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3.31 리자's BAR 3
  2. 2009.03.29 '상혼'속에서 건진 맛 2
  3. 2008.12.08 베르가마스크(베르가모 사람) Bergamasc (1) 2

베로나를 떠나기 전 리자를 안 볼수가 없어서 그녀의 BAR에 어제 저녁에 놀러갔다. 기념품도 줄 겸 이탈리아 브랜디인 GRAPPA에 대한 추천도 받을 겸. BAR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쪽에 어느 여자가 바닥을 쓸고 있고 리자는 안보인다. 7시에 있을꺼라고 했는데.. '보나세라'하고 여인에게 인사를 건네니 고개를 들곤 우릴 보고 방긋 웃음을 터뜨린다. 처음엔 못알아봤다가 가까이서 보니 리자다. 세상에.. 짧은 컷트는 그렇다 치고 헬쓱할 정도로 살이 빠진 모습에 놀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남자친구로 이래저래 맘고생이 많았다는 얘기는 엘리를 통해 얼추 들어 왔었고.. 아침 7시30분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는 BAR 생활은 몸 상하기 쉬울테다. 몰라 볼 정도로 변한 모습이 이래저래 힘들었다는 얘기. 리자는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일전에 만난 엘리자베타가 우리에게 일러줬으니 그 심정이 좀 더 헤아려진다. 그래도 입을 귀에 걸듯이 활짝 웃는 모습은 여전하다. 갑작스레 터뜨리는 웃음도.





한 잔만 하려던 아페리티보를 이래저래 이야기가 길어지더니 결국 3잔이나 마시고 말았다. 나중에 계산하려니 전부 받는건 고집스레 거절하고 깎아줬다. BAR의 스피커에선 이탈리아 인기 라디오 채널, 첸토두에친꿰(125)의 요란한 음악들이 흘러 나왔지만 그녀의 어수선한 요즘 심정을 담아낸 노래는 아래일 듯.

                                                        Mina - Parole Parole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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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다녀오던 아침, 부지런히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만들었다. 사진을 못찍었네 이런.. 암튼, 오니기리는 만들기 간편할뿐 아니라 맛도 좋고 갈 길 바쁜 여행자, 또는 '바쁜 현대인'의 출출한 속을 달래주는데 그만이다. 재료도 간단해서 너무 딱딱하게 굳지 않은 찬밥, 물과 소금, 김 한 장, 밥 속에 넣을 짭짤한 소만 준비하면 끝. 짭짤한 소는 고추장에 볶은 다진 멸치와 역시 고추장에 볶은 살시치아, 이렇게 두 가지. 삼각김밥 먹어봤을테니 취향껏 소를 만들면 된다. 짭짤한 날치알도 좋고 젓갈도 좋고 짱아찌도 좋다. 복어알 구해 넣어 늘 마음속을 헤집는 '그분'에게 전해도 좋고..

먼저 깨끗히 씻은 손에 물을 잔뜩 뭍히고 소금 살짝 집어 씻듯이 손바닥 전체에 비벼준다. 짭짤해진 손으로 밥을 큼직하게 한 줌 쥐고 둥글둥글 손으로 굴려주다가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굴을 판다. 거기에 짭짤한 멸치볶음이나 살시치아 볶음 등을 넣고 입구를 막는다. 김 한 장 반 갈라 그 위에 둥근 주먹밥을 가만히 굴려 싸주고 랩으로 한 바퀴 돌리면 끝. 쉽다. 소가 부족하다 싶으면 굴을 넓게 파면 된다.

베네치아 여행에 오니기리를 만들어가기로 결정한건 경비를 아끼자는 것 보다는 베네치아의 상혼에 젖은 음식에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잖이 들어서다. 뻔히 알고서 당하는 사기, 피서지에서 곧잘 당하는 그런 경험이 결코 기분좋을리 없고 그 상처는 꽤 오래 가기도 한다. 베네치아의 좋은 풍경, 음식으로 망치지 말자. 근데 어라? 식당에 나붙은 가격들을 보니 그닥 비싸지 않을 뿐더러 얼핏 넘겨본 음식들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음.. 호기심이 슬슬 발동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저녁을 이곳에서 해치우기로 했다.

산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던 중에 지나쳤던 적잖은 식당들을 떠올렸지만 다시 찾아가기에는 시간도 그렇고 거리도 만만찮아 역에서 멀지 않은 곳 중에 뒤지기 시작, 봉골레 스파게티+채소샐러드+해산물 튀김, 이 세 가지를 13유로에 내놓는다는 한 식당을 발견하곤 그리로 들어섰다. 실내는 식사보다는 아페리티보(식전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 겨우 6시니 당연하다. 그래도 과감히 착석. 식사 되느냐고 물으니 된단다. 청년이 영어를 좀 해서 강양이 "저녁먹기엔 좀 이르죠?" 했더니 "그렇죠"하며 웃는다. 입구에 써붙여 놓은 13유로 식사를 두 개 주문하고 테이블 와인 하프리터를 시켰다.


이곳은 레스토랑 개념보단 BAR의 색채가 좀 더 짙은 곳이다. 그래선지 테이블에도 별 다른 격식이 없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동네 사람들. 관광객은 몇 안띄어 오히려 안심이다. 삼삼오오, 또는 짝을 이룬 사람들이 들락거리며 와인 한 잔, 스쁘릿츠 한 잔씩을 마시곤 잠깐, 또는 한참을 왁자하게 수다를 떨다가 다시 몰려 나간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태리 식당보다 BAR, 특히 아페리티보가 강한 BAR를 하고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가벼워서 좋고 다종다양한 술의 향연, 그 깊은 세계에 젖어보는 것도 꽤나 매력있고 특히 폭음이 일반화된 우리와는 분명히 다른 어떤 멋과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와인 한 잔씩을 마시고 나간 후 빈 잔을 치우는 바텐더 겸 까메리에레. 

요즘 강남에 이런 식의 BAR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쉽진 않아 보인다. 아무리 가볍게 한 잔 술이라지만 '서서 마신다?' 한국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더욱이 BAR에서 내놓는 술들이란 대개 단가가 높은 술이어서 다른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길 붙잡기가 쉽지 않다. 안그러면 유행이란 것에 기대는건데 그건 오래 못가고..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BAR는 젊은층 상대의 '술집'이 아니라 동네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편의점 같은 느낌이어야 하기 때문. 아무튼 한국 돌아가면 이 멋과 맛을 못즐긴다니 심히 아쉽다. 


먼저 테이블 와인을 내준다. 한국에선 거의 없겠지만 이곳에서 테이블 와인은 생맥주와 똑같이 밸브를 당겨 병에 담아준다. 우리가 시킨건 화이트. 근데 어라? 살짝 스파클링이다. 향과 맛, 나쁘지 않다. 정말 싼거는 레드의 경우 풀맛과 비린맛이 심하고 화이트는 향과 맛이 무겁기 마련인데 요놈은 비록 스파클링이지만 주문한 요리에 곁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호.. 조연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니 남은 주연의 활약.
 

어김없이 나오는 빵. 볼로냐 마르코 식당에서 프랑스산 갓구운 바게뜨를 맛본 후로 이제 웬만한 빵에는 덤덤.. 베네토주의 빵은 표면이 매끈한 것이 특징.


나왔다. 엥?? 봉골레라고 하길래 화이트와인으로 담백하게 맛은 낸 봉골레인줄 알았더니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봉골레다. 살짝 당황하지만 티는 안낸다. 애초 메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우리의 실수가 크다. 어차피 한국에서 먹던 익숙한 맛을 찾아온건 아니니 이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라며 충격 수습. 훑어보니 봉골레는 크기가 재첩 수준, 냉동조개란 얘기. 면도 많이 익었고.. 이모저모 아쉬움이 크다. 다만 허기가 반찬이라고 배고픈 마당에 먹으니 이것도 맛은 좋다. 특히 썩어도 준치라지? 작아도 봉골레, 나름 깊은 맛이 있는데 감미료의 힘인 듯..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 사이 가게 안은 아페리티보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텅 비었다를 반복, 곧 빈접시 퇴장, 그리고 잠시후 풍겨오는 고소한 튀김냄새. 뒤에 앉은 사람이 보꼰치니(한입 먹거리) 진열장에서 가져온 튀김꼬치의 냄새인줄 알았는데 강양 왈 "우리 튀김 냄새야"라고 단언한다.


그 예언은 적중했는데 오징어와 새우 튀김이 든 접시 두 개, 샐러든 두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 보기엔 참 없어 보이는 못난이 튀김, 허나 예사롭지 않은 후반전의 시작이다. 아니나 다를까, 냄새로 이미 기선을 제압한 오징어 튀김, 허한 입맛을 잔기술 없이 정면으로 파고든다. 연속득점 성공, 여기에 레몬의 상큼한 측면 지원과 탄탄한 기본기의 스파클링 와인이 후방에서 불을 뿜었다.


추가로 500ml '재장전'하자 승부는 손쉽게 끝났다. 오징어 튀김과 레몬, 화이트와인이 일궈낸 깔끔한 승리. 전반의 부진이 싹 씻겨나갔다. 모든 바다요리, 특히 튀김요리와 레몬의 만남은 언제나 훌륭하다. 오징어 자체로만 보면 한국의 품질이 더 우수하건만 왜 이 맛을 못즐겼을까 하는 반성이.. 레몬, 너를 배신하지 않으마.
질척한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기는 우리와 달리 이탈리아는 대개 밀가루 자체만 입혀 튀겨낸다. 밀가루가 기름을 금방 망가뜨려 장사하는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먹는 입장에선 담백하니 좋다.근데  맥주로 반죽해낸 튀김이 일식집 튀김의 비법이라는데 이곳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튀김의 생명은 신선함과 더불어 크리스피(바삭)함이니 말이다.


바야흐로 봄. 한국에서 냉이, 드룹이 봄맛의 전령이라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미식가들에게 손꼽히는 봄맛은 아스파라거스. 베네치아 어느 골목길의 채소 좌판에서 한묶음 구입, 땅의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냉이만큼의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슴슴하고 신선하니 좋다. 스페인산은 좀 얇고 이탈리아산은 좀 굵길래 굵은 놈으로 선택. 계란 반숙 후라이와 곁들어내는 저 요리의 이름을 '비스마르크'이라고 부른다나..

Posted by dalgonaa

오늘 월요일, 이탈리아 전체가 공휴일이다. 이탈리아 공영 RAI UNO에서 바티칸의 미사 장면을 생으로 때리는걸로 봐선 중요한 종교기일인거 같은데 지금 그거 확인해볼 시간이 없다. 왜냐면 어서 짐을 싸서 엘리자베따네 집에 맡기러 가야 하기 때문. 사실 오늘까지 숙소비를 치뤘고 그래서 오늘 숙소를 나와야 하지만 주인 데이빗이 오늘까지가 그의 여자친구와 연휴를 즐기고 내일 오기때문에 우리는 오늘 안나가고 하루 더 묵을 생각이다. 일종의 도둑 숙박. 내일 아침 7시 엘리자베따(ELISABETTA)와 함께 그녀의 차를 얻어타고 피렌체로 이동할 계획이니 설마 그 꼭두새벽에 데이빗이 청소도구를 들고 나타나진 않겠지.

오늘은 지난 토요일, 밀라노를 조금 못가서 만나는 도시 베르가모(BERGAMO)에서 가졌던 저녁식사 초대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게 꽤 사연이 많은 이야기인지라 지금 안남기면 곧 피렌체, 페루자로 이어지는 여행일정 이야기에 밀려 할 기회가 없을 것 같기 때문. 짐도 싸야하는 강박을 안고 서둘러 적어보자.


Bergamo시내의 모습. 어딜가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누가 어디서건 집에서 밥 먹여준다면 왠만하면 다 제쳐놓고 챙겨먹자는 우리. 엘리자베따네가 한동안 베르가모에 살때 알게된 친구로부터 모처럼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고 그 틈에 우리도 초대를 받았으니 토요일 오후 5시, 엔리코가 모는 차를 타고 베로나를 출발했다. 5시가 조금 못미친 시간이었지만 라이트를 켜야할 만큼 이미 어둑어둑했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린 길,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던중 최근 뉴스에 너무 자주 등장하시는 베를루스코니의 근황이 궁금해 물었는데 요지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SKY라는 위성채널이 이탈리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근데 이게 부가세를 10%를 내는 반면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MEDIASET(채널이 RAI와 마찬가지로 3개)은 20%를 내고 있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베씨, 고민끝에 SKY의 세금을 올리도록 지시해 이와 관련한 논란이 불붙어 뉴스에 자주 등장한거라고. 부자증세, 서민감세 따위의 논란으로 등장한게 아니라 자신의 주요 밥벌이 문제때문에 등장한 얘긴게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이분, 한국에도 한 사람 있다.

베르가모 구시가지의 어느 건물 앞. 쌀쌀한 날씨와 인적없는 거리에 아랑곳 않고 어떤 남자가 열심히 기타를 뜯고 있다. 주변의 잔잔한 소음도 모두 저 기타소리에 묻혔고 적막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저 자리에 더 머물고 싶었으나 일행이 반대편으로 앞서 가는 바람에 서둘러 사진만 한 장.

아무튼 베르가모에 6시가 좀 넘어 도착했고 우리를 초대한 줄리오(GIULIO)의 집에 가기에 앞서 먼저 베르가모의 구시가지를 살짝 돌아봤다. 걸어서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만큼 작은 곳, 세월에 찌든 낡은 건물이 길게 이어졌고 밤에 건물을 올려다 보는 모습은 약간은 기괴스럽지만 좁은 길목에 늘어선 작은 상점에서 새나오는 불빛과 그 안의 모습들, 가령 케익을 팔거나 연말용 선물을 팔거나 하는 모습을 보니 춥고 삭막한 거리가 훈훈해진다. 


음식을 파는 집은 저렇게 유리에 김이 잔뜩 끼었다. 나이든 주인아저씨가 큼직한 치킨을 집어들고 있고 그 뒤로 젊은여자가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치킨맛은 그래도 한국이..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아페리띠보 한 잔을 위해 작은 BAR에 들렀다. 예닐곱 명의 동네 사람들이 축구와 신문을 보며 한가한 저녁을 맞고 있었는데 이집, 와인 한 잔에 2유로라는 아주 착한 가격과 무엇보다 보꼰치니(Boconcini-한입 군것질꺼리)를 다양하고 넉넉하게 갖추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식사가 될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그래선지 어떤 아줌마, 프로슈또와 치즈를 열심히 가져다 먹었는데 이를 어느새 눈여겨 본 엔리코(ENRICO)도 BAR를 나와 한 마디 하는 말이 "치즈를 아주 삽으로 푸더군".

저 치즈를 강판에 갈면 피자나 파스타에 뿌려먹는 파르마산 치즈가루가 되지만 이탈리아에서 저 치즈를 파르마산 치즈라 부르진 않는다. 파르마산 치즈는 오로지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파르마와 레지오에서 생산되는 치즈만을 그렇게 부른다. 물론 가격도 더 비싸다. 허나 우리에겐 저 치즈도 꽤나 맛있었다. 잘 숙성된 파르마산 치즈와 달리 저것은 쫀득한 치감이 있어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좋을 듯 싶었다. 한 통 안고가고 싶게 만든 치즈.


과자, 견과류, 쏘시지 튀긴거, 감자칩, 할라피뇨같은 고추피클, 빵, 프로슈또, 치즈.. 서서 먹는 사람들은 음식을 곁에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와인 한 잔이지만 몸이 살짝 데펴진게 좋다. 다시 차를 타고 높은 곳에 위치한 구시가지를 내려와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차를 세우고 무슨 생각이 발동했는지 아페리띠보를 한 잔 더하자며 인근의 또다른 BAR로 우리를 이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나라라면 복권이나 팔아야 할 작은 BAR다. 바텐과 손님의 공간이 정확히 50대 50을 차지한 구조. 허나 그 안에선 이미 왁자한 잔치가 벌어졌다. 엔리코가 들어서니 한층 소음이 커졌는데 주인은 물론 손님 몇몇 과도 잘 아는 사이인지 요란하게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하고, 아무튼 우리는 눈이 둥그레져 이를 가만히 쳐다봤다. 물론 엘리자베따도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BAR가 좁아 길을 통과할 수 없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여기서도 와인 한 잔씩을 더 마시고 주인이 특별히 만들어준 보꼰치노, 샐러리에 고르곤졸라 치즈를 얹은 안주를 맛있게 먹어치웠다. 앞서에 이어 두 번째이니 이러다 저녁을 과연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엔리코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바텐더. 이 BAR는 술도 팔지만 복권도 판다. 한마디로 동네 사랑방이다.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탈리아의 BAR 문화는 정말이지 우리나라에도 수입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일부는 앉아서, 일부는 서서 비교적 저렴하다 할 커피나 아페리띠보, 또는 와인을 한 잔씩 마시며 짧게는 5분, 길게는 그보다 훨씬 더 이상으로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운영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된다. 우리로 치면 '딱 한 잔만 더' 개념이 바로 이곳인 셈인데 이탈리아는 그게 잘 정착된 편이다(아마 유럽 대부분이 이렇지 싶다). 양보다는 맛과 멋을 즐기는 곳, 그러나 양으로 즐기더라도 주인입장에선 기분나쁜 일이 아닌 곳. 다만 때론 서서 술을 마시는 손님이 손해라면 손해인 곳. 우리 정서와는 멀지만 BAR 문화는 상당히 중독성이 있는 문화다.

우리의 와인잔을 채우고 있는 바텐더. 뒤로는 다양한 술들이 즐비하고 앞에는 그것들과 협연을 펼칠 보꼰치노들이 가지런하다. 가게 안은 우리를 포함 10명이 좀 넘는 손님들로 거의 발디딜 틈이 없는 상황.

큰일났다. 두서없이 마구 적어 내려가다보니 시간은 흘렀건만 아직 본론은 시작도 안했다. 줄리오의 집에서 즐긴 만찬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적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2부로 남겨야겠다. 사실 엘리자베따가 우리의 블로그를 거의 매일같이 모니터한다. 지난 번 그녀의 부모님 집에 다녀온 이야기도 2부에 걸쳐 연재했는데 생소한 경험이었던 만큼 어쨌든 남기긴 하지만 안올리면 엘리가 무척 섭섭하게 생각하겠다는 은근한 압박감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번 포스트 역시 그와 좀 비슷하다. 그래도 즐거운 작업이다. 2부는 이따가 밤에마저 작성해야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