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7.21 휴가의 첫 날 풍경
  2. 2008.07.19 휴가의 시작?
2주 간의 휴가가 시작됐다. 그러나 마냥 들뜨고 즐거운 시간만은 아닐 것 같다. 그간 차일피일 미뤄오던 영상 아르바이트 작업을 고민중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취재, 영어도 아직 서툰 상황이니 그 부담은 더 크다.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에는 지금이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이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영상을 납품할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개편으로 폐지된다면, 뭐 그것도 어쩔수 없는거지만 상실감은 분명 있을테니 그 전에 작은 몫이라도 챙겨두는 것이 우리에겐 유리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갈 길이 워낙 멀기 때문이다.

오늘 내일중으로 서울로 연락을 취해 프로그램과 관련해 담당 PD와 협의를 하려고 한다. 여전히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소재를 하면 좋을지, 우리가 미리 건넬 아이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제까지 마치면 좋을지 등등..

지난 주 초부터 앞집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아침 6시부터 해머드릴로 벽을 부수고 있는데 소음이 여간 심한게 아니다. 창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부수고 있는 벽의 범위를 가늠해보니 이번 주 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동생에게 책을 몇 권 부탁했는데 내일 중으로 우체국을 통해 부친다고 한다. 그 편에 귀마개용 스펀지도 부탁을 했다. 메모리 폼으로 만든건데 마침 우리집의 플랫메이트가 사용하는 것을 빌려 써보니 효과가 뛰어나다. 숙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귀마개는 50개가 와도 짐스럽지 않지만 책은 상당한 짐이고 부담이다. 9월 이후, 그것들을 짊어지고 다닐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라도 읽으려는 이유는 이곳 지중해, 특히 유럽과 관련해 우리에겐 그 지식이나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지중해 구석구석을 잘 돌아다니려면 그것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근데 당장 먼저 필요한 것은 돈도, 책도 아닌 귀마개일 듯 싶다.



>> 주방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두 사내. 열심히 벽을(정확히는 천정을) 까내고 있다. '몰타는 공사중'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하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에는 공사장이 많다.
Posted by dalgonaa
블로그 제목이 '휴가'면서 왠 새삼스레 '휴가의 시작'인가 싶을텐데 지난 석달 반동안 줄기차게 달려온 영어수업을 2주간 쉬기로 해서다. 학원측에 미리 얘기해뒀으니 바로 오늘 토요일부터 또다른 휴가가 시작된 셈이다.

6개월 정도 머물며 학원다니는 사람들은 중간에 한 번 정도, 대략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Break를 걸어 인근 국가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우리도 이 대열에 동참할 생각으로 한동안 유럽지도를 놓고 이래저래 선을 그어가며 계획을 짰었지만 결국엔 펼친 지도 고이 접어 책 사이에 껴놓고 그냥 이 뜨듯한 섬에 계속 갇혀있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곳 몰타야말로 휴가를 보내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 아닌가! 하루종일 물과 그늘진 비치 침대를 오가며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휴가지의 낭만이 아닌가 말이다. 더욱이 2주 안팎의 짧은 영어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다른 유럽인들은 이곳 휴가지의 시간을 무슨 전화카드처럼 생각하는지 10원도 남김없이 다 쓰고 가겠다는 기세로 잠도 물리쳐가며 밤거리를 헤매고 있고 아직 이곳을 오지못한 수많은 유럽인들이야 말로 축축한 대륙에서 뽀송뽀송한 햇살만을 고대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덧 일상으로 느껴지는 이곳 생활에 염증이 두터워지면서 그것이 눈을 잠시 가려 딴생각을 품었던 셈인데 아무튼 먹거리와 책 몇 권 집어들고 집과 비치만을 주로 오갈 새각이다. 이참에 한창 물오른 수영을 완벽히 마스터함은 물론 수영과 낮잠 사이를 오가는 틈틈이 이런저런 공상이나 즐기면서 향후 계획에 대한 대강의 밑그림을 좀 더 선명하게 그려보려고 한다.

고민의 하나는 영상 아르바이트 문제다. 돈을 넉넉히 쟁여놓고 하는 여행이 아니다보니 돈 벌 기회가 있다면 틈틈히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처지다. 마침 그럴듯한 기회가 있기도 해서 시간과 계획을 잡고 뛰어들면 되겠건만 이놈의 게으름은 먼 타국에 와서도 우리들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는다. 해서 이번 휴가 기간에 이 매듭도 어떻게든 풀어내도록 애쓸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 귀찮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기란.. 크흐흑..)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