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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3 산 삐에뜨로 성 CASTELLO ST. PIETRO 2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3. 20:04

숙소에서 관광객들로 바글거리는 줄리엣의 발코니까지는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한다. 거기에 10분을 더 얹으면 베로나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CASTELLO ST. PIETRO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어제는 그곳에 올라봤다.

아디제(ADIGE)강의 풍부한 수량덕에 베로나는 일찌기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로 성장했다. 크기에 있어 밀라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원형 가까이 갖추고 있어 그 옛날 눅눅한 역사의 향기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다. 아래 흐르는 것이 문제(?)의 아디제(Adige)강.

베로나 시민의 생명인 동시에 일년에 한 두 차례씩은 꼭 홍수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절망의 강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은 수원지에 해당하는 Lake Garda(베로나로부 50km 북서쪽에 위치한 드넓은 호수)에 Mori Torbole tunnel이 완공되면서 홍수의 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한가롭다.


얕은 산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 평화롭게 한 자리씩 차지한 집들도 아름답고 길고 높게 뻗은 나무들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베로나를 비롯한 이탈리아 북쪽 사람들은 정말 잘 산다. 최근 한 조사를 보면 스위스와 맞닿은 VALLE D'AOSTA 주의 한 도시는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1억 5천만원에 이르는 반면 이탈리아의 구두 코에 해당하는 CALABRIA 지역의 경우 소득이 640만원에 그쳐 소득격차가 16배에 이르렀다고 하니 북부와 남부간의 감정적 골은 더 깊어질 듯 하다.

합법적인 장기집권을 누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우두머리 베를루스코니는 그러나 그런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최근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불법행위 의혹과 소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원에서 총리면책법안을 통과시켜 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이끌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이를 앞장서 주도한 이들은 그가 속한 우파연합.

이탈리아의 주요 방송과 신문, 출판사와 광고사, 심지어 이탈리아 사람들이 죽고 못사는 축구단까지 소유한 베를루스코니다 보니 그 기간은 물론 그가 총리직에 오르기까지 저지른 범죄만도 어마어마해서 한 집계를 보면 14년 동안 2,500번 법정에 서고 법정 소송비용으로 2,740억원을 썼다고 7월 23일자 문화일보는 전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고 가정해 본다면 이탈리아의 정치, 사회적 처지가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대략 짐작이 되리라. 그렇다고 지금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더 나은 처지에 있다는건 결코 아니다. 한국경제와 사회를 부동산 가격으로 줄세우고 그 가진 자들만의 잔치에서 가장 확실한 재미를 본 건설사 사장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나은 이유는 뭐겠나?

마냥 낮잠만 잔다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겠지만 볕이 정말로 좋다면 그 아래 누워 세상시름 다 잊고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좋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햇살을 즐기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저들, 그리고 저들을 한가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참 팔자 좋은 팔자임에 틀림없다.

위태롭게 걸터 앉은 사람들, 그러나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그 아래 둔덕이 있어 떨어져도 중상은 피할 수 있다. 아래 집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0분만 걸어가면 우리가 현재 묵고 있는 숙소가 나온다.



PONTE PIETRA(피에트라 다리)에서 올려다 보면 피에뜨로 성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찌기 군사적인 요새로 주목받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군대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아온 참으로 피곤한 성이다. 평화가 찾아온 지금은 총칼을 든 군대가 아닌 카메라로 무장한 관광객들이 요새를 향해 매일같이 돌격하고 있다. 베로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전리품으로 챙길 수 있으니 전투는 치를만한 가치가 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