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방'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6.14 최근 일상, 그리고 짧은 제주도여행 2
한국 Korea 160409~2014. 6. 14. 00:14

나만의 식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현실적 이야기 하나.

식당로망의 정점은 역시 주방에서의 멋드러진 요리일텐데 

손님들로부터 인정받는 요리를 위해서라면 몇 가지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 중 하나는 한증막같은 무더위와의 싸움.  

사실 여름 주방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없다. 그저 견딜 뿐. 

에어컨을 놓을 수도 있지만 아래 사진처럼 강력한 유압팬이 

주방의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에어컨의 냉기도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최고 320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우리주방의 오븐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저 팬을 달기전까지 주방을 후끈 달구는건 물론 소금먹은 오이처럼 사람을 축 늘어지게도 했다.

겨울에야 자연스러운 난방의 기특함을 발휘하지만 여름엔 괴로움 그 자체.

팬 두개를 동시에 돌리면 부드러운 헬리콥터 소리가 주방을 뒤덮는데

마침 길가쪽 주방문을 열면 그 틈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

잠깐 땀을 식힐때엔 문가 앞에 서 있기도 한다. 

오늘 주방 중앙쪽에 벽결이 선풍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걸로 올 여름 주방의 냉방대책은 끝.


사실 많은 식당 창업자들이 공기역학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무시해선 안될 아주 중요한 문제다.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한 별도의 포스팅을 기획중. 허나 언제일지는..







영화 '경주'가 12일을 기해 전국 200개 극장에서 상영에 들어갔다.

박해일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조연으로 김태훈이 등장하는데 그 김태훈이 며칠 전 우리 가게에 밥을 먹으러왔다. 

 나는 김태훈과 인사차 악수를 나눴고 그 느낌은 실크 물침대?

그리고 그 일행들에게 부지런히 접시를 나른 저 뒷모습의 여자. 

우리가게 목요일과 일요일의 홀서빙이자 영화 '경주'의 조감독님.

조감독은 개봉 1주차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으니 그 안에 극장을 찾아야겠다.

헌데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으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개봉관들이

상영횟수를 대폭 줄여 조감독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영화를 앞서 보고 온 상수동까페 홍마담에게 오래전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고 상영관을 나서며 

도무지 멈추지 않았던 여운에 대해 얘기하자 홍마담은 이렇게 답했다. 

'경주는 영화중에 여운이 시작된다'고.








사진은 호주산 채끝등심이고 3cm 안팎의 두께로 잘라 곧 스테이크 메뉴로 낼 계획이다. 

가장자리의 기름부위를 걷어낼 필요는 없지만 그 기름과 고기 사이에 힘줄이 워낙 질겨

스테이크 전반의 식감을 해치는 단점이 있어 불가피하지만 기름도 몽땅 걷어낼 생각. 

일단은 그렇게 방향을 잡고 있지만 기름맛을 고집하는 이들도 종종 있어 이 갈등이 쉽게

마무리되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투표일에 개표방송보자며 가게를 찾은 친구들에게 내놓은 스테이크.

저 구성에서 결코 변치않을 것은 도마와 칼.

특히 칼이 아주 날카로워 고깃결을 아주 잘 표현해 준다. 







하얀 파라솔, 알록달록 파라솔. 그 사이에 푸르른 나무들.

무더운 여름날 달고나를 빛내주는 아이템들이다.

더불어 야외 자리를 탐내는 손님들도 부쩍 늘어가고 있으나

점점 습해지는 공기때문에 실내냐 실외냐를 두고 손님들도 갈등중.







하지만 저처럼 레미콘이 굉음을 내며 작업이 시작되면 파라솔이고 뭐고 다 끝짱.

문 꼭꼭 닫아야 하고 야외에서 한껏 분위기잡던 손님들도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다. 

겨울날, 눈내린 기와지붕의 멋스러움을 자랑하던 그 낡은 집은 하룻만에 철거로 사라졌고

콘크리트를 부어 굳은 자리에는 냉면과 국밥을 함께하는 식당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내내 먼지에 시달리고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제발.. 

맛있는 집이길.. 





작년 9월에 여름휴가차 다녀온 후 9개월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 

월정리 근처에 곧 작은 숙소공사를 시작할 김성제 감독과 오랫만에 만났다. 

김녕의 어울림센터 앞.







한라산 한 병에 우럭회 한 접시를 해치웠으나 여전히 남는 아쉬움.

추가로 자리돔회를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자리돔. 크기가 작아 세꼬시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뼈가 억세지 않고 살도 뼈도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것이 아주 경쾌하다.

배불러 죽겠는데 맛보다 식감때문에 자꾸 손이가더라는..

함덕의 한 횟집, 한 접시(20마리 가량) 3만원. 






요즘 제주도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국.

꽃인가 잎인가 싶지만 적어도 은은한 색감은 매력만점이다. 

저처럼 꽃이 박터지게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요즘뿐. 

가끔 군락을 이룬 도로변에는 차량을 세우고 수국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낡은 트럭을 몰고 밭으로 가던 중년의 부부가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던 모습도 예뻐보였던.







함덕의 바다에서 수영을 즐긴 이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혹은 남은 열정을 불태우러 월정으로 향하지만

그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이곳 김녕에는 꿈과 젊음을 맞바꾸며 바쁘게 살아왔던 두 처자가 

지친몸을 이끌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으며 차린 '다시방'이 있다.






한 켠은 까페로






또 다른 한 켠은 작업실로.

내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갖가지 연장과 장비들이 아름답다. 

특히 탁상용 드릴은 금속작업뿐 아니라 목공에도 필수적인 장비인 만큼

때가되면 냉큼 구입할 1순위 목록.


동파이프를 자르고 구부리고 붙이면 이런게 나온다. 






다시방의 현경씨 작품. 

나도 전기용접은 좀 하지만 가스토치로 동파이프를 달구고 동철사를 녹여 붙이는 

작업과정은 또 다른 호기심과 도전욕구를 건드리고 말았으니..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돈내고 사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금속공예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레꾼들을 비롯해 공방을 찾는 사람들중 원하는 이들은

간단한 금속공예를 배우고 그들 스스로 반지를 비롯한 소소한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다.

볼일 있는 사람들은 김녕 골목길을 걸어들어가서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다시방에 가보시라. 

금속 오브제에 대한 모든 상담의 길이 열려 있으니 부담없이 얘기 나누시고

그것도 아니라면 커피라도 한 잔 사마시고 나오시길.


차를 두 잔이나 마신 우리는 김녕 산책에 나섰다. 







 운명처럼 마주친 한 건물.

'김녕 영수 속셈학원'이라는 손글씨 간판을 내건 이 건물은 

과거에는 극장이었다고 하는데 어디 하나 무심할 수 없는 아우라를 보여준다. 

지금은 마을의 농기구를 어지럽게 보관하고 있는 창고로 쓰고 있으나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서 내려온 이들이 구매한 상태라고. 

보자마자 애착이 생겨 괜히 '운명'이라고 떠들어봤다. 







'시골동네'를 거닐다보면 말을 건네듯 다가오는 풍경들이 있는데 저 음식사진도 그렇다. 

고도의 계산과 마케팅이 횡횡하는 요즘의 외식환경에서 보자면

거의 석기시대의 동굴벽화같은 원시성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강렬한 느낌.

허나 먹고살아야 하는 이의 절박한 고민도 피해갈 순 없으니 한편으론 고단해보이기도 해 짠하다. 






오랜세월 햇살에 빛바랜 피자.

가끔 동네 피자가 땡길때가 있는데 

다음에 제주를 찾아 다시방을 다시 방문할 때에는

피자핫의 피자를 사들고 방문해야겠다.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세요~







요즘 라디오의 한 학습지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놀기 좋아하는 우리아이, 학교끝나면 아이 교육은 누가 책임지죠?'


사실 답은 간단하다. 저 운동장. 






아까 피자핫 가게의 외벽 타일.

그리고






어느 집의 외벽타일.







이곳 제주도에서 타일 패턴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동.






요즘 제주도 할망들은 채취한 우뭇가사리 말리기에 한창. 

잘 마른 우뭇가사리는 저처럼 푸대에 담겨 출하를 앞두고 있다. 







김녕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지 풍력발전기가 심심찮은 볼꺼리를 제공한다. 

그 아래 넋을 빼앗고야 마는 바닷빛깔. 

사실 작년에 깜짝 놀랐던 함덕에서의 수영을 기대하며

다시 함덕을 찾았지만 예전의 그 모습과 느낌이 전혀 아니어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구름다리 한 켠에 있는 작은 모래사장이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웬 마른 해초가 흉물스럽게 뒤덮혀있더라는..)


하지만 김녕에서 그 아쉬움을 99% 보상받았으니. 

저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냐고?

물론 아니다. 해변가에서 30미터 가량을 걸어들어가도 물이 가슴에 겨우 찬다. 

물이 조금 차긴 했지만 6월의 햇살은 그 한기를 가시고도 남았다. 

미처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그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할 뿐. 


몰타에서 만났고 그 인연으로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우리의 보호자를 자처했던 

엘리자베타를 이곳에 초대한다면 정말 '빤타스티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녕..







태어나긴 유모차로 태어났지만

제주도 시골에서 저걸 타는 아기는 단 한 아기도 본 적이 없다. 

우리 모두는 저것의 용도를 안다. 

좀 뜬금없지만 박근혜도 알까?







김녕 산책을 마치고 수영도 한 뒤 다시 돌아온 다시방.

작업중인 주인장들로부터 피자와 그들이 마시려고 냉장고에 꽂아둔 맥주도 후하게 대접받았다. 






길게 드러누운 햇살을 등지고 그늘에 앉아 비행기타러 가기 전 까지 피자 한 조각,

맥주 한 모금에 시간을 기분좋게 흘려 보냈다. 

제주도라서 좋은건지 

조용한 마당에서 마주한 햇살이라서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 여서겠지.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 내부로 향하는 길. 

제주도를 찾는 모두의 가슴 한 켠에 아쉬움으로 진하게 남겨진 풍경이 바로 이것 아닐까?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

중요한 뭐 하나 두고가는 느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