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Malta 250308~/일상 daylife'에 해당되는 글 46건

  1. 2008.04.20 플랫 메이트 마중나간 날 2
  2. 2008.04.20 강양 반 학생들 4
  3. 2008.04.18 열쇠와 샤워봉 2
  4. 2008.04.16 김군, '용단'을 내리다 4
  5. 2008.04.15 영어 공부는 이 아니면 잇몸 8
  6. 2008.04.13 플랫메이트 확정 3
  7. 2008.04.11 집 구경 <동영상-2> 12
  8. 2008.04.08 로이, 요커, 소니아, 마크스, 그리고 김, 김, 김.. 4
  9. 2008.04.07 축하해주세요, 인터넷 개통!! 1
  10. 2008.04.05 쌀 쟁탈전 2

주말, 멀리 하동에서 부푼 꿈을 안고 날아오는 '청춘'을 맞이하기 위해 강양과 김군은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모래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몰타를 내려다 보며 다소 실망하겠군' 하는 생각에 오히려 우리가 실망스러워졌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실망스럽게 만든 것은 1시간 30분이나 늦어진 도착시간이었다.

2
도착에 맞춰 1시 30 공항에 도착했으니 꼼짝없이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도착 터미널에는 마땅히 앉아 기다릴만한 곳도 없어 북적대는 사람들을 피해 3층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점심을 먹고 나온지라 괜히 예정에 없는 지출이 생기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그것이 반전이었다.

자연에 도전하는 과학의 경이를 신이 나서 구경했기 때문인데 활주로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 앉아 9천원짜리 피자와 3천원자리 맥주를 마시며 이착륙을 하는 여객기들을 마냥 지켜본 것이다. 몰타 같은 작은 나라에 에어버스380’과 같은 대형 여객기가 뜨고 내릴 일은 없지만 그것의 반 크기에도 못 미치는 작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웠다.


 


>> 공항으로 오는 길, 버스의 문구가 재밌어 찰칵! 주문표의 첫 번째 피자를 시키자 바로 다음 사진의 피자가 구워져 나왔다. 양도 제법 많아서 둘이 먹기에 충분하고 말린 오레가노 향이 인상적이었다. 몰타 맥주의 자존심, '시스크'.

이윽고 Emirate 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모습을 나타냈다. 기분이 참 묘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것도 공항에서의 기다림은 묘한 흥분을 가져다 주나 보다. 당신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가?

 

30킬로가 넘는 무거운 짐을 이끌고 하동에서 먼 길을 날아온 이효진씨는 3시 50 게이트를 빠져 나와 우리와 상봉했다. 첫 만남.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제 생 줄리앙의 녹색 발코니집에서 우리와 함께 3개월간 함께 살아갈 식구. 우리는 서로 밝게 웃으며 차분히 인사를 건넨 뒤 여기저기 반가운 포옹이 벌어진 사람들 틈을 헤집고 가까스로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동네 어디쯤에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하동의 집을 나선지 꼬박 28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 사이 네 다섯 시간을 잤다고는 하지만 기내에서, 그것도 이코노미에서라면 그 고단함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테다. 그래도 우리가 몰타에 도착해 겪었던 것 만큼의 혼란은 그녀에겐 없었다. 그녀는 분명 운이 좋은 것이다.

 

덕분에 우리도 시원한 시스크 맥주와 말린 오레가노를 듬뿍 뿌린 피자를 먹으며 비행기의 경이로운 이륙을 한참 동안 구경할 수 있었지만..



>> 유럽 최고의 '저가'항공, 라이언에어. 며칠 전 이 항공사의 '몰타-이태리 피사' 예약일정을 검색하다가 오로지 세금만 내고 요금은 안내는 티켓이 나온 것도 발견했었다. 며칠 전 함께 식사한 한국인 친구는 몰타-바르셀로나-포루투갈을 왕복하는 비행기를 75,000원에 끊어 현재 여행중이다. / 1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모습을 나타낸 에미레이트 항공. / 할머니와 함께 누군가를 마중 나온 통통한 꼬마는 정신사납게 주변을 뛰어다니다 결국 할머니에게 호된 손매질을 당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다시 저 표정으로 공항을 뛰어다녔다. / 한 두명씩 나오는 한국인들. 저 틈에 이효진씨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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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7일) 강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작정하고 카메라를 가지고 학원에 갔다.

수업 시작 전, 강양은 선생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노려 말을 꺼냈다.
원래는 수업시간에 틈틈히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묻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강양이 Can I ...라고 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급우들^^은 바로 단체사진 대형을  만들었다.

마침 선생 레이첼이 들어오고 있어 카메라에 같이 잡아 주었는데, 수업시간에는 그닥 친절하지 않던 레이첼이 자기가 찍어줄테니 강양도 사진에 들어가란다. 그러자 갑자기 7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급우들의 가방에서 나오고 레이첼은 강양의 카메라 외에도 7번이나 더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날 수업은 카메라 덕분에 내내 화기애애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틈틈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그날의 사진들, 급우들의 모습을 유치한 카툰으로 급조해 봤는데 강양 반 학생이라면 뒤로 넘어갈 내용들이 좀 있다. 때문에 다음 주에 이 사진을 보여주면 누군가와 영어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될 것이다.
 
누가누구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지난 글을 참조해서 추측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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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onaa

3개월간 함께 살기로 한 새로운 플랫 메이트가 이번 주 토요일 오후에 몰타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집과 관련된 것인데 여분의 열쇠와 샤워 커튼 행거다.


열쇠는 적어도 2개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입주할 당시 1개밖에 받질 못해 이는 죠가 주인으로부터 여분을 받아 주기로 했었다. 우리는 그간 열쇠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주인은 우리가 입주한 바로 다음 날 세탁소 직원을 통해 침대 시트와 샤워커튼을 보내왔는데 문제는 플랫 메이트가 사용할 화장실에 샤워커튼을 매달을 막대가 없다는 점이다. 이곳 화장실은 한국과 달리 바닥에 물빠지는 하수구멍이 없다. 오로지 욕조와 세면대를 통해서만 물이 빠진다.

부동산 '죠'는 애초 우리에게 "If you have a problem about house, call me anytime!" 이라며 특유의 능글스런 웃음과 함께 얘기했고 결국 우리는 죠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 주 부터 접촉하려 했던 죠는 쉽게 만나지지 않았다. 부동산에 들러 코만 좀 낮았으면 미인이었을 여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 부탁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강양이 오늘 부동산으로 전화를 걸어 죠와 통화를 시도했지마 역시 죠는 없었다. 코 큰 언니와 통화하는 동안 잠시 이야기가 길어졌고 휴대폰 요금은 무려 5000원이 넘어섰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젼화가 갑자기 끊어지고 잠시 한 숨을 쉬고 있는 사이 죠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인이 아직 보내지 않았냐? 그렇다면 걱정마라, 곧 해결해주겠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대답 하나는 시원시원한 죠지만 행동도 그래야 할텐데 어쩐지 영 미덥지가 못하다. 입주하던 날 밤, 우리 짐까지 자신의 차로 친절하게 실어다 줬는데 와인이라도 한 병 안겨줬어야 했을까?

얼마전, 요리를 하는 전기플레이트 4개 가운데 위치상 가장 쓸모가 많은 플레이트 하나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4개 가운데 3개를 최고온도로 놓고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한 녀석이 나간 것이다. 과열은 말이 안될 듯 하고 워낙 오래된 탓에 노후에 따른 고장으로 추측된다. 도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걸까 살짝 분해를 해보니 구석구석 녹이 엄청나다. 나사선이 없을 정도니 수리는 불가능할 듯 싶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할 듯 싶다.

온수의 낮은 수압은 여전하다. 10분이면 끝날 샤워가 15분이 넘는다. 반면 찬물은 제법 세찬 수압으로 쏟아져 나온다. 곧 살인적인 더위가 닥쳐올테니 걱정은 조금 덜고 있지만 여자가 3명이나 생활할 집에 아무래도 온수는 여름에도 쓸 듯 싶다.
Posted by dalgonaa

아침에 기상, 빈 속으로 학원가고, 10시 30 1교시 끝, 30분간 휴식한 뒤 다시 12시 30 2교시 끝, 그리고 집으로 귀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에도 변화는 있었다. 김군은 교실을 바꿨고 강양은 선생이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군은 그 변화에 만족하고 있고 강양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 주 레벨 테스트 시험을 통해 김군은 1레벨 클래스, 강양은 2레벨 클래스를 지정 받아 1주일간 수업을 받았다. 그 결과, 김군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1레벨 수업에 불만과 초조감이 쌓여간 반면 강양은 수업에 매우 만족해 했다.

김군의 Teacher인 캐서린은 다소 억센 몰티즈 억양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김군은 그 발음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Listen & comprehension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애초 닦아놓은 실력이 없으니 허겁지겁 눈치만 살피며 수업에 끌려가다시피 했고 한 명씩 지정되어 풀은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온 몸에 식은 땀을 쏟아내야 했다. 이는 비록 김군만이 갖는 증상은 아니었는데 다소 덜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의자를 만들다 온 마크스와 교실의 새로운 얼굴 체코의 헬리콥터 조종사, 얀도 증상은 비슷했다.  

 

결국 김군은 어제 화요일, 평소보다 20분 일찍 학원에 도착해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I’m studying in English level 1, but I think it’s not easy for me. So I want to have a chance to take a ‘Beginner class’ just today. 그렇다. 하루만 수업을 들어보고 만족하면 Beginner Class로 내려가겠다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 학원은 Beginner에서 시작해서  Level 4까지 있다)


그리고 어제 그 첫 수업을 들었는데 결과는 만족이다. 몰티즈에서 태어나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생활하고 그 때문에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몰티즈어, 4개 국어에 능통한 Beginner Class 선생, Edith(‘이딧으로 발음)은 발음부터 매우 정확했고 아주 천천히
수업을 이끌었다. 다국어를 하는 그녀이니 낯선 외국어를 처음 배울 당시에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 그녀는 발음 하나하나, 설명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고 세심함과 친절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이탈리아의 사르디나 섬 출신으로 주책이다 싶을 정도로 목이 젖혀지도록 큰 소리로 웃는 마리아, 스위스에서 온 건장한 사나이 레네와 가끔씩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새침한 오드리, 바비 인형이 고스란히 늙어버린 얼굴의 체코 아줌마 야르슬라바,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담배와 술,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와 사과라는 독일의 뚱보 마티아스, 마지막으로 5개의 방과 2대의 자동차, 넓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춘 집에서 살고 있다는 60살의 베로니카, 바로 이들과 견줘 볼 때 김군의 영어 실력(정확히는 눈치)이 좀 더 낫다는 것이다. ^^

 

하위 그룹에서 잘한다는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김군과 거의 비슷한 수준들이다 보니 긴장이풀리고 더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Beginner로 옮긴 후 그간 굳게 닫혔던 입이 비록 짧더라도 문장을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김군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조만간 기회가 되면 Edith과 나머지 학생들에게 양해를 얻어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비디오 카메라에 기록해볼 계획인데 가능할까 모르겠다.

 

반면 강양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간의 대화를 최대한 많이 유도해 실습의 기회를 넓혀주고 발음과 문장을 일일이 교정해주는 정성으로 학생들로부터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Julie가 이번 주부터 6주간의 휴가를 떠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문제는 그녀를 대신해 온 Rachel의 수업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선생 자신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점, Teaching에 대한 의지의 부족, 당연히 Skill도 없다는 점, 따라서 여러 면에서 Julie와 비교할 때 정성이나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불만의 이유다.

 

급기야 독일에서 온 우타는 강양에게 'I hate this teacher'라고 귓속말로 자신의 소견을 밝히더니 바로 오늘부터 결석을 했다. 2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지난 주부터 Julie수업에 참여했던 그녀는 앞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몰타의 따뜻한 햇살 아래 형편없는 Rachel을 저주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작정이라는 후문이다.

 

우타의 결석을 궁금해하던 에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에마는 아예 이 참에 레벨 3으로 교실을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은 원래 더 실력이 높은데 레벨테스트 때 너무 긴장해서 지금 레벨보다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쥴리에게 배울 때는 없었던 이유가 이틀만에 생긴 것이다.
아무튼 여전히 모르는 구석이 많은 영어지만 그 영어가 약인지 독인지는 가려낼 줄 알 만큼 우리의 실력과 눈치와 요구도 아주아주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가 보다.



>> 첫 번째 사진은 김군이 처음에 듣던 'Level 1'클래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Beginner' 클래스의 모습이다. 레벨 1 클래스에선 한국인이 4명이었던 반면 비기너 클래스에 한국인은 나 하나 뿐이다. 비기너 클래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왼쪽부터 Rene, Maria, Edith, Audrey 그리고 Jarslava다. 맨 아래 사진은 학원 전경. 1층에 Subway 카페테리아가 있고 쉬는 시간 학원 앞은 햇빛을 쬐려는 남녀노소들로 북적인다. 좀 더 직진해 왼쪽으로 꺽어지면 몰타의 '신촌'이 펼쳐지는데 특히 주말이면 피해갈 만큼 시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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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한 주가 지나갔다.

처음 레벨 테스트를 보며 긴장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주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강양의 선생은 잉글리쉬인데다가 교수법도 무척 맘에 들어 흡족한 가운데 수업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갑자기 배드뉴스가 생겼다. 굳티쳐인 '쥴리'가 6주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선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런던 출신으로 영국에서 선생을 하다가 프로모션 회사로 전직 한 후 현재의 몰티즈 남편을 만나 결혼, 몰타로 정착하면서 다시 선생이 된 쥴리. 런던 친정에 잠시 들렸다가 미국 플로리다로 휴가를 즐기러 갈 것이란다.
강양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회계사를 하는 율크, 역시 스위스에서 쉐프 겸, 의상디자인을 하는 에마, 베를린 출신으로 나오미 와츠 등 유명인들의 영화 의상을 만든 경험이 있는 우타, 옥토버훼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바리안 만프레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중인데 잠시 휴가철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일본인 유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악씨디를 팔다가 여행을 꿈꾸며 몰타에 온 동경 출신 마키, 프라하에서 교직에 있는 수잔나, 마지막으로 항상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중국소녀 보니. 강양반의 학생들은 대부분 3주에서 길어야 한 두달 정도만 몰타에 머물 예정인지라 다시 쥴리를 보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자세한 급우들 소개는 다음 기회에) '수연은 반드시 다시 보게 될거야. 약속해'라고 쥴리 선생이 강양에서 인사를 건냈어도 서운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선생은 레이첼. 옅은 구릿빛 피부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몰티즈 여성이다.
그렇다면 레이첼의 수업은? 결론적으로 불만족스럽다.
모든 선생이 쥴리 같을 수는 없지만, 쥴리와 리이첼을 비교했을 때 레이첼의 수업은 말을 훈련할 기회도 적고, 이해도나 흥미도도 많이 떨어진다.

수업 내내 반을 바꾸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데(이 학원은 반을 바꿔달라면 언제든지 바꿔준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오늘의 뉴훼이스 에버린이 나에게 찰싹 붙었다. 홀랜드의 19살 소녀 에버린은 어제 새벽에 도착해서 이번 한 주 동안만 영어를 공부할 계획이란다.
일주일간 영어 공부하러 몰타에 왔다고? 유럽인들의 영어 공부는 우리랑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는 정말 공부하러 온 것 같지가 않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에버린은 다시 내게 다가왔다.
결국 어찌어찌 하다가 에버린은 우리집에 처음 초대된 외국인이 되었다.(한국인은 4명 있었다) 김군이 급조한 김밥과 중국산 김치라면으로 대충 접대한 후 오늘 저녁 웰컴 파티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에버린이나 강양이나 그닥 능숙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주 내내 아무래도 같이 붙어다닐 것 같다.
내일은 숍들이 밀집한 슬리에마에 같이 가자나?

이 아니면 잇몸이라더니, 영어공부에 선생 아니면 친구?(그것도 20살이나 어린!)

웰컴파티 가기 전에 오늘 수업 복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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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년 19세. 관광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네델란드 소녀 에버린. 춉스틱 사용이 처음이라는 에버린은 포크를 거부하며 어렵게 라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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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함께 사용할 플랫 메이트가 모두 확정됐다. 다음주 토요일인 19일에 경남 하동과 5월 초 부산에서 오는 밝은 목소리의 두 여성이 그들이다. 우리는 집을 구한 뒤 네이버의 '몰타스토리'라는 카페를 통해 플랫메이트를 구하는 공고를 냈었고 결국 이들은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하게 된 것이다. 한국문화에 관심 많은 영국인과 그의 절친한 이태리 친구가 우리와 함께 살 플랫 메이트라면 좋겠다는 야무진 상상을 품었었으나 그런 경우는 몰타에 산악동아리가 생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앞서 사진에서 봤겠지만 한 방에 두 개의 싱글 침대가 있는 구조라 가급적 동반 2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가장 무난했겠으나 공고를 낸 후 이 조건에 맞는 지원자는 없었다. (전혀 없진 않았지만 이미 1명이 결정된 후의 지원이었던지라 불가능했다) 결국 개인별로 몰타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우리가 이 집에 머무는 기간과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들을 정해 그들을 플랫 메이트로 받아들이게 된 것.

마음고생도 조금은 있었다. 현재 몰타에 머물고 있는, 그리고 곧 방을 나오거나 옮겨야 하는 다소 다급한 사람들이 우리 집을 보러오곤 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입주를 원해왔다. 당장 시급한 문제도 있었고 넓고 쾌적한 집이 맘에 든 탓도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들, 특히 기간이 조금씩 맞지 않아 이들을 되돌려 보낼 때는 여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거 괜히 넓은 집에 산다는 유세 떨면서 사람들 약만 올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때는 이거저거 따지지 말고 선착순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들과 헤어지며 '추후 연락드릴께요'라는 인사를 건넨 뒤 며칠 후의 나쁜 소식을 누가 전할 것인지를 놓고 강양과 김군은 잠시나마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아무튼,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두 명의 친구들이지만 그간의 이메일 교환과 전화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이들의 이미지는 밝고 활기찼다. 하동에서 오는 친구는 출국 일주일을 앞두고 지금쯤 들뜬 마음을 한껏 즐기며 열심히 짐을 싸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틈에 몇 가지 부탁을 건넸는데 김군의 집에 있는 인터넷 무선공유기를 하동집으로 보낼테니 가져와 달라는 것과 그밖에 이곳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자잘한 것은 부탁한 것이다. 김군은 심지어 작은 병에 든 새우젖을 부탁하기도 했고 뒤늦게 농촌에서 쓰는 밀짚모자도 부탁했다. 일단 공유기와 새우젖까지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뒤늦게 주문한 밀짚모자 메일을 아직 확인 않한 그녀가 과연 그 우스꽝스런 모자를 쓰고 몰타 공항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부산서 오는 30대 여성은 이색적인 면이 있다. 한국 요리라면 왠만한 것은 자신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우리와의 연락에서 "친구가 어쩌면 휴가를 맞아 플랫에 올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함께 지낼 수 있나요?"라고 물어온 것이다. 우리는 '뭐 며칠 묶는 거라면 문제 되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더 밝히기를 친구는 남자이고 독일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에 며칠 씩 친구가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에게는 저렴한 원룸이나 독방을 쓸 수 있는 플랫이 가장 적합하고 그녀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쉽게 찾아지지 않을 듯 싶다. 원룸의 경우도 한달에 400유로 즉, 60만원이 넘는 월세와 추가될 각종 공과금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본인도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곧 성수기라 방이 귀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한 달 더해 10월까지 몰타에 머물 그녀는 당분간 이 집에서 생활하며 남자친구의 숙소를 마련하거나 혹은 다른 방도를 천천히 모색해보겠다고 했고 우리도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쓰던 모든 요리 집기를 거의 몽땅 들고 오겠다는 그녀의 의지와 가끔 함께할 독일인과의 대화는 이 집안 모든이들에게 흥미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각자의 프라이빗이 침범당하는 별스러운 사건도 발생하겠지만..

넓은 집에서 매일 한 얼굴만 보다가 좀 다른 얼굴을 보게 되는 것도 설레이는 일인가 싶다.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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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살기로 한 집을 영상으로 공개한다. 글라이드 캠을 이용, 촬영한 덕에 좀 더 부드러운 영상이 나왔다.
Posted by dalgonaa

로이와 요커는 홀랜드에서 온 남녀다. 요커는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고 좀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위해선 영어가 필수적인 관계로 학원을 찾았다고 했다. 로이 역시 영어가 필요해 왔겠지만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 안난다. 소니아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온 20대 초반의 여자인데 치아교정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 앞에서 속시원히 웃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제 밤에 라면을 먹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얼굴이 좀 퉁퉁 부어 보였다. 마크스는 다른 반에 배정됐다가 그곳 수준이 자신에겐 다소 높다는 판단에 따라 하향지원을 한 신념가다. 그는 독일에서 왔고 의자를 만든다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한국에서 온 들이다. 김군까지 포함하면 무려 4명의 한국인에 라스트 네임이 씨인 사람이 4명이다. 재미보다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학원측의 반 배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첫 날이니 잠자코 수업을 경청했다. 앞서 밝혔다시피 나의 리스닝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절감케 한 시간이었고 특히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인 만큼 이만저만 긴장된 게 아니었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요커가 새파란 눈을 치켜뜨고 반에서 가장 훌륭한, 그리고 정확한 발음과 문장으로 내게 Where are you from을 물었고 나는 반에서 소니아 다음으로 형편없는 발음으로 Im from Korea라고 답했다. Korea는 너무 천편일률적이라 I came from Il-san in Korea라고 답할까 잠깐 생각했었으나 그렇게 되면 낯설기만 한 Il-san이 혹시 요커의 호기심을 자극할까 순간 걱정이 됐고 결국 천편일률을 택했다.

 

초급자들을 떠맡은 캐서린은 몰타 출신의 영어 선생이다. 60대를 바라볼 나이로 추측되는 그녀의 영어 발음은 오늘 인터넷을 설치해주고 돌아간 기사 아저씨보다 결코 낫지 않았다. 몰타의 모든 학원들이 모든 수업을 영국식 발음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은 바 있었다. 몰티즈나 영국인이나 인종적으론 모두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으나 언어적으로는 아무래도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된소리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캐서린도 이에 속했고 그 경향이 기대하지 않게도 뚜렷했다.

 

반면 강양을 지도하는 Julie의 발음은 영국 본토에 가까운 발음을 구사한다고 한다. Job~이라거나 Not~옷이라거나..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런던의 구질구질한 날씨와 지중해 햇살을 맞바꾼 잉글리쉬이기 때문이다. 레벨1과 레벨2의 수준 차이는 종이 한 장일 수도 있으나 그 현실은 이처럼 다르다.

 

아무튼,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동안은 바보로 살아가야 하는 답답함을 참아야 할 테다. 별 수 없다. 그저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외우는데 장사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돌파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걱정되는 문제는.. 혹시라도 뒤늦게 문제는 결국 내가 바보라는 거야 를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지금 막 나가려는 '웰컴 파티'는 어쩌면 그것의 힌트를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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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디어 집안에 인터넷 훈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땡볕 아래를 헐떡거리며 집에 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만들어먹고 있던 중에 인터넷 기사가 방문해 능숙한 솜씨로 모뎀을 설치해줬습니다. 한국보다는 좀 못하지만 속도도 제법 나옵니다. 아파트를 함께 나눠 쓸 메이트를 구하는 글을 '몰타 스토리'라는 네이버 카페에 올렸는데 오늘에서야 그에 대한 문의 쪽지를 확인했고 이에 답하느라 잠시 정신이 없었습니다.

강양은 방에서 낮잠에 빠져들었고 김군은 이렇게 짧으나마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일산 집 근처에 있는 '우야우야'라는 삼겹살집이 어찌나 생각나던지 그 왁짜했던 분위기와 입에 맴도는 맛의 기억을 떨쳐내느라 무지 힘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먹고 싶은 것을 못먹는 괴로움을 삽시간에 잠재울 막강한 걱정꺼리가 나타났는데요, 바로 오늘부터 다니기 시작한 영어학원입니다.

곧 자세한 내용을 전하겠지만, 강양은 오전에 있었던 테스트에서 레벨 2를 받은 반면 김군은 레벨 1을 받았습니다. 레벨이 높을 수록 상위 그룹입니다. 김군을 가르치는 '캐서린'은 다소 구겨진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몰티즈이고  강양을 가르치는 선생은 영국식에 가까운 발음을 구사하는 선생입니다. 문제는 김군이 레벨 1을 받고도 캐서린의 이야기 절반 이상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캐서린의 발음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역시 결정적 문제는 김군의 부족한 듣기 능력이겠죠.

아무튼 인터넷이 개통된 것을 축하해주시고 보다 열심히 여러분들께 인사드리고 안부 전하겠습니다. 어떻게 정신없이 쓰다 경어체의 문장이 됐습니다. 그러려니 해주십쇼. 오늘 저녁에는 첫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참가하는 '웰컴파티'가 가까운 Bar에서 열립니다. 맥주병 하나씩 들고 되던 안되던 영어로 통성명이나 하는 자리입니다. 김군은 썩 내키지 않지만 강양은 욕심을 냅니다. 다녀온 뒤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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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art라는 작은 잡화점이 있다. 몰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꼭 찾는 가게다. 왜냐면 그곳에는 신라면과 너구리, 그리고 김치라면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추장과 된장, 심지어 쌈장에 식초도 만날 수 있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한국산 쌀도 들어온다는 몰타 주인의 말이다. 우리는 그날을 주목하고 있다. 신라면은 들어오는 대로 동이 나는데 쌀 역시 마찬가지라는 소문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다 짐작하듯이 이곳 쌀 정말 맛 없다. 다음 주 금요일이면 학원을 다닐 시기인데 수업 마치는 대로 곧바로 가게로 달려갈 계획이다. 금요일의 한국 유학생들, 모두 운동화 끈을 졸라매지 않을까?



>> K-mart 앞에 어김없이 펼쳐져 있는 자동차 야채상. K-mart의 '자자한 명성'을 보여주는 조악한 사진 입간판. 해찬들과 순창에서 나온 각종 장. 500g 고추장이 한국의 3배 가격인 1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대부분의 진열 제품은 낯선 중국식재료가 90%를 차지한다. 

                                              

      >> 빨간 라면과 빨간 루즈, 볼 수록 묘한 사진. 가게 주인의 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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