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3.20 초대받지 못한 상처
  2. 2008.03.19 아키하바라로 다시

일본 사회에 들어가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한다.

 

동경 생활 4년째에 접어든 물주의 부인은 어느 날, 딸의 생일을 맞아 딸의 일본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단다. 부인은 팔을 걷어 부치고 손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었다. 이윽고 ~.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문을 여는 순간, 엄마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맞은편에는 고운 드레스를 입고 한 손에는 꽃을 든 딸의 친구와 정장 차림에 핸드백을 다소곳이 든 아이의 엄마가 나란히 서있었던 반면, 음식을 준비하다가 뛰쳐나온 엄마의 옷차림이란 수제비를 만들다 나온 한국의 여느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일본 엄마와 아이의 옷차림이란 일본 왕실 가족의 외출 장면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화요일 저녁, 우리는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청주를 주고 받으며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상 위의 안주로 부지런히 옮겨 날랐다.(아 참, 결국 그저께 저녁 식사의 주제는 집에서 해먹는 김치찌게였다. 일본 생활에서 정통 한국식 식사란 베푸는 입장에서 엄청난 용기다. 이와 더불어 맛볼 수 없는 청주와 일본식 소주, 그리고 한국에서도 광고를 시작한고시히까리쌀밥을 양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이건 후에 좀 더 자세히 쓰도록 하자)

에피소드 결말이 더 재밌는데 일본 엄마들 왈, 사실
자신들도 딸의 친구 생일에 초대받아 남의 집을 방문하기는 거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 파티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일본 사회에선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집뜰이 조차도 없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의 집을 거의 처음 방문하는 일본 엄마는 자신이 갖춰야 할 예의를 최대한 갖추기 위해 아이에겐 드레스와 꽃, 자신은 정장 차림으로 문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결국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한국 엄마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심정을 고백(당신들의 격식에 당황스러웠다는)하자 정장 차림의 일본 엄마들도 박수를 치고 깔깔대며 사실 우리도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기는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이런 차림으로 왔다고 고백하더란다. 결과적으로 이날의 사건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반면 이런 일도 있단다. 물주가 말하길 우리의 경우 각종 경조사에 직접 연락 받지 않더라도 이미 소식을 아는 상황이면 가급적 참석하는 것이 예의인 반면, 일본에선 직접 연락이나 초대장을 받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직장 동료가 가족 상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직접 연락이나 초대를 받지 않았으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평소 술도 자주 마시고 속 이야기도 흉금 없이 털어 놓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팩스나 전자 메일의 에러로 초대장을 받지 못하고 주변 사람을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사람은 초대받지 못한 사실에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후에 오해가 풀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 상처가 꽤나 클 수밖에 없다.

 

아키하바라를 오가며 지하철에서 너무도 쉽게 마주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상황을 짐작해보자니 왠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행의 말처럼 어쩌면 오타꾸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생겨나게 된 환경이라는 것도 결국엔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는 추측에 고개가 살짝 끄덕여 진다.




>> 아키하바라는 전자상가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겐 그에 못지 않게 500엔짜리 돈까스 덮밥집의 기억으로도 유명하게 남을 듯 싶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Bar 형식으로 꾸며진 테이블에 홀로 온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 자신 앞에 놓인 그릇에 담긴 음식을 아주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먹는 모습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Posted by dalgonaa

날씨가 매우 흐리다. 오후 3시 이후부턴 비도 내린다고 일본 TV의 일기예보에서 전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곧 아키하바라로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어제 구입못한 소니 ECM-678 비디오 마이크를 구입하기위해서다. 날씨는 다소 쌀쌀한 편이고 바람이 불지만 먼지 하나 없어 보이는 깨끗한 바람이다. 강양이 재촉한다.

"야, 시간없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