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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9 TRENITALIA

좀 지난 얘기. 파르마에서 돌아오던 날, 제 시간보다 30분이 늦을꺼라는 전광판을 보고 잠시 절망하며 시간도 애매해 그냥 플랫폼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유로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미끈한 열차가 우리 곁을 스치고 빠져나갔다. 아래 사진.


날렵한 유선형의 거대한 쇳덩이, 역내에 들어서기 직전 짧게 기적 한 번 울려주곤 달려오던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달려 역을 빠져나간다. 앞에 탱크라도 한 대 세워놨다면 적어도 물리적 광경 하나는 볼만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날렵한 열차의 스피드는 묘한 흥분과 자극을 불러 일으켰다. 그 스피드의 묘미에 젖은 사람들이 F-1 경기장을 찾는가보다.


유로스타는 몇 번 더 지나갔다. 차가운 공기, 짜증과 무료함을 달래려는 담배연기가 자욱해진 역내는 저 스피드 괴물이 지나갈 때 마다 한 번씩 뒤집어지곤 했다. 아무튼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열차를 구경하는 것으로 우리도 무료함을 달랬다.  혹시 오해할까 싶은데 저 유로스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유로스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로스타라 함은 도버 해저터널을 통해 런던과 파리, 브뤼셀을 오가는 고속열차를 가리킨다. 혹시 저 이탈리아 유로스타가 그 노선의 확장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이탈리아 유로스타는 TRENITALIA에서 운영하는 자체 고속열차일 뿐 그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 이름도 피아트 그룹의 이베코(IVECO)라는 트럭회사가 갖고 있는 이름을 라이센스로 구입해 열차에 붙였을 뿐이다. (한국에서도 그 이름의 트럭을 볼 수 있는데 그게 피아트사(社) 계열이더라는) 

30분 연착한다던 열차는 이왕 늦은거 10분 더 늦어 결국 40분만에 도착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