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6.14 최근 일상, 그리고 짧은 제주도여행 2
  2. 2013.09.30 제주도 여행의 완성은 바다수영 3
한국 Korea 160409~2014. 6. 14. 00:14

나만의 식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현실적 이야기 하나.

식당로망의 정점은 역시 주방에서의 멋드러진 요리일텐데 

손님들로부터 인정받는 요리를 위해서라면 몇 가지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 중 하나는 한증막같은 무더위와의 싸움.  

사실 여름 주방의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없다. 그저 견딜 뿐. 

에어컨을 놓을 수도 있지만 아래 사진처럼 강력한 유압팬이 

주방의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에어컨의 냉기도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최고 320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우리주방의 오븐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저 팬을 달기전까지 주방을 후끈 달구는건 물론 소금먹은 오이처럼 사람을 축 늘어지게도 했다.

겨울에야 자연스러운 난방의 기특함을 발휘하지만 여름엔 괴로움 그 자체.

팬 두개를 동시에 돌리면 부드러운 헬리콥터 소리가 주방을 뒤덮는데

마침 길가쪽 주방문을 열면 그 틈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

잠깐 땀을 식힐때엔 문가 앞에 서 있기도 한다. 

오늘 주방 중앙쪽에 벽결이 선풍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걸로 올 여름 주방의 냉방대책은 끝.


사실 많은 식당 창업자들이 공기역학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무시해선 안될 아주 중요한 문제다.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한 별도의 포스팅을 기획중. 허나 언제일지는..







영화 '경주'가 12일을 기해 전국 200개 극장에서 상영에 들어갔다.

박해일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조연으로 김태훈이 등장하는데 그 김태훈이 며칠 전 우리 가게에 밥을 먹으러왔다. 

 나는 김태훈과 인사차 악수를 나눴고 그 느낌은 실크 물침대?

그리고 그 일행들에게 부지런히 접시를 나른 저 뒷모습의 여자. 

우리가게 목요일과 일요일의 홀서빙이자 영화 '경주'의 조감독님.

조감독은 개봉 1주차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으니 그 안에 극장을 찾아야겠다.

헌데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으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개봉관들이

상영횟수를 대폭 줄여 조감독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영화를 앞서 보고 온 상수동까페 홍마담에게 오래전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고 상영관을 나서며 

도무지 멈추지 않았던 여운에 대해 얘기하자 홍마담은 이렇게 답했다. 

'경주는 영화중에 여운이 시작된다'고.








사진은 호주산 채끝등심이고 3cm 안팎의 두께로 잘라 곧 스테이크 메뉴로 낼 계획이다. 

가장자리의 기름부위를 걷어낼 필요는 없지만 그 기름과 고기 사이에 힘줄이 워낙 질겨

스테이크 전반의 식감을 해치는 단점이 있어 불가피하지만 기름도 몽땅 걷어낼 생각. 

일단은 그렇게 방향을 잡고 있지만 기름맛을 고집하는 이들도 종종 있어 이 갈등이 쉽게

마무리되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투표일에 개표방송보자며 가게를 찾은 친구들에게 내놓은 스테이크.

저 구성에서 결코 변치않을 것은 도마와 칼.

특히 칼이 아주 날카로워 고깃결을 아주 잘 표현해 준다. 







하얀 파라솔, 알록달록 파라솔. 그 사이에 푸르른 나무들.

무더운 여름날 달고나를 빛내주는 아이템들이다.

더불어 야외 자리를 탐내는 손님들도 부쩍 늘어가고 있으나

점점 습해지는 공기때문에 실내냐 실외냐를 두고 손님들도 갈등중.







하지만 저처럼 레미콘이 굉음을 내며 작업이 시작되면 파라솔이고 뭐고 다 끝짱.

문 꼭꼭 닫아야 하고 야외에서 한껏 분위기잡던 손님들도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다. 

겨울날, 눈내린 기와지붕의 멋스러움을 자랑하던 그 낡은 집은 하룻만에 철거로 사라졌고

콘크리트를 부어 굳은 자리에는 냉면과 국밥을 함께하는 식당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내내 먼지에 시달리고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제발.. 

맛있는 집이길.. 





작년 9월에 여름휴가차 다녀온 후 9개월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 

월정리 근처에 곧 작은 숙소공사를 시작할 김성제 감독과 오랫만에 만났다. 

김녕의 어울림센터 앞.







한라산 한 병에 우럭회 한 접시를 해치웠으나 여전히 남는 아쉬움.

추가로 자리돔회를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자리돔. 크기가 작아 세꼬시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뼈가 억세지 않고 살도 뼈도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것이 아주 경쾌하다.

배불러 죽겠는데 맛보다 식감때문에 자꾸 손이가더라는..

함덕의 한 횟집, 한 접시(20마리 가량) 3만원. 






요즘 제주도 도로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국.

꽃인가 잎인가 싶지만 적어도 은은한 색감은 매력만점이다. 

저처럼 꽃이 박터지게 피어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요즘뿐. 

가끔 군락을 이룬 도로변에는 차량을 세우고 수국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낡은 트럭을 몰고 밭으로 가던 중년의 부부가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던 모습도 예뻐보였던.







함덕의 바다에서 수영을 즐긴 이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혹은 남은 열정을 불태우러 월정으로 향하지만

그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이곳 김녕에는 꿈과 젊음을 맞바꾸며 바쁘게 살아왔던 두 처자가 

지친몸을 이끌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으며 차린 '다시방'이 있다.






한 켠은 까페로






또 다른 한 켠은 작업실로.

내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갖가지 연장과 장비들이 아름답다. 

특히 탁상용 드릴은 금속작업뿐 아니라 목공에도 필수적인 장비인 만큼

때가되면 냉큼 구입할 1순위 목록.


동파이프를 자르고 구부리고 붙이면 이런게 나온다. 






다시방의 현경씨 작품. 

나도 전기용접은 좀 하지만 가스토치로 동파이프를 달구고 동철사를 녹여 붙이는 

작업과정은 또 다른 호기심과 도전욕구를 건드리고 말았으니..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돈내고 사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금속공예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레꾼들을 비롯해 공방을 찾는 사람들중 원하는 이들은

간단한 금속공예를 배우고 그들 스스로 반지를 비롯한 소소한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다.

볼일 있는 사람들은 김녕 골목길을 걸어들어가서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다시방에 가보시라. 

금속 오브제에 대한 모든 상담의 길이 열려 있으니 부담없이 얘기 나누시고

그것도 아니라면 커피라도 한 잔 사마시고 나오시길.


차를 두 잔이나 마신 우리는 김녕 산책에 나섰다. 







 운명처럼 마주친 한 건물.

'김녕 영수 속셈학원'이라는 손글씨 간판을 내건 이 건물은 

과거에는 극장이었다고 하는데 어디 하나 무심할 수 없는 아우라를 보여준다. 

지금은 마을의 농기구를 어지럽게 보관하고 있는 창고로 쓰고 있으나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서 내려온 이들이 구매한 상태라고. 

보자마자 애착이 생겨 괜히 '운명'이라고 떠들어봤다. 







'시골동네'를 거닐다보면 말을 건네듯 다가오는 풍경들이 있는데 저 음식사진도 그렇다. 

고도의 계산과 마케팅이 횡횡하는 요즘의 외식환경에서 보자면

거의 석기시대의 동굴벽화같은 원시성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강렬한 느낌.

허나 먹고살아야 하는 이의 절박한 고민도 피해갈 순 없으니 한편으론 고단해보이기도 해 짠하다. 






오랜세월 햇살에 빛바랜 피자.

가끔 동네 피자가 땡길때가 있는데 

다음에 제주를 찾아 다시방을 다시 방문할 때에는

피자핫의 피자를 사들고 방문해야겠다.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세요~







요즘 라디오의 한 학습지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놀기 좋아하는 우리아이, 학교끝나면 아이 교육은 누가 책임지죠?'


사실 답은 간단하다. 저 운동장. 






아까 피자핫 가게의 외벽 타일.

그리고






어느 집의 외벽타일.







이곳 제주도에서 타일 패턴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동.






요즘 제주도 할망들은 채취한 우뭇가사리 말리기에 한창. 

잘 마른 우뭇가사리는 저처럼 푸대에 담겨 출하를 앞두고 있다. 







김녕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지 풍력발전기가 심심찮은 볼꺼리를 제공한다. 

그 아래 넋을 빼앗고야 마는 바닷빛깔. 

사실 작년에 깜짝 놀랐던 함덕에서의 수영을 기대하며

다시 함덕을 찾았지만 예전의 그 모습과 느낌이 전혀 아니어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구름다리 한 켠에 있는 작은 모래사장이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웬 마른 해초가 흉물스럽게 뒤덮혀있더라는..)


하지만 김녕에서 그 아쉬움을 99% 보상받았으니. 

저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냐고?

물론 아니다. 해변가에서 30미터 가량을 걸어들어가도 물이 가슴에 겨우 찬다. 

물이 조금 차긴 했지만 6월의 햇살은 그 한기를 가시고도 남았다. 

미처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그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할 뿐. 


몰타에서 만났고 그 인연으로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우리의 보호자를 자처했던 

엘리자베타를 이곳에 초대한다면 정말 '빤타스티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녕..







태어나긴 유모차로 태어났지만

제주도 시골에서 저걸 타는 아기는 단 한 아기도 본 적이 없다. 

우리 모두는 저것의 용도를 안다. 

좀 뜬금없지만 박근혜도 알까?







김녕 산책을 마치고 수영도 한 뒤 다시 돌아온 다시방.

작업중인 주인장들로부터 피자와 그들이 마시려고 냉장고에 꽂아둔 맥주도 후하게 대접받았다. 






길게 드러누운 햇살을 등지고 그늘에 앉아 비행기타러 가기 전 까지 피자 한 조각,

맥주 한 모금에 시간을 기분좋게 흘려 보냈다. 

제주도라서 좋은건지 

조용한 마당에서 마주한 햇살이라서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 여서겠지.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 내부로 향하는 길. 

제주도를 찾는 모두의 가슴 한 켠에 아쉬움으로 진하게 남겨진 풍경이 바로 이것 아닐까?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

중요한 뭐 하나 두고가는 느낌..




Posted by dalgonaa
카테고리 없음2013. 9. 30. 16:31

9월 초 어느 일요일, 

제주도 비행기 티켓 가격이 성수기에 비해 몇 십프로 떨어졌고 그걸 핑계삼아 티케팅을 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월요일, 제주도로 떠나는 아침 첫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날아갔다.

우하하하


짜여진 계획은 없다. 

충동적이었던만큼 우연적 사건에 기대보기로 한 여행.

이번 여행의 특별한 점은 가게서 함께 일하는 쏭지도 동행했다는 점.

쏭지는 제주도가 처음이면서 동시에 비행기 여행도 처음이다. 

그녀에게 비행기의 거대한 날개와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올망졸망한 풍경을 기꺼이 양보했다.





떠오른 태양이 아직 지평선을 많이 벗어나지 않아 

낮은 돌담을 비춘 아침 햇살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제주도의 풍경.

저 아래,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계획된 것 없는 여행이지만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만큼은 정해뒀다.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은희네 해장국.

6천원이라는 착한 가격, 

붉은 기름 둥둥 식욕을 방망이질 하는 비주얼과 

그 속에 잠자코 잠겨있는 콩나물, 선지, 당면, 그리고 고기 몇 점.

원산지를 따지는 까탈스러움을 이 순간 만큼은 내려놓기로 했다. 


한라산 한 병 주문해 어제의 피로를 아침, 이곳 제주도에서 풀어낸다. 낄낄..

붉지만 맑은 깍두기, 그 옆에 푸른 청양고추. 

문득 동남아스러운 컬러의 조화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식당에선 풋고추대신 청양고추를 낸다. 어딜가나. 그래서 한 입 베어물곤 내려놓고 만다.

아흐 매워라..






제주시를 출발, 무작정 동쪽으로 고고.

언제나 그렇듯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가 해안도로가 나오면 그 길로 냉큼 들어가고 

마을이 이쁘다 싶으면 주저없이 내려서 산책을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이 곳은 조천의 어느 집.

마치 물로 씻어낸 듯 깨끗한 길과 검은 담벼락.

무심해보이는 담장 넘어 집안은 신세계를 감추고 있다.

그게 궁금해서 기웃기웃..






함덕 도착.

바람은 가을인데 태양은 아직도 여름이다.

아차..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게 이번 여행의 최대 실수.

설마 수영을 하게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왜냐면 가을이니까.

물이 차서 감히 들어갈 엄두를 못낼꺼라 예상했는데 왠걸. 

이 순간 제주도의 저 맑은 일렁임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손짓했으니..

오랫동안 몸에 밴 관습들은 생활의 편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지 않던가.

옷을 바닷물에 적시는건 철없는 아이들이나 할 행동일지라도 이 순간은 꼭 그래야겠다.

그것이 인생을 망가뜨리기라도 하냔 말이지.

게다가 여긴 제주도 아닌가.

도시의 그물같은 질서를 떠나 탁트인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날아온 바로 그 곳.







그래서 들어간다 천천히.. 

쏭지 들어가고, 이를 지켜보던 강양 들어가고

마침내 나도 들어간다. 







여름 휴가를 제주도로 떠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성수기를 피해서 봄, 또는 가을 어느 쯤에 오곤 했다. 

그리고 그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서야 그 바다에 몸을 맡겼으니.. 

이 순간, 제주도가 진정 우리 가슴속으로 넘치도록 들어왔다.


수영을 마치고 인근 화장실로 향하는데 마침 다른 곳에서 우리처럼 평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긴 젊은 커플이 비에 젖은 생쥐같은 몰골로 옷을 말리고 있다.

왠지모르게 밀려오는 동지애.

푸르름의 유혹에 기꺼이 멀쩡한 옷을 적신 그들의 낭만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잊지못할 추억이 되리라.







함덕을 출발, 다시 가던길로 나서자 곧 이어 나타난 김녕.

고통의 감동? 선글라스의 검은 막도 소용이 없는 새하얀 모래사장의 눈부심이 그랬다.

그 실체를 맨 눈으로 확인하려 오히려 선글라스를 벗는 아이러니를 선사하는 곳.

함덕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닷가는 성수기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우리같은 때늦은

여행객 일부가 제 놀이터인양 바다를 품는 행운은 누리고 있다. 


어휴.. 저 바닷빛깔 어떻게..







바다수영도 했고 보석같은 풍경도 눈이 시리도록 즐겼다.

성산을 코앞에 두고 그 여운을 한라산 맑은 한 잔으로 풀어본다. 

으하하하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

푸른 하늘에 수놓아진 흰 구름이 아름답다.

최근에 슈스케를 보니 바로 이곳에서 탑텐 선발을 했다지.

이곳에서 새삼 느낀거지만 제주도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행 내내 정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만났다. 

땅도 엄청 매입하고 있다는데 좀 남겨두길..







섭지코지를 벗어나 남원으로 향하던 중 잠시 목 좀 축이자 해서 들른 까페.

이 까페, 솔직히 좀 우습게 봤는데 이 한라봉 슬러시를 맛본 뒤 

나의 교만을 반성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장님.







저녁은 흑돼지구이 먹기로 결정하고 어디서 먹어야하나 검색하다가 서귀포에 어느 식당 낙점.

성산과 표선 중간쯤에 숙소를 잡고 아직 함덕의 소금끼가 그대로인 몸을 깨끗이 씻어낸 뒤  

서귀포로 열심히 차를 달렸다. 헌데 이게 은근히 멀다.

해는 떨어져 어두운데 숙소로부터 너무 멀리 가고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눈에 띈 어느 흑돼지집 간판.

무엇보다 열어놓은 차창을 통해 고기굽는 냄새가 우리의 초조한 발길을 결국 붙잡고 말았으니..

간판이 인도하는 길로 들어서자 안쪽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수령이 수십년 됐을 아름드리 나무 아래서 동네 주민들이 옹기종기 고기를 굽고 있다.

주로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기에 소주 한 잔.

보아하니 여행객은 우리뿐인 듯.


모듬 흑돼지를 주문하니 한 켠에서 초벌로 익혀주고 이걸 우리가 다시 익혀먹는 시스템.

삼겹살, 목살, 항정, 갈비살 네 종류를 섞어주는데

양념이 안된 생갈비살맛에 넋을 빼앗겼다. 

돼지고기는 제주도 흑돼지, 그 가운데 갈비살이 진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야외인탓에 조명이 사진에서처럼 어둡고 채도가 약하다. 

 좀 더 밝은 조명아래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즐겼다면 

최고의 흑돼지집으로 꼽아도 손색없을 식당.







산내들 게스트하우스.

어제 남원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려 표선 부근 일주도로를 달리던 중

길가에 간판을 보고 전화를 거니 마침 빈방이 많은지 우리에게 저 방을 5만원에 내줬다.

식당 별관도 안내해주고 라면도 가득하니 출출하면 언제든 끓여먹으라는 친절까지.

각자 침대 하나씩을 꿰차고 편안한 휴식시간.

텔레비전도 있고 화질도 좋고 

에어컨에 최신형 제습기까지 갖춘 호화로운 방.

잘 묵고갑니다 사장님.







예정없이 떠난 여행이니 행선지도 내키는대로.

지금 오르고 있는 곳은 제주도에서 가장 높다는 다랑쉬오름.

일전에 제주도에 왔을 때 용눈이 오름을 우연찮게 오른 뒤 오름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그 용눈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랑쉬가 있다.


입구에 다랑쉬 오름에 관한 정보를 읽다보니 가까운 곳에 다랑쉬굴도 있다는데

이곳은 제주 4.3 사건의 가슴아픈 비극이 뭍혀있다고.

참 이쁜 이름이건만..








에~~(일본식)

정상에 올라보니 패러글라이딩을 준비중이다. 아싸, 구경꺼리 생겼다.

아예 자리잡고 앉아 구경.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흥미로운 추억꺼리 하나가 쌓이는구나~







하늘은 높고 그 아래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름 능선을 타고 바람이 불어오자 순식간에 낙하산이 날개를 활짝 펼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날개가 펼쳐지면 주저없이 저 아래 가파른 능선으로 내달리면 된다. 

Go Go!







두둥실 떠오른 낙하산.

전문가가 조종하고 그 아래 탑승자는 여유롭게 비행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한동안 비명이 멈추질 않았으니..

보는 이를 미소짓게 만드는 비명.







다랑쉬 오름의 최정상부근에 도달해 뒤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그림같은 풍경.

저 멀리 성산, 그 보다 가까이에 오름들, 그 위에 알록달록 낙하산.







다랑쉬 오름을 떠나며 사진 한 장. 

정상까지 대략 20~30분 정도 걸리는 듯.

천천히 오르면 조금씩 고도가 변하면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풍경도 달라진다. 

저 아래는 옥수수 밭인가? 

이런 사진을 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풍경을 본다.


아참, 내려오는 길에 검게 그을린 청년 하나가 제몸보다 큰 낙하산을 메고

힘겹게 오르길래 잠깐 인사를 나누고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물은 것에 대해 청년이 답하길,

'제주도에 살고 패러글라이딩이 취미고 당연히 낙하산은 자기꺼고

가을은 구름이 높아 마음만 먹으면 그 구름 높이까지도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고

매년 패러글라이딩 대회도 열리며 자신도 그 대회에 참여한다'고.


대개의 우리는 휴일이면 집에 콕 박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거나

막히는 국도에 꼼짝없이 갇혀있곤 하건만

하늘로 올라가 구름을 만지는 인생이라니.

정상 한 켠에 점처럼 낙하산이 비행중인데 아마 그 청년이려나..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니 옥돔이 빠질 수 없다.

서귀포의 한 식당.

올 때 마다 찾는 식당이지 싶다. 







바로 이거지.

외돌개의 천연 풀장.

오래전 화산이 만들어낸 이 신비한 풍경은 단지 눈으로 보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온 몬 던져넣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누군가 '제주도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한다면 고개 길게 끄~덕.

역시 수영복 없이 반바지 차림으로 다이빙.


물 깊이는 3미터는 족히 넘을 듯.







꽉 찬 1박2일 여행의 마지막은 고기국수.

매번 찾는 노형동의 유명한 이 국수집.

손님은 넘치는 반면 일손은 늘리지 않아서일까?

국수를 바로 삶아서 내야 하건만 피로연 국수마냥 미리 삶아놓은 국수 위에

고기와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는 식이다. 

지난번에도 면이 불어 영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으니 이러기로 방침을 굳힌걸까?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른 것들에도 심술이 나는 이 심뽀는 뭘까?




비록 기대했던 마지막 식사에 실망하긴 했지만

제주도는 그런 사소한 실망에 연연케하는 섬이 아니다. 

육지에 있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