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와그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21 입이 호사로운 볼로냐 생활 3


볼로냐 두오모 맞은 편의 어느 길. 저 뒤로 두에또리(Due Torri-두 개의 탑)이 보인다.

볼로냐 삼일째, 숙소를 옮겼다. 하루 79유로(15만원)의 살인적인 가격을(사실 이탈리아, 또는 유럽 어딜가나 호텔은 이 가격 안팎이다)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 해서 볼로냐 도착 첫날, 레스토랑 사람들을 만난 뒤 오후에 길을 나서 좀 더 저렴하게 머물 호텔을 2시간 가량 찾아 헤맸고 결국 문열고 나서면 볼로냐의 상징이라 할 두에또리를 바로 코앞에 둔 위치에 하루 60유로짜리 호텔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레스토랑과도 걸어서 불과 10분이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가정집을 소박한 호텔로 개조한 곳인데 호텔 한 켠에 주인이 거주하는 방이 있는 걸로 보아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듯 싶다. 민박집같은 정서가 느껴져 좋고 무엇보다 무선인터넷이 공짜고 방이 넓다. 다만 60유로의 방은 화장실이 딸려있지 않아 복도에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슬쩍 둘러보니 투숙객이 거의 없는 듯 싶어 그냥 우리것처럼 쓰면 되지 싶다.


수쉐프(부주방장) 에리코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주문표를 펼쳐보이고 있다.

취재 이틀째를 맞는 마르코 파가디 비스트로는 자정이면 문을 닫지만 손님이 밀려드는 금요일과 토요일의 경우 2시가 넘어서야 영업이 끝난다. 어제 금요일도 그랬다. 마르코의 프랑스인 부인과 주말에만 고용하는 웨이터가 가세했고 주방안은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쳐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주방은 이태리어와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가 뒤섞여 벅적대는 가운데 이태리 파스타, 프랑스 프와그라, 영국식 피쉬앤칩스와 일본식 초밥이 정확한 손맛과 타이밍으로 만들어져 홀로 분주하게 날라졌다. 몸으로 하는 모는 분야의 일이 그렇겠지만 요리사라는 직업도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지면 그때분턴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턴 1개 대대의 주문이 들어와도 물 흐르듯한 리듬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낼 수 있게 된다. 요리사로 가는 과정에서 대개 거치는 견습생의 시간이란 어쩌면 레시피나 기술은 둘째 문제고 바로 그런 리듬을 탈 수 있는 감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진하고 뜨끈한 육수에 담가 먹는 또르뗄리니.  

주방에서 이들과 섞여 있다보면 자연스레 이것저것 맛보게된다. 샴페인, 라비올리, 프와그라, 피시앤칩스, 디저트 등은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먹는 점심과 저녁은 그 자체로 값비싼 식사다. 점심은 쁘리미(파스타) 담당의 가에따노가 준비하고 저녁은 세꼰도(육류와 생선) 담당의 에리코가 준비하는데 어제는 사진에서 보는 것들이 등장. 간만의 촬영이 빡쎄서 힘들지만 맛의 지평을 넓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호강이 아닐 수 없다.  

샤프란 리조또

사과쨈, 푸와그라, 감자튀김, 그리고 소금 살짝

종이 고깔에 담아내는 피시앤칩스.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

아르헨티나산 새우를 얹은 라비올리. 거품은.. 이름 까먹었음..

5리터 분량의 와인을 냄비 바닥이 비칠 정도의 양으로 졸여낸 소스.

어제 요리사들의 점심식사 리가또니.

어제의 저녁식사 숭어구이

점심식사 모습. 가에따노가 가장 자신있어 하고 좋아하는 파스타는 살시치아(갈을 고기로 속을 채운 일종의 소시지)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이태리를 떠나게 되면 그 맛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아 최근에 살시치아 장인을 만나 그 레피시를 익혔다고 한다. 그 비법은 아무에게도 안가르쳐줄꺼라는데 다만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인사라도 남겨주는 사람에 한해서는 살짝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ㅋㅋ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