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09 주말 여행 6
토요일에 시작해 월요일에 끝나는 짧은 여행. 내용은 이랬다. 우선 토요일 아침일찍 피렌체로 이동해 숙소에 짐 던져넣고 끼안띠의 판자노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탔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 그곳에서 200년째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는 정육점을 방문했다. 주인의 이름은 다리오 체키니. 영미권에는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람으로 한낮 고기를 정형하고 판매하는 정육점 주인이지만 전통에 대한 고집과 고기에 대한 독특한 철학으로 오늘날 몹쓸 고기를 만들어내고 그걸 싸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소비하는 이들에게 이런저런 경고와 고민을 던져주고 있는 인물. 광우병 소고기로 몇 번씩 파동을 겪는 나라의 사람들이 그에게 갖는 관심은 비상할 수 밖에 없다. 그를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카메라를 담는데 어떤 문제는 없을지를 알아봤고 다리오도 적극적이어서 현재까진 큰 문제는 없지만 통역문제가 매끄럽게 풀릴지 그게 좀 문제다. 이 동네에 잠시 거주하며 그 정육점을 밀착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다시 다리오에게 문의를 해볼 생각. 그는 정육점만이 아니라 같은 곳에서 식당도 함께 운영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의 방문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식사를 했다. 하루는 공짜로, 하루는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고. 고기요리의 다양한 변주를 경험했고 배가 터지기 직전의 고통을 또 다시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어제 판자노를 오후 늦게 출발해 피렌체를 거쳐 볼로냐에 왔다. 김군이 현재까진 분위기나 풍광이나 여러모로 이탈리아에서 제일 멋진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 이곳의 한 작은 프랑스풍 식당에서 이탈리아 오너쉐프의 두터운 신뢰속에 2년째 요리를 하고 있는 최군을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일요일과 월요일은 식당이 쉰다하니 홀가분했다. 주인이 최군에게 식당 열쇠를 줬고 우리와 함께 마시라며 선물로 줬다는 스푸만테 한 병을 까는 것으로 시작, 이후 3병의 와인을 더 마시며 새벽 4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입이 심심할 때 마다 틈틈이 간편한 요리를 제공해 전에 없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는데 작년 유럽 공연투어를 하던 REM, 이탈리아의 유명 가수, 볼로냐 시장과 페라리 회장의 딸이 와서 즐기고 그리고 한 때 예약했다가 피자가 먹고 싶다는 변덕으로 방문을 취소했던 패리스 힐튼이 왔다면 먹었을 몇 가지를 대접받았다. 특히 하나에 4.5유로를 받고 내놓는다는 프랑스 어디어디산 석화와 푸와그라는 최군이 약간의 만용을 섞어 우리에게 대접한 음식. 식당, 그리고 요리와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로 밤새 얘기꽃을 피웠는데 가장 압권은 이 대목. 최군이 나름 실력을 인정받고 자신만의 솜씨로 또르뗄리니를 처음으로 내놓던 날, 이를 먹은 독일인 손님이 최군과 함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주인을 불러 "이건 전자렌지 음식이지 식당 음식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단다. 주인은 그의 접시에 담긴 또르뗄리니를 그 손님 앞에서 손으로 집어 먹은 뒤 맛있다는 이탈리아식 특유의 제스춰를 취하곤 "우리 주방에 전자렌지가 있는지 어디 찾아봐라, 이 또르뗄리니는 이탈리아에서 최고로 맛있는 또르뗄리니다"라고 소리치고는 손님을 내쫓았단다. 한 순간 하늘이 파랗게 보였던 최군은 되려 주인으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그날 엄청 열심히 일했다고.. 식당은 올해 초 발간된 이탈리아의 감베로 로쏘(이탈리아의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볼로냐 최우수 식당(1위)으로 선정됐고 볼로냐 역에서 택시를 타고 식당 이름을 대면 택시는 두 말없이 그 앞에 정확히 내려준다. 우리는 조만간 이 식당에 저녁을 예약해 코스식을 먹어볼 작정이다. 오늘은 어제 폭음으로 나가떨어진 강양과 최군이 곧 일어나는 대로 너구리를 함께 끓여먹고 최군이 이끄는대로 볼로냐 시내 구경을 한 뒤 볼로냐에서 젤 맛있다는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올 계획.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