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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4. 5. 22. 22:58


/ 나무 / 


봄꽃을 심는대신 작은 묘목 10개를 사다가 고무 빠께쓰에 심었다. 

어느덧 새 이파리가 나고 왕성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손님이 빠져나간 식당에 앉아 봄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옆에서 뭔가를 하고 있던 오류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꽃화분을 심었을 땐 콘크리트 담을 가리지 못했는데

나무는 그것들을 가려주니 좋네"





/ 낡은 것 /


가게 뒷편에 있는 멍멍이 집(우리는 그렇게 불렀다)이 지난 달 철거됐다.

옛집 주인은 7억5천만원에 집을 팔고 어디론가 떠났고

그 낡은 집을 사들인 이는 매혹적인 기와지붕을 모두 주저앉히고 트럭에 퍼담아 버린 뒤 

그곳에 2층짜리 상가건물을 올리고 있다. 

평소 쓸모있는 것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 보자면 

낡은 집이 불편이야 했겠지만 그곳에 새겨진 사연들과 

은근히 풍겨지는 퇴락미를 생각하면 아깝기 그지없다. 

손 좀 봐서 사용하면 좋을 낡은 것들이 세상에는 여전히 많지만 

눈에 띄지 않고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살짝 고백하나 하자면,

지난 겨울 주방확장을 하면서 그 공간 바깥창에 설치돼 있던 낡은 방범창을 

떼어내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한 구석에 보관하고 있다. 

요즘이야 창문에 알미늄 샷시로 감옥창살처럼 해놓고 살지만 

예전엔 갖가지 패턴으로 철을 구부려 모양을 만들어 남다른 개성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것 역시 사람이 일일히 손으로 용접한 작품인데 모양이 썩 아름답진 않지만

일일이 사람손이 갔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 





/ 연중무휴 /


가게가 월.화 정기휴무였다가 지난 월요일인 어린이날부터 휴일없이 영업을 하기로 했다.

이제 명절연휴 며칠과 특별한 날 며칠을 빼고 일년 내내 문을 연다. 

직원들은 모두 주5일 근무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일주일의 마지막 근무날은 오후 6시에 퇴근하도록 해서 주말기분을 내도록 했다. 

현재 달고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포함해 모두 16명.

연중무휴 영업을 계획하면서 인원을 좀 더 늘렸다. 

물론 하루 일하는 친구도 포함해서다.





/ 세월호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입이 있으돼 말을 못하겠다. 

죽음을 맞닥뜨린 이들의 심정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앞으로 전개될 지옥같은 날들을 견뎌내야 산 자들의 고통을 가늠해보면

내 삶의 기능들도 순간 일시정지하고 마는 듯 하다.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고통일 수 밖에 없는 칼날 같은 삶의 본질에

직면해버린 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지..



너무 앞서갔거나, 혹은 공허했거나. 

'박근혜 퇴진'과 '총선거 실시'라는 자극적 정치구호를 

블로그에 가장 큰 폰트로 걸어놓은 심정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리라 믿는다.

당장의 울림이나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런 공감대가

널리널리 오래오래 퍼져가길 바라고 어떤 임계점에 이르면

빅뱅처럼 폭발해버리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