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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9 민망 4

미스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같은 미녀 엘리사 이소아르디(Elisa Isoardi)의 진행으로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에 걸쳐 펼쳐지는 이탈리아 요리의 향연, 라 프로바 델 꾸오꼬(La prova del cuoco)는 유일한 공중파 요리 프로그램이다.(위성채널 '감베로로쏘TV'는 하루종일 요리를 내보내지만 위성이 없는 우린 본적 없음) 5명 안팎의 요리사가 출연해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고 이탈리아 전통의 식재료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갖고 마지막 20분은 2명의 전문 요리사가 출연해 제한된 시간동안 요리기량을 뽐내며 대결하는 등, 한 마디로 낮 12시가 분주해진다.

오븐에서 요리가 익혀지는 시간을 제외하면 TV에 선보이는 이탈리아 요리들은 하나같이 만들기 쉽고 조리도 단순하다. 대개 5가지 안팎의 재료를 썰고 볶고 섞고 오븐에 넣어 익히면 끝. 잡채 하나를 위해, 혹은 만두 하나를 빚는데 들어가는 우리의 수고와 정성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짧은 시간에 요리가 완성돼서인지 요리사들 말 무지하게 많고 빠르다는 점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 또 하나, 화면이 요리보다는 진행자의 미모에 더 관심을 갖는지 엘리사를 빅클로즈업 하는 컷이 엄청나게 많다. 참.. 무슨 의도로 만드는 프로그램인지 때론 헷갈릴 지경이니..    (사진은 Rai에서)                                                                   

아무튼, 낮에 집에 있게되면 어김없이 이 프로그램을 보게되는데 어제는 유럽에, 아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시 열풍을 반증하는 것인지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인 요리 대결에 스시가 등장했다. 두 명의 전문 요리사가 일반 참가자 1명과 짝을 이뤄 출연해 각자 요리 기량을 뽐내는 코너에선데 20분간의 요리를 마치면 방청객들이 맛을 제외한 모양과 난이도 등에 점수를 매겨 승자를 결정한다.(맛을 빼면 어쩌란건지..)


어제 출연한 파란눈의 이탈리아 요리사는 밥과 김을 들고 나와 열심히 김초밥을 말았다. 말 무지하게 쏟아내면서. 김초밥은 우리의 김밥에 비해 단순하다. 넣는 것은 사시미 한 가닥이 전부. 김밥 좀 말아본 이라면 일도 아니다. 

헌데 이 요리사, 그냥 자신이 하던 이탈리아 요리 하시지 왜 손에 익지도 않은 요리를 들고 나오셔서 참.. 몸은 안따르는데 열정만 앞서셨네, 쯧쯧.. 솜씨를 보라.

유치원 꼬마들이 만들었나? 흰 밥알들이 김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애처롭다. 저 오른쪽 맨 끝에는 무너지셨네 이런.. 접시 바닥에 소스 똑똑 떨어뜨린건 동서양의 조화인가? 암튼 위태롭게 버티고 선 김초밥들, 요리사 잘못만나 고생들 많다. 명예회복이 필요할텐데 과연 기회가 또 있을까? 알 수 없지.

방청객들의 평가.  


오른쪽에 김초밥을 내놓은 요리사, 망연자실한 제스쳐를 짓는다. 엄밀히 김초밥이 우리 요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 손 놓고 볼 일만도 아니더라는.. 당신보다 보는 우리가 더 망신스럽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