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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4 매혹의 빛깔, 코미노 2

>> 봄베이 사파이어 JIN  / 사진출처 : 업로드 에러로 주소가 사라져 다시 찾고 있음.. (싸이 블로그에서 퍼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블로그를 찾을 수가 없네. 댓글은 남겼으니 혹시 사진 주인께선 이곳에 오신다면 댓글 좀 남겨주시길..)

작년 이맘 무렵, 오랫동안 살사춤을 춰온 친구가 '홍대에서 최근 각광받는 술의 하나'라며 들고 온 것이 '봄베이 사파이어'였다. 투명한 Jin을 담아낸 연한 비취빛의 병 색깔이 유난히 곱게 느껴졌던 술로 맛도 깔끔해서 이후 진토닉과 함께 가끔 즐기곤 했다. 마침 그 빛깔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처럼 맑고 깨끗하며 그 빛깔에 취해 정신을 놓게 만드는 곳이 이곳 몰타에도(이런 곳이 지구상에 몇 곳 있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드디어 어제 다녀왔으니.. 그곳은 바로 코미노(Komino)다.

섬나라 몰타는 총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가장 큰 것이 몰타, 두 번째가 고조, 그리고 이 두 섬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떠있는 섬이 바로 코미노다.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작은 섬이면서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는 영화 '트로이'가 촬영된 장소라는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어 사람들에게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섬이기도 하지만 코미노의 매력은 역시 봄베이 사파이어의 병 빛깔처럼 매혹적인 물빛에 있다. 보라.



액체로 이뤄진 사파이어가 있다면 코미노는 그 주요 원산지의 하나가 아닐까?



그 값진 보석은 몸에 두르기 보다는 보석 자체에 몸을 내던져 온몸을 적시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장식이자 보석을 만끽하는 방법일 터.

집에서 버스를 타고 골든베이를 지나 40분만에 도착한 Marfa Point. 이곳은 코미노는 물론 고조로 출발하는 대형 선박이 출항하는 중간 규모의 항구다. 코미노 행 페리 선착장에 다가가자  텅빈 주차장으로 인해 더욱 휑해 보이는 공간에 작은 매점만 있고 매표소는 없다. 바닷바람과 태양에 찌든 얼굴로 목에는 깁스를 한 50대가 다가와 "코미노?" 하고 묻곤 1인당 10유로(왕복요금)를 내란다.

함께 동행한 플랫의 시니어 지희가 살짝 콧소리를 섞어 깎아달라자 1유로를 깎아 9유로에 배를 탄다. 흥정이 된다는 얘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근데 꼭 여자가 흥정해야 깎아 준다고..

배는 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소형이며 오전 9시부터 정시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우리는 10시 배를 탔다. 20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고 10시 좀 넘어서자 배가 출발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이때 강양 왈 "여기 바람은 끈적임이 없네? 대개 바닷바람은 소금기를 머금어서 끈적이기 마련인데.." 아마도 이는 습하지 않은 지중해 기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이날의 가장 큰 실수는 김군이 챙긴 Video Camera의 테이프가 전에 파워보트를 담은 테이프였다는 점. 이날의 기록은 결국 미놀타 카메라의 몫으로만 남고 말았다. (강양으로부터 '꾸사리' 엄청 먹고..)



약 15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배는 코미노, 정확히는 블루 라군(Blue Lagoon)에 도착했다. 물 빛깔에 모두들 시선을 떼지 못한다. Blue Lagoon은 '푸른 산호초'라는 뜻으로 애초 이곳이 산호 군락지였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바다 바닥은 모래가 아닌 새하얀 산호 가루. 산호가루는 모래보다 거칠고 굵은 탓에 먼지를 일으키지 않아 시야감이 훌륭한데 푸른 빛깔의 비밀이 바로 거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산호가 없는건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집근처 스킨스쿠버 클럽에선 코미노 스쿠버 투어와 강습생을 모집하는걸로 봐서 그래도 일부 산호가 섬 어딘가에 자라고 있지 않을가 추측할 뿐.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살짝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어디서 바라봐도 물 빛깔은 매혹적이다. 파라솔이 끝나는 모서리 지점이 승객들이 내리는 선착장. 이미 도착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처럼 버스와 배를 갈아 타가며 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의 보트나 요트, 또는 슬리에마, 발레타 등에서 출발하는 전세 여객선이나 보트를 타고 온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파라솔과 비치의자는 모두 유료이며 각각 5유로의 요금을 받는다. 저 뒤로 보이는 큰 섬이 고조다.

물 속에 몸을 담그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물이 차다. 그간 물놀이를 즐겨온 클럽비치나 집근처 수퍼마켓 앞 바닷물의 수온과 확실히 구별됐다. 내리 꽂히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있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을 듯 싶었다. 실제로 그늘 하나 없는 바닥에 앉아 있다보면 몸은 금방 달궈졌고 이를 식힐 방법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하지만 이곳이라고 결코 모든 것이 매혹적이지는 않다. 먼 옛날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섬인 탓에 용암이 물과 만나 갑자기 식어버린 접경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현무암으로 가득 덮혀있다. 슬리퍼 없이 오갈 경우 발바닥에 전해지는 압력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한다.
(아래 오른쪽 위 사진)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 이미 '업자'들이 비치의자를 깔아 점령해놓은 곳(그나마도 매우 협소)을 피해 자리를 잡다보면 결국 경사진 울퉁불퉁 현무암 바위에 자리를 잡고 눕는 수 밖에는 없다. 물론 그늘 한 점 없다. 그럼에도 서양 친구들은 따가운 햇살을 기꺼이 즐긴다. 우리로선 도무지 엄두가 안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우산 3개를 준비해 왔고 하나씩 펴든 뒤 첫 번째 사진의 누워있는 언니들 옆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매점의 가격은 한국과 달리 바가지 상혼은 심하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볶음밥, 사과, 맥주, 과자를 다 싸들고 온 덕에 안사먹어봐서 가격은 모르겠다.



집에 돌아갈 시간. 6시가 마지막 귀환선이지만 역시 사람들은 5시 귀환선을 타기 위해 대거 몰려들었다. 과연 한 배에 이 모든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6시 배로 밀려버리면 어중간한 그 사이를 오로지 태양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선착장을 가득 메운 이들 역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페리사는 주말의 승객운송패턴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2대의 페리를 준비해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태운 것. 그 센스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배는 사람들로 빈틈없이 채워졌고 우리는 배의 지붕으로 이어진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장 전망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시동이 걸리고 어지러운 요트 사이를 뚫고 배가 나아갔다. 수평선을 향해 기울고 있는 태양은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햇살을 쏟아냈고 피부에 와닿는 따가움은 속도를 더할 수록 세차지는 바람이 식혀줬다. 그런데 갑자기 승무원이 올라와 "배가 기울었으니 반대편쪽으로 앉아달라"고 한 마디 하고는 내려가는게 아닌가? 혹시나 우리를 끌어내리려는건 아닌가 순간 긴장했었는데.. 다시 한번 속으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린 서둘러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페리는 올 때와 달리 갈 때엔 서비스로 코미노 섬의 절경을 잠시 감상할 기회를 준다(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박수)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올려다보는 절경은 그런대로 볼만 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해저 화산의 폭발로 만들어진 기이한 조각품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으로 다듬어낸 표면, 그 밑에 펼쳐진 눈부신 바다와 비경에 환호하는 매혹적인 지중해의 여성,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을 일상으로부터 뛰쳐나오게 만드는, 기꺼이 받아들일 유혹이 아닐런지..


 


그가운데서도  우리에게 환호를 선사하며 일상의 탈출을 도모케하는 진정한 유혹은 바로 아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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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몬 한 조각 띄운 봄베이 JIN 한 잔과 더불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