다봤다.
잡다한 철물재가 두서없이 쌓여있고 그 너머로 한창 TV를 보고 있는 중년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물건이 가득 들어차서인지 가게는 한 눈에 보기에도 좁아보였다.
뒷모습만 보이는 사내에게선 어떤 괴팍함, 고집스러운 분위기가 은근히 느껴졌다. 
그나마 위안은 철물점 바로 옆 같은 평수에서 장사를 막 시작한 작은 북카페였는데
같은 평수와 공간이라고 하니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조립본 결과 사이즈가 나온다는 결론을 얻었다.

당장 자금을 확보한 것도 아니건만 
이미 철물점은 우리꺼라는 애착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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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과정이 궁금한 이들은 나중에 가게에 오셔서 들으시길..

다만 지금 현재까지의 몇 가지 상황을 정리하면,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일부 벽을 털고 바닥을 높이고 하는 등의 공사가 진행되야 하므로
이를 위한 도면이 그려지고 있는 중이고 목요일 중으로 마무리되면
금요일부터는 망치질소리가 울려퍼질 것 같다.

주방기구는 제품과 구매단가 확인작업이 약 80% 정도 마무리됐고
중앙시장에서 가격을 잘 뽑아 줄 업체만 만나면 될 듯.

어제 용두동의 한 제과제빵기계업체를 찾아 매장에 전시된 오븐을 뒤졌는데
스페인제 중고 오븐을 점찍어 뒀다.  300만원.
380V의 3상 전기를 사용하므로 전기증설은 기본이고 그 비용만도 얼추 100만원이 넘을 듯 싶다.
일반 가정에 기본 공급하는 전기용량이 5Kw라는데 저 오븐만 최대 12Kw.
결국 적어도 20Kw까지는 증설을 해야하는 상황.

디테일한 내부 인테리어를 제외하고 각종 집기를 들여놓을 수 있는 시기는
아마도 내주 중반 이후가 될 듯.
금요일 저녁에는 주방에서 불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상의 오픈일이 아닐까?^^)

볼로냐에서 만난 최경준君이 내년 봄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우리를 돕기로 했다.
그곳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쉐프 마르코 파디가의 두터운 신임아래 
2년간 요리를 배운 경준이는 올 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젠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주 지긋지긋해요"

 
비록 짧으나마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은 지긋지긋하지 말아야 할텐데..


(창업일기는 계속..)
Posted by dalgonaa

한국을 나와 있는 모든 한국인들은 늘 허기지다. 뜨끈한 국물에 밥 가득 말아넣고 묵은 김치 북북 찢어가며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입맛이 스프나 시리얼 따위에 치이다 보면 숟가락은 점점 무거워지고 살은 여위어간다. 그러니 한국인 몇 만 모이면 먹고 싶은 한국음식 이야기로 상다리가 부러져 나가곤 하는데 해외생활 해본 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경험일테다.

이곳 몰타에서 같은 한국인들과 가끔 술 마시는 와중에 성공할 메뉴가 무엇인지를 놓고 재미삼아 떠들곤 하는데 언급된 내용 가운데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메뉴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김밥. 흰 쌀밥 자체만으로도 건강으로 받아들이는 서구인들에게 형형색색의 채소로 무장된 김밥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거기에 건강과 맛까지 갖췄으니 인기 0순위가 아닐까? 여름으로 치달을수록 늘어만 가는 것은 관광객. 집에서 먹던 식습관을 이곳까지 와서 고집피울 이들은 많지 않을테다.

김밥은 특정 재료 하나를 부각시켜내기도 쉽고 그것이 또한 맛을 지배하기도 쉬워 입맛이 고급이 아닌 사람도 김밥의 매력에 금방 빠질 수 있다. 나름 생각해본 김밥의 필살기는 연어 김밥. 길게 썰은 훈제 연어를 통으로 올리고 채소를 무순 등으로 최소화해 깔끔함을 높인 것이 포인트. 

속재료를 좀 더 다양화하고 그 정보를 메뉴판에 재치있는 그림과 더불어 설명해 놓으면 입맛 까다롭고 괴팍한 서구인들, 특히 동양에서 온 낯선 식재료에 겁부터 집어먹는 이들에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음식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 몰타에서 처음으로 도전했던 김밥. 부족한 재료로 급하게 만들었던 탓에 맛도 형편없었다. 역시 단무지 빠지면 맛은 심각해진다. 특히 냉동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김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반드시 살짝 구어야한다.

두 번째 메뉴는 양념치킨. 몰타 제 1의 유흥가 파처빌은 매일 밤은 물론이지만 특히 주말 어느 순간에는 인구밀도가 지구 최고를 기록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술도 고프고 이성도 고프지만 배도 고프다. 이들이 가장 손쉽게 찾는 메뉴는 단연 피자로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먹고 앉아서 먹고 질질 흘리며 먹고 그런다. 이미 예닐곱 피자 집이 성업중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맛과 질이 모두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한 입 크기로 튀겨낸 닭강정을 달콤한 양념에 무쳐 땅콩가루 뿌린 뒤 종이컵에 긴 이쑤시개 하나 꽂아 판매하면 어떨까? 이건 아무리 비관적으로 생각해도 대박 예감이다. 살짝 매콤한듯 하면서 달콤하고 치킨의 바삭함과 땅콩의 고소함은 분명 치즈와 토마토 소스에 혹사당한 입맛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양념치킨은 분명 파처빌의 야식문화를 독점한 피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마력의 맛을 갖추고 있다.

높은 칼로리 앞에 주저할 입맛도 있겠지만 일단 파처빌에 왔다면 오늘 한 번 제대로 망가져 보겠다는 각오를 다진 사람일테니 이건 고민꺼리도 안된다.


 
>> 양념치킨의 가까운 사촌 깐풍기. 몰타에서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해먹은 인기 만점 요리다. 사실 깐풍기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메뉴지만 손이 좀 많이 간다는 한계가..

세 번째는 돈까스. 이게 거의 핵폭탄이다. 파처빌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학원가에는 언제나 굶주린 젊은 이들로 넘쳐난다. 거리에선 10대에서 20대의 혈기들이 웃통까지 까 제끼고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봐야 이들이 손에 쥐는 건 넙대대한 피자 한 조각이 전부. 우리가 보기에도 여간 안타까운게 아닌데 하물며 먼 곳으로 아들 딸 공부보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랴.

그래서 부모님의 마음으로 만든 음식, 돈까스^^. 한국에선 돈까스 하나로 빌딩을 세우지 않던가! 그 강력한 맛 한 방이면 파처빌의 길거리 외식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지 않을까?

다만 한국과 달리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골고루 섭취하는 이곳이다 보니 돈까스의 주재료인 등심은 한국보다 다소 비싸다.(사실 한국의 돼지고기 등심가격이 터무니 없이 싼게 이상한게지..) 손바닥보다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튀겨낸 돈까스를 큰 칼로 탕탕 내리쳐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일회용 종이접시에 올리고 각종 과일로 우려낸 수제 소스를 얹은 뒤 밥과 샐러드를 가니쉬로 곁들여주는 것으로 끝. 원하면 감자튀김을 곁들일 수도 있다.

굶주린 이들이 보는 앞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퍼포먼스, 특히 돈까스를 탕탕 내리치는 장면은 도네르 케밥을 썰어내는 모습을 지켜볼 때와 비슷한 식욕충동 효과가 있지 않을까? ㅋㅋ



>> 일본에서 맛봤던 돈까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판매하면 몰타에선 재미 못볼 듯. 소스는 훨씬 더 줄이고 상큼한 샐러드를 곁들인 모습을 상상해보시길.. 더불어 맛도..

혹시 해외에서 적은 자본으로 외식사업을 해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메뉴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곧바로 외국인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들이 열광하면 결국 현지인들도 따라오기 마련일테니. 그나저나 서울에서 종종 즐기던 분식집 열무냉면과 돈까스, 이 환상적 궁합을 다시 즐길 날은 언제일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