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 다 아실꺼다. 하루 30여분에 걸쳐 어떤 주인공의 일상과 그 속에 담겨진 그만의 개성있는 삶을 보여주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늘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위기에 빠져드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시청자들의 궁금함을 유발시켜 다음 이야기에도 꼭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일종의 장치다. 때론 그다지 위기스럽지도 않은, 싱거운 상황을 억지로 위태로운 상황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재미나 긴장감, 또는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지만..

출국을 이틀 앞둔 지금, 지난 10여 일을 되돌아보면 인간극장의 바로 그 마지막 장면의 연속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인간극장팀에서 우리들의 일주일을 촬영했다면 매 순간 발생하는 위기와 돌발상황에 쩔쩔매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본을 쓰는 작가는 아마 신이 나지 않았을까?

그간 겪은 우여곡절은 지금도 진행중이라 하나하나 정리하기에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혹시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비슷한 여정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가 있을지 모르니 조만간 사건별로 정리할 계획이다.(과연?..) 중요한 것은 이른바 머피의 법칙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 특히 중대한 거사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선 그 빛을 발한다.  




>> 주어온 박스의 각을 잡고 그 안에 각종 잡스런 흔적들을 우겨넣고 있다. 빈틈 없이 꼼꼼히 채운 박스는 어지간해선 터지지 않을 만큼 테이프로도 단단히 봉했지만, 빌려온 포터 트럭에 싣고 일산에서 강동구 상일동까지 향하던 중 성산대교를 지날 무렵부터 설마하던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비를 막을 덮개 비닐이 없었고, 운전하면서 그렇게 많이 뒤돌아보기는 처음이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