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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7 La vitta e vella! 3
  2. 2008.07.28 FEAST

8월 23일이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다. 처서 바로 전의 절기가 입추(立秋)니까 이것만으로 보자면 가을이 곧 코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고온습한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곳은? 지중해의 한 복판 몰타에는 오늘 아침 가을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걷어차고 차던 이불을 새벽부터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눈 비비고 일어나 발코니에 서니 공기가 살짝 차갑게 느껴진다. 바람이라도 제법 세게 불라치면 피부에 살짝 소름이 돋는 수준이다. 매일 웃통을 벗고 지내던 김군은 아침에 티셔츠를 주어 입었고 함께 사는 여자들은 온수 보일러를 작동시켜 샤워물을 데피고 있다. 집안에서 들이키는 공기의 질감은 가을 어느날, 차례상을 준비하는 그 아침의 것을 쏙 빼닮아 있다.

아무래도 어제의 범상찮았던 바람이 몰고온 결과임에 틀림없다. 어제까지만도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오늘 아침 발코니서 바라보는 바닷물은 어제와 사뭇 달라 보인다. 살짝 발끝만 담가봐도 그 차가움이 온 몸을 얼릴 것 같다. (이건 좀 오바군..) 아무튼 더위도 8월이 절정이라고 얘기하는 이곳에서 그 8월의 딱 중간인 어제가 최고 절정이었다면 그 다음날인 오늘은 본격적인 내리막이라고 얘기해도 될 듯 싶은데 어제의 바람이 그만 과속을 저질렀다.  

이른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또 다른 표현으로 '독서의 계절'은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파란빛깔의 주인이 하늘이었는지 바다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둘은 서로를 닮아가듯 더욱 짙은 빛깔로 성숙돼 갈테고 몸이 움추러지니 벌서부터 열량 높은 음식이 그리워진다. 동생이 부쳐준 책도 선반 한 구석에 든든하게 쌓여있으니 재주껏, 양껏 음식을 요리해 먹으며 하늘과 책을 번갈아 쳐다보면 그것만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가치있을 듯 싶다.

가을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점은 또 있는데 이곳 몰타를 떠나 이제 본격적인 지중해 기행에 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욕심내면 북아프리카의 몇 나라까지.. 짊어지고 다녀야 할 짐이 많아 그게 맘 한 구석을 무겁게 하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면 방법이 나올테다. 가을은 생각하기에도 좋은 계절 아닌가!  오늘 아침, 가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 가을이 느껴지는지.. 저 앞 야자수땜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발코니에서 서면 아침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 반가운 가을을 음악없이 맞을 순 없으니.. 고르고 고르다 선택한 음악, La vitta e vella. 가을이 있어 인생은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Posted by dalgonaa

한창 찜통 더위가 기승일 한국에 비해 요즘 몰타의 날씨는 가을 날씨를 연상케할 정도로 쾌적하다. 낮의 태양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그늘진 곳에만 가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1주 전까진 밤에도 더웠으나 요새는 바람이 불면 제법 쌀쌀해서 이틀 정도는 추위땜에 잠에서 깨 지난 4월에 덮었던 겨울 담요를 꺼내 덮기도 했다. 아침에 맞는 공기는 가을의 그것처럼 어찌나 맑고 청량한지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다. 이 쾌적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중해 기후가 이래서 좋구나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물론 먼지는 여전하다)



>> 낮에는 요란한 폭죽, 밤에는 화려한 불꽃. 

최근들어 몰타의 이곳 저곳마다 종교와 관련한 축제가 한창이다. 이를 부르는 총칭이 FEAST. 대형 걸개가 내걸리고 브라스밴드의 연주가 끊이질 않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향해 폭죽과 불꽃을 쏘아댄다. 어제 토요일에는 집 앞 발루타 베이에 위치한 성당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덕분에 발코니에 앉아 요란한 불꽃놀이를 편안히 감상했는데 일요일도 낮부터 폭죽을 쏘아대는 턱에 밤에도 어제처럼 불꼿을 쏘겠지 싶어 카메라를 들고 밤 10시 쯤 성당으로 나갔다.

축제는 예상보다 컸다. 차도는 일찌감치 폐쇄되서 이미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고 성당 주변으로는 몰타의 독실한 카톨리 신자들이, 그 언저리의 카페와 길,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넓게 포진해 있었다.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듯 마이크를 쥔 신부의 이야기가 끝나면 불꽃놀이와 브라스밴드 연주가 번갈아 진행됐다. 행사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성당 밖에 있던 성모 마리아 상이 성당 안으로 옮겨지는 것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 축제의 현장에 빠질 수 없는 야식가게



>> 도로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숙소로 술집으로 해산.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이들은 심심한 입맛을 달래기 위해 도넛 노점 주위에 모여든다. 도넛에 시선이 꽂혀있는 꼬마들의 모습이 재밌다. 새벽 2시 30분인 지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취객들의 흥겨운 합창.. FEAST의 계절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