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지게 차려놓고 달려보자던 엘리자베타(Elisabetta)와 엔리코(Enrico)와의 술자리는 한 주 미뤄진 오늘에서야 자리를 가졌고 8시부터 먹고 마시기 시작해 6시간이 지난 조금 전 새벽 2시가 되서야 파했다. 장소는 우리 집. 한식을 컨셉으로 한 음식들을 점심무렵부터 준비했고 제시간에 맞춰 온 엘리네는 화이트 와인 두 병을 사왔다. 물론 오전에 장을 보면서 우리는 별도로 레드와인 세 병을 사뒀으니 이정도면 오늘 고지 점령을 위한 탄약은 충분한 셈.  

이 가운데엔 신형병기도 눈에 띄는데 바로 2008년도 이탈리아산 노벨로(NOVELLO-이른바 보졸레누보). 어느새 수퍼의 중앙 통로를 각지에서 올라온 노벨로가 가득 메우고 있으니 그 자체로 탄약상자고 수퍼는 병기창고다.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노벨로가 어떻게 인식되고 평가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로선 그해 수확한 포도주의 첫 맛을 즐긴다는 점에 괜한 기대감으로 부푼다. 결국 오늘 돌격에서 노벨로의 뚜껑을 따진 않았다. 4병만으로도 충분한 화력을 발휘했으니까.



 
사진은 이탈리아 중부 움부리아(Umbria) 지방에서 생산한 화이트와인이다. 과일향이 풍부하고 달콤시원한 맛이 김군을 단박에 사로잡았는데 생선을 표적으로해선 백발백중 맛의 매치를 보여줬다. 그 뒤로 엘리자베따와 엔리코. 이날의 힛트 음식은 도미구이로 손바닥만한 도미 두 마리를 간장+물+화이트와인+다시마+마늘+양파+페페론치니+생강+후추+설탕+소금으로 우려낸 국물에 2시간 가량 재웠다가 오븐에 넣고 우려낸 국물을 마져 끼얹어가며 구었고 껍질이 바삭하게 변해갈 즈음 레몬을 두른 접시에 담아 냈다. 위에 이탈리안 파슬리 잎을 따서 듬성듬성 뿌려주니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설명이 구구절절인 이유는 이 요리를 못찍었기 때문. 

모양뿐 아니라 생강을 살짝 품은 간장양념과 어우러진 고기의 향이 몸살 날 지경으로 향긋하다. 접시를 식탁 위에 올려놓자 그럴듯한 비주얼에 환호가 터지고 한 젓가락씩 집어든 촉촉한 살점을 먹은 입에선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ㅋㅋ 모양, 냄새, 맛, 모두 성공이다. 요거, 내일이라도 다시 해서 사진으로 필히 남겨야겠다. 구워먹는 생선으로서 도미는 정말 최고 기량의 선수에 하나다. 


덧붙이는 글 : 밀라노는 물론 남부지역도 눈발이 장난 아니라는데 베로나는 비내리는 중.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