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27 나지아의 꽃다발
  2. 2008.04.23 마지막 만찬 5

나지아는 21살의 애띤 러시안이다.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동시에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훗날 심리치료사가 되어 미국, 특히 뉴욕에 정착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기도 한 그녀는 언뜻 외모와 제스쳐, 심지어 억양까지도 맥 라이언과 비슷해 한동안 타군과 김군은 그녀를 맥 라이언이라고 추켜세우곤(또는 놀리곤)했다.

총 4주 간의 수업을 마치고 그녀는 오늘 금요일 밤 10시 20분 비행기로 자신의 고향 모스크바로 돌아간다. 그런 하루였기에 오늘 야외에서 진행된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나지아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2주 안쪽에서 마치고 돌아가는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4주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을 생활한 그녀로선 몰타 생활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의 하나였을 터.

또한 그녀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자신으로선 엄청난 목돈이 깨지는 여정이었던 만큼 하루하루는 그녀에게 금쪽과 같은 시간이었을 테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이곳저곳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는 Ida.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에서 5년간 생활한 그녀는 당연히 이탈리아어도 능숙하다. 가끔 김군이 수업중에 이탈리아에 관해 물으면 그녀는 언제나 꿈같았던 시간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몰타를 떠나기 전, 그녀로부터 이탈리아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최대한 이끌어낼 생각이다. 밥이라도 먹으면서. 

나지아는 자신의 마지막 수업을 그녀 스스로 훌륭하게 만들었다. 4주간 자신을 가르친 선생을 위해 꽃다발을 준비하고 다른 교실 친구들을 위해 작은 초콜렛 캔디와 진작부터 모스크바에서 챙겨온 엽서를 꺼내 한 장씩 나눠 준 것이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선물, 그녀의 행동에 선생 Ida는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지었고 다른 친구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군은 마침 준비해간 카메라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선생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며 러시아가 우리와도 꽤나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에 새삼 놀랐다. 어쩌면 그것은 특유의 명랑한 성격으로 주변과 잘 어울리는 그녀만의 독특한 성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떠나는 그녀에게 행운을 잔뜩 빌어줬다. 그리고 지난 번 골든베이와 우리집에서 함께 밥먹으며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꼭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지아와 꼭 붙어다닌 줄리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Don't forget"이라고 내게 힘주어 말했다. 그 제스쳐에 지난 번 FUEGO에서 김군게 당한 (?)뒤 줄리아는 아직도 김군을 약속이나 어기는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슬쩍 걱정이 들기도 했다.



>> 러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 통화를 마치고 씨익 웃는 순간 한 컷. 빠른 러시아 발음에 놀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한국말 몇 마디를 들려달란다. 평범한 몇 마디를 들려주니 '멜로디'같다며 무척이나 신기해 했다.  나지아 역시 이날 등짝이 홀라당 타 며칠간 애먹었다고..

Posted by dalgonaa
플랏메이트 효진이와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지난 토요일 몰타에 도착한 효진은 내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백지장 처럼 하얀 얼굴과 가냘프다 못해 꺽어질 것 같은 몸매의 소유자인 효진을 처음 봤을 때, 사실 너무 얌전하고 착하게만 살아온 청춘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됐었다.

물 먹듯이 맥주마시고 항상 와인을 반주로 즐기는 우리랑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너무 바른생활 청춘이면 함께 살기 불편해서 어떻하지?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어제 저녁 확인하게 되었다.
효진은 가녀린 외모와 달리 내진설계 공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축학도이며, 고기를 좋아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소주를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특이체질로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월요일 저녁 알리올리오 파스타를 먹으며 가볍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전공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노출콘크리트와 안도다다오를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까지 이어졌다. 쟁여둔 와인을 따고 남은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플랏메이트로서의 궁합이 제법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학원을 다녀온 후 그녀가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내일 귀국을 해야한다고.
원래 당뇨를 앓으셨던 할머니가 그녀가 출국할 무렵에는 비교적 건강하셔서 이렇게 갑자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지라 이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눈시울은 빨개져 있었다.

김군은 그녀가 한 번 먹어보고 반했다는 알리올리오를 정성껏 만들어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평소 먹던 와인의 두 배 가격인 남아프리카산 레드와인,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 그리고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효진을 위해 몰타에서 유명한 초콜릿 푸딩도 함께 준비했다.

우리는 자정이 되도록 여행과 요리, 그리고 그녀의 하동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효진은 김군이 극찬해 마지 않는 MBC의 '요리보고 세계보고'의 열성 팬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를 하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그녀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오면 꼭 하동에 놀러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니, 이렇게 수다라도 떨지 않는다면 혼자서 침대에 앉아 눈물바람을 했을 것 같다.

내일은 학원이 끝나면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함께 공항을 갈 예정이다.
3개월 간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몰타에 온 효진은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5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간다. 너무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진행된 오늘 하루, 어제 배운 영어 한 마디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That's life....

그러게 말이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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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다치즈나 에멘탈치즈 보다 유명세는 덜 하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edam cheese), 큰 덩어리를 썰어서 무게를 달아 사기도 한다. / 마늘과 올리브, 소금 후추 만으로 맛을 내는 담백한 알리올리오, 면은 약간 넙적하고 식감이 좋은 trenette를 사용. 평소랑 달리 서양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서 매콤한 향이 나게 해봤다. / 처음 마셔 본 남아프리카 와인. 포도는 pinotage와 cinsault로 역시 처음 마셔본 브랜드 kumala . 과일향이 나면서도 가볍지 않은 맛이랄까. / 거실에서 밤이 늦도록.../ 몰타의 유명한 디져트이자 간식 stuffer dessert latte. 처음 맛은 풀죽에 코코아 가루 섞은 느낌이었는데 효진은 맛있다며 3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 명함을 건네주자 글자의 비례가 좋다면 칭찬해주는 효진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