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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8 천도복숭아 바베큐 5
한국 Korea 160409~2009. 7. 18. 16:08
지긋지긋한 악천후지만 그래도 열매들은 잘도 맺히는 모양이다.
집으로 오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회룡역을 빠져나오면 항상 그 앞에 과일가게 앞을 지나게 되는데
갖은 과일들의 화려한 자태에 언제나 시선을 빼앗긴다.
과일은 먹어야 맛이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맛과는 또 다른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오래전, 유럽에서 감자나 고구마같은 구근류는 지옥을 상징하고 
하늘을 향해 열매를 맺는 과일들은 천상을 상징해서 종교적인 찬사를 한몸에 받으며 귀족과
권력자들의 식탁에 자주 올랐다고 하고 과일을 항상 가까이 두고 싶어하던 일부의 사람들은
화가에게 부탁해 과일그림을 그려 벽에 걸어놓곤 했다고 한다.

요즘이야 사시사철 과일이 나고 그마저 없으면 제철에 찍어둔 과일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에 하루종일 걸어놓을 수 있으니 별로 아쉬울게 없다.
못먹어서 문제지..

얼마전 물 뚝뚝 떨어지는 빨간 자두를 아주 달게 먹었었는데 
요즘 또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과일이 바로 천도복숭아다. 



바알갛게 익은 모습이 먹음직스럽고 보기도 좋다.
 한 입 베어물면 자두나 복숭아처럼 지저분하게 물이 질질 흐르지 않아 먹기 깔끔하고
씨도 깔끔하게 떨어져 더 좋다.
문제는 지금까지 살면서 천도복숭아가 참 달고 맛있는 과일이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
제일 중요한 지점에서 점수가 확 깎여나가는 과일이 바로 천도복숭아가 아닌가 싶다.
복숭아 특유의 맛과 향에 열광하기 보다는 단단하고 싱그러운 과육을 씹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어찌보면 과일계의 '심심풀이'가 아닌가 싶다.

마침 천도복숭아가 있어서 TV보며 맹숭하게 심심풀이로 먹다가
불에 구워먹어보기로 했다.
구워먹는 과일이 훨씬 더 단맛을 내주는데 수분이 날아가서 당도가 높아진 탓일꺼라 추측..
과일 구워먹는게 이젠 대수가 아닌 세상이니 새삼스러운것도 아니다.
심심하던 차에 껍질이 질기고 과육이 물르지 않은 과일이 있다면 구워보자.



그냥 복숭아나 천도복숭아는 표면에 얕은 홈이 있어 그 홈을 따라 빙 돌리며 칼집을 내준다.
그래야 씨를 중심으로 정확하고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진다.



불 위에 직접 올려도 되고 석쇠에 올려 구워도 되고.
얼마전 학원에서 더덕구이 실습이 있어 동네에 업소용 주방용품점에서 5천원 주고 구입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으니 가소롭다는 듯 짧게 한 마디 한다.
"스텐이에요"

과일은 가급적 불을 직접 쐬면서 구워주는게 좋고
껍질이 새카맣게 타도 어차피 먹을 때 벗겨낼테니 과감하게 태우는게 당도를 높여 더 좋을 수도.



 약한 표면이 먼저 터지면서 과즙이 새나오는데 이때 불을 만나 자글자글 끓으며 캬라멜환 된다.



껍질쪽만 아니라 과육쪽도 한 번 구워봤다.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헌데 구울수록 과육이 물러지면서 캬라멜화 된 과즙이 많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르는 느낌이다.
이건 좀 아닌데 싶고..



접시에 올려 스테이크 썰듯 먹으니 음..  부드럽고 맛도 괜찮고 재미도 있다.
당도가 확 높아지진 않았지만 따뜻한 온기가 입안에서 단맛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듯 싶다.
탄맛이 가미돼 언뜻 군고구마의 어떤 맛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가니쉬(곁들임)로 스테이크나 기타 메인 요리에 함께 내면 굿일 듯.



설탕 조린 캬라멜을 끼얹어 디저트에 응용하면 그것도 훌륭하겠지만,
과일 스테이크라는 컨셉으로 뭔가 재미난걸 시도해 볼 수도..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