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3.18 이제 한 달. 2
  2. 2008.12.29 이제 사람사는 집 같네.. 6
  3. 2008.04.14 요즘의 식생활-1 9
어제 수퍼에 가보니 요란한 선물바구니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다. 마치 크리스마스 대목처럼. 무슨 영문일까 싶어 생각해보니 부활절 때문이더라는. 우리가 딱 1년 전, 몰타로 들어가기 전 로마에 잠시 머물 때 한인민박을 찾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 유럽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로 부활절 연휴를 맞아 로마여행을 나선 것이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부활절 대목을 노리고 쌓여있는 상품 가운데 지난 크리스마스때 김군을 사로잡은 BAULI사의 빠네또네(모양은 좀 달라졌지만)가 또 다시 눈에 띄어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부풀어 오른 빵 위에 아몬드가 통으로 박혀있고 흰 설탕가루를 솔솔 뿌려낸 빵. 뜯으면 닭고기 살 처럼 뜯어지면서 속에 심심찮게 박힌 건포도가 맛을 두 배로 뻥튀겨주는 바로 그 빵. 과연 지난 번 맛본 빵과 똑같은 맛일지는 사서 먹어보기 전까진 모르는거지만 기대는 크다. 다만 지금은 가격이 조금 비싸니(6~8유로)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과 직후에 가격이 대폭 떨어졌던 것 처럼 이번에도 그러길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이제 정확히 1년이 됐네. 1년 전의 로마는 엊그제처럼 기억이 생생한데 이후였던 몰타는 어째 로마보다 훨씬 전의 일처럼 느껴지는게 좀 신기하다. 몰타의 태양은 영원히 잊지 못할 듯. 등짝을 홀라당 태워 며칠을 고통에 신음케 했던 태양이니 더더욱 그렇다.  아무튼 오늘로부터 대략 한 달 사이로 이곳 일정을 정리하고 다음달 중순 경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싶다. 오늘 부동산 프란체스코가 새로운 손님과 집을 보러 온다는데 지난 번 중국 학생들은 이 집이 맘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맘에 들어하길. 그게 잘 풀리면 볼로냐나 베로나에서 남은 한달을 보낼 생각이고 그래서 지금 먼저 볼로냐를 중심으로 정신없이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지금 하고있는 영상작업이 이달 안으로 마무리된다면 떠나기 전 까지 그간 못가봤던 이탈리아 이곳저곳(뿔리아와 시칠리아!!)을 돌아다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 아쉬움은 4월 12일, 베로나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최대 와인축제, 비니 이탈리아(VINI ITALIA)로 대신할 계획. 입장만 하면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와인을 공짜로 마실 수 있고 그 때문에 이탈리아 길가에서 결코 보기 힘든 '길바닥 피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이탈리아에선, 적어도 볼로냐에선 길에서 누가 토하고 있으면 역시 누가 연락해 엠블란스로 싣고간다는데 한국과 참 다르다 싶다. 

아무튼 인터넷에 나와있는 단기 월세집 정보는 물론 볼로냐 대학가에 덕지덕지 나붙어 있는 개성만발의 룸메이트 구함 전단지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중이다. 허나 십수군데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물건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조금씩 초조해지고 있다. 추위로 고생했던 뻬루자에도 봄은 오고 있어 지낼만은 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볼로냐의 따뜻함과 북적임, 큰 도시가 갖는 어떤 흡입력에는 역시 비교가 되질 않는다. '인간적'인 냄새가 아닌 '인간들'의 냄새가 지금은 좀 더 끌리는 상황. 특히 이번 취재로 몇몇 볼로냐 사람들과 친숙해졌으니 이들과 가끔 밥이나 술을 마시는 것도 재밌을 터.

볼로냐 두오모 옆으로 좁은 골목을 헤집고 조금만 들어가면 찾을 수 있는 뜨라또리아 BATTIBECCO의 에리카도 그 중 한 사람. 사실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와도 친숙할 수 있는데 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셔서(또는 우리가 이탈리아 말을 못해서..). 에리카는 바띠베꼬의 소믈리에 겸 웨이터고 아버지는 은퇴한 요리사다. 바띠베꼬는 볼로냐에서 32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름 유서깊은 식당으로 얼마전 까지 미쉘린으로부터 별 하나를 받았었다. 프랑스와 퓨전풍을 최대한 높인 마르코의 식당과는 달리 볼로냐의 정체성을 헤치지 않는 가운데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요리를 내고 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식당. 식사를 하다가 에리카가 올해 6월에 일본을 여행할 계획이라는걸 알고 일본의 게이코(몰타에서 만났던)를 그녀에게 소개해주기로 했다. 게이코도 언젠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한 농가에서 요리를 잠깐 배운적이 있고 둘 다 영어를 할 줄 아니 동경에서 만나면 재밌게 수다를 떨 수 있을 듯. 

추가촬영을 마치고 어제 뻬루자로 돌아왔다. 수퍼에 들러 쌀과 채소를 샀고 집에 오자마자 곧 밥을 지어 채소 쏟아붇고 고추장 벅벅 비벼 비빔밥을 해먹었다. 마치 복수극을 펼치는 심정으로. 볼로냐에서 식사비로 지출된 금액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탁은 채소가뭄이 심각했다. 물론 시장에는 저렴한 채소가 넘쳐나지만 적어도 식당 요리에는 많이 쓰지 않는다. 이는 비단 볼로냐만의 문제가 아니라 베로나를 비롯한 북부 대개의 도시가 그런 듯 싶다. 이들은 채소를 날 것으로 먹기 보다는 푹 익혀서 먹기를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시금치, 또는 그와 비슷하게 생긴 녹색 채소는 완전히 푹 익혀서 거의 곤죽형태로 즐기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그걸 많이 먹는 것도 결코 아니다. 섬유질 섭취가 부족하니 나오는건 똥배.

마르코 식당의 수쉐프인 엔리코는 몸무가게 거의 110kg에 육박하는 거구인데 마르코로부터 툭하면 핀잔을 듣는다. 채소 좀 먹으라고. 그런 마르코도 우리가 볼 때 채소를 많이 먹는건 아니어서 파스타 먹을 때 샐러드를 조금 곁들이는 정도가 전부다. 미국인들의 주체할 수 없는 고칼로리 섭취와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건강 섭취가 종종 비교되곤 하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짐승'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지는 않지만 전분덩어리인 파스타, 피자를 아주 적은 채소를 곁들여 먹는 탓에 이들도 비만문제를 남의 일로만 바라 볼 처지는 아니다. 허리살, 허벅지 살 심각한 사람들 제법 많다. 다만 이탈리아 사람들이 올리브유와 토마토, 하루 석잔 이상의 에스프레소. 그리고 전반적인 식사량이 적다는 것이 미국과는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 듯. 이탈리아 사람들 마늘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 많은데 새빨간 거짓말이다. 얘네들 마늘 진짜 안먹는다. 파스타 볶기 전에 기름에 살짝 튀겨 향만 낼 뿐이고 그 다음엔 철저하게 꺼내 버린다. 남부는 먹을 때 골라낸다나..

아점을 준비해야겠다. 경준이 서울에서 보내온 총각김치를 끝내 우리 손에 들려보냈는데 오늘 점심은 된장국에 총각김치다. 한국음식의 우수성은 몸이 안다. 십중팔구 다음날 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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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아침 8시 10분이면 발코니로 나가는 유리문을 통해 아펜니노 산맥을 넘어 온 햇빛이 침대 머리맡 흰 벽을 붉게 물들인다. 자다가 깨서 고개만 까딱 세우면 그 햇빛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데 어제 아침엔 9시가 다 되가는데도 햇빛이 비추지 않았다. '날씨가 흐린게로군'하며 슬리퍼를 주섬주섬 신고 문쪽으로 다가가니 그제서야 눈이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불현듯 든 생각이 '비는 소리가 나지만 눈은 소리가 안난다'는 것.

그리고 보니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눈이다. 함박눈 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눈이 펑펑 쏟아졌고 지붕위에도, 빨래줄 위에도 내려앉았다. 눈을 바라보는 눈이 시원해졌고 내친김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오늘은 첫눈 소식 못지않게 특별한 날이다. 베로나의 우리 짐을 싣고 엘리자베따가 뻬루자에 오는 날이기 때문. 앞서 얘기했다시피 이로써 20만원에 이르는 교통비를 아끼게 됐고 또한 생활에 필요한 온갖 물건들을 편하게 앉아서 받게 됐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엘리가 오후 늦게쯤에나 도착할까 싶어 아침일찍 기차로 1시간이 채 안걸리는남쪽의 시골마을 트레비(Trevi)에서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열린다는 골동품 시장을 구경하려 했는데 12시쯤에 도착한다고 해 이 일정은 취소했다. 눈도 오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다.

맘만 먹으면 차를 집앞 골목까지 끌고들어올 수 있겠지만 들어오는 길과 달리 나가는 길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나가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우리가 종종 이용하는 광장 근처의 수퍼마켓 앞에서 보기로 했다. 뻬루자는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곳이어서 지도가 없으면 길 잃기 딱 좋고 있어도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왜냐면 골목길이 하나같이 멋지기 때문.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게 이곳의 골목길이다. 특히 안개라도 끼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이런.. 엘리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비상등을 켠 차에 다가가니 엘리가 그제서야 알아보고 차문을 열고 반갑게 우릴 맞는다. '차오~ 쪽쪽!' 이탈리아는 두 번에 걸쳐 양쪽에 볼키스를 하는 것이 인사법. 무거운 짐을 차에 싣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 싣고 왔다. 뻬루자는 20년 만에 처음 방문이라는 엘리, 그녀는 이곳 호텔을 예약했고 크리스마스 첫 주서부터 연말 휴가중인 그녀는 뻬루자에 이틀 정도 머물 예정이다. 당연히 이날 저녁은 우리집에서 먹어야 한다. 해서 김군은 이미 전날 육계장을 한 솥 끓여놨다. 고기와 무를 제외하고 주요 건더기들이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맛은 제법 난다.  


차에서 내리며 외투를 서둘러 걸치는 엘리자베따. 차문을 열어놨길래 쿵 하고 닫아줬더니 키 꽂은 채로 문을 닫아두면 얼마후 자동으로 문이 잠겨버리는 낭패가 생긴다나.. 한쪽 문은 열어뒀다.

저녁 7시에 광장에서 만나 먼저 아페리띠보 한 잔 하기로 하고 헤어진 뒤 짐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헌데 이미 며칠 째 살고 있는 집이지만 온갖 살림을 담은 짐을 끌고 들어서니 왠지 이제서야 진짜 살 집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꽁꽁 닫아둔 짐을 풀어내니 좁은 주방겸 거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휴지도 나오고 잘 싸둔 칼도 나오고 겹겹이 포장한 간장과 식초도 나온다. 여벌의 옷들과 책, 특히 귀 후비는 면봉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샤워하고 난 뒤 물기로 간질거니는 귀를 닦고 싶어 어찌나 쩔쩔 맸는지..ㅋㅋ 텅텅 빈 집안의 수납장에 살림을 쟁여넣고 빈책장을 책으로 채웠다. 다시 걸레를 들고 미처 닦지 못한 곳을 구석구석 신나게 닦아내니 비록 당분간이지만 '이제 우리집이다'하는 실감이 든다.


보기엔 저래도 상당히 많은 짐. 무게도 꽤 나가서 짧은 거리를 지고 끌고 오는데도 땀이 다 났다.

집 구경 잠시 해볼까?

거실겸 주방. 몰타의 주방만 저거 딱 두 배였다. 그래도 전자렌지를 제외하고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으니 딱히 아쉬운건 없다. 앞집과 창문을 마주하고 있어 얇은 머플러를 응급으로 둘러쳐놨다. 가끔 대머리 총각이 창문을 열고 빨래는 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제법 넓직한 화장실겸 욕실. 창문을 갖추고 있어 불쾌한 냄새나 습기를 쉽게 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제법 고풍스럽다. 달리 생각하면 저 수많은 창문에서 우리집 화장실을 훔쳐볼 수도 있다는 얘기. 허나 밤이 되서 불켜지는 창문은 고작해야 2개 정도. 많은 집들이 비어있다. 3층으로 구성되어 총 4가구가 살 수 있는 우리집 건물도 지금은 달랑 우리만 살고 있다. 뻬루자가 정상을 향해 계단식으로 지어진 도시인 탓에 우리집의 2층 높이가 저 앞집에선 1층이 된다.

김군의 '집무실'로 불리는 건넛방. 옷장, 책장, 책상을 두루 갖췄음은 물론 하얀 레이스가 달린 창문도 있는 아담한 방이다. 여기에 한국인 민박을 쳐볼까 진지하게 고민중 ㅋㅋ. 한국에서 가족이나 지인들이 오면 제공할 방이기도 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침대지만 스프링 탄력이 고무줄 같아서 허리 안좋은 사람은 작살날 수 있는 무서운 침대. 책상 위에 뜯지않은 빠네또네가 놓여있다. 크리스마스 끝나자마자 1.5유로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대폭 떨어졌길래 냉큼 하나 사왔다. 살 빵빵 찌고있다. 


이른바 안방. 커다란 옷장도 두 개나 있고 책상과 책장도 저처럼 구성지게(?) 갖춰져 있다. 싱글침대 두 개를 붙여 쓰는데 사진에 안나온 왼쪽 구석탱이에 난방기가 있어 강양은 그쪽에 꼭 붙어 잔다. 집이 전반적으로 추운편이지만 마침 베로나에 있던 전기장판도 왔으니 이제 김군도 좀 따끈하게 잘 수 있게 됐다. 밝은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발코니. 자면서 별도 볼 수 있고 저 멀리 아씨지의 아른거리는 불빛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방의 강점.

미처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엘리자베따를 위해 육계장에 더해 비빔밥을 만들었다. 시금치와 호박, 당근, 버섯을 볶고 색색의 계란지단도 부쳐냈고 무생채도 곁들였다. 색색의 그 모양이 꽤나 신기하게 보였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감탄 연발이다. 매운 맛을 두려워하는 그녀지만 참기른 살짝 둘러 비벼줬더니 맛있다며 잘 먹는다. 특히 육계장은 칼칼한 맛에도 불구하고 고기국물의 깊은 맛이 이탈리아에서 또르뗄리니를 넣고 즐기는 브로도(Brodo)와 흡사하다며 싹싹 비운다. 브로도는 이탈리아의 육수다.

중국상점에서 마침 두부를 팔길래 3모(한 모에 1,300원 정도)를 사둔게 있어 이걸 팬에 튀기고 다시 양념장을 만들어 자작하게 붓고 조렸다. 엘리는 평소 '두부는 '무미(無味)'한 맛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맛있다'며 덥썩덥썩 잘 집어먹는다. 간장양념의 맛에 엘리도 이제 조금씩 중독이 돼가고 있으리라. 팩소주가 하나 있어 이왕 벌어진 한국밥상, 팩소주를 하나 깠다. 차갑게 식혀놨더니 한 잔 맛을 본 엘리는 별로 쎄지 않단다. 차가우니 당연하지. 먼길을 마다않고 와준 엘리에게 보답한 오늘의 식탁, 사실 그간의 도움을 떠올리면 이것도 부족하지 싶다. 우래옥표 불고기를 한 번 먹여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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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가 지중해 한 가운데이긴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아직 달고나는 지중해 식생활 기행 프로젝트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슈퍼마켓을 들락 거리며 밥은 해먹고 있는 바, 요즘 우리의 식단의 주를 이루는 음식들 사진의 일부를 올린다.

먼저 좁고 납작한 파스타의 일종인 trenette와 이탈리아 브랜드인 barilla사의 bolognese 라구로 맛을 낸 볼로네즈 파스타. 로마에 있을 때 즐겨 마셨던 Nero D'avola Sicilia랑 같이 먹으면 제법 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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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파스타인데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맛을 낸 ali-olio. 이태리어로 알리는 마늘, 올리오는 올리브다.
마늘을 다지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다가 삶은 파스타를 섞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정말 조리과정은 무지하게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은 생각 외로 풍부하다. 이태리 남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이 맛에 완전 반했다. 지난 주말에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과 함께 한 번 먹어봤는 데 역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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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슬록이라는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블랙 올리브(왼쪽 위)는 한국에서 먹던 캔이나 병에 든 것보다 훨씬 짜다. 게다가 씨를 빼지 않아서 먹는 데 좀 불편하다. 하지만 올리브 그 자체도 신선하고 곁들여진 올리브 오일의 향이 좋아서 밑반찬으로 잘 먹고 있다.

아티쵸크(오른쪽 위) 위에 다진 참치를 얹은 절임 같은 반찬은 모험심을 가지고 한 번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나중에 아티초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왼쪽 아래의 해물들은 지중해식 젖갈이라고 해야할까? 조개 관자, 오징어, 홍합, 맛살 그리고 파프리카 같은 야채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피클 같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나는데 쫄깃한 해산물들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오른 쪽 아래 사진은 반찬을 산 가게의 모습. 보통 저렇게 놓고 원하는 만큼 담아 달라고 한 후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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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같은 마셜슬록에서 산 콩으로 만든 간식.
강양의 엄지 손톱 보다 큰 이 콩의 이름은 아주 단순하게 board bean, 즉 넙적 콩. 비닐 봉지 가득 담아 놓고 팔길래 어떻게 먹는 지 물어보니 그냥 삶아 먹으란다^^ 삶으면 완두콩 맛이 나서 간식으로 줏어 먹기 좋다. 좀 심심한 것 같아서 토마토소스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함께 넣고 요리해 봤다. 소시지와 함께 먹으니 시원한 맥주가 절로 땡기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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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반찬류.
두개의 병 중 왼쪽은 사우어크라우크. 잘게 채썬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독일에서는 우리의 김치 수준으로 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오른쪽은 시험 삼아 한 번 사본 피클.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주 재료로 새콤 달콤하게 절인 것인데 마치 고추를 넣은 것 처럼 살짝 매콤한 맛도 나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아주 좋다. 삶아 놓은 브로콜리와 함께 먹었더니 그대로 샐러드가 됐다. 가는 쌀국수를 차게 해서 곁들이면 훌륭한 콜드 샐러드가 될 것 같다. 다음에 시도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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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간단히 올리고...
혹시 우리가 국수 가닥이나 짜잘한 반찬만 먹고 살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올리는....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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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런 거 먹고 산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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