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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7 철거 9
한국 Korea 160409~2013. 11. 7. 21:56

시즌 2의 새로운 시작은 철거서부터다. 

철거는 화요일에 진행됐고 그 전날에는 주방의 모든 집기와 도구들을 

몽땅 홀과 뒷편 주차장 한 구석에 쌓아두었다. 

코스트코에서 사다리 하나 사면서 박스는 산더미처럼 싣고 왔는데

그것도 모잘라 안써서 먼지가 얇게 앉은 고무다라까지 동원됐다. 

최대한 보기좋고 깔끔하게 정리한다고는 했지만

쌓여있는 모습들을 보노라니 그 심란한 풍경이 남들 볼까 두려울 지경이다. 

이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가장 궁상스레 보여지는 것들은 

역시 냄비와 밥그릇, 국자 따위의 주방집기들 아니던가.







화요일 아침 8시. 

미니 포크레인이 트럭에서 내려지고 있다. 

철거는 동네 상수건축 사장님에게 의뢰를 했다.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작업이 많으신 분인지라 2주 전부터 캐스팅 전화를 돌렸는데

철거 들어가기 3일 전에서야 겨우 시간을 내서 가게를 찾으셨다. 

사장님의 분야는 딱히 정해져있지 않아서

수도꼭지 가는 것에서부터 건물 신축까지 모두 해낸다. 


저간의 상황을 설명드렸고 철거 당일 날 인부 몇 명 데리고 오실 줄 알았는데

요즘은 미니 포크레인이 훨씬 수월하다며 포크레인 기사를 한 명 캐스팅해 오셨다. 

 트럭에 업혀다니는 저놈은 원래 농촌에서 각종 농사일, 가령 수로를 내거나

과수원의 땅을 파는 용도 등으로 개발이 됐다가 지금은

도심의 마이크로한 현장에 투입돼 그 진가를 뽐내고 있다고.

쓰임이 워낙 좋다보니 대형 포크레인이나 저 미니 포크레인이나 

하루 대여료가 거의 같다는 말에 깜놀.  

건물 꼭대기층에 엘리베이터도 타고 올라간다는 말에 다시 깜놀.

 







일명 '쁘레카' (breaker)를 장착하고 시멘트 벽에 대고 몇 번 치니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벽체들. 

1시간이 채 안되서 벽 하나를 모두 털어내는 모습에 정말 입이 쩍 벌어졌다. 

큰 덩어리로 떨어져 나오는 벽체도 몇 번 콩콩 찍어내니 잘게잘게 부서져버린다.

그렇게 쌓인 돌덩이들은 다시 바가지로 갈아 끼운 뒤 슥슥 긁어모으고 퍼담아

옆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에 부지런히 쏟아부으니 그게 또 금방이다.









저 작업을 인력으로 덤볐다면 하루로도 부족할 일이다.

높은 곳엔 아시바를 설치해 그곳에 딪고 올라가 작업을 해야 하지 않던가.

그렇게 쏟아진 돌멩이는 다시 포대자루에 일일히 손으로 담아 등짐을 지고 

차로 옮겨 실어야 하고..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고 오래걸리고 위험하기 짝이 없나 말이다. 

 오래전부터 늘 그렇게 해왔던 일이지만서도 

저런 기계의 거짓말같은 속도와 능력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처럼 공구 욕심이 많은 남자들이라면 결국 이렇게 혼자 나즈막히 속삭일테다.


'하나 갖고싶다'







오른쪽이 기존의 우리 가게.

왼쪽이 새로 사용하게 될 공간.

정확히 두 배가 넓어지는 건 아니고

원래 왼쪽 공간의 뒷쪽 일부분을 벽을 세워 주방으로 사용해오다가

이번 기회에 완전히 확장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암튼 왼쪽공간은 모두 주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좁고 필요한 장비를 놓을 공간이 부족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사전에 각종 기구 배치를 반복 시뮬레이션하며 작은 빈틈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도록 생각을 많이 투자했다. 








벽체를 모두 털어냈고 홀보다 약 20센티 높았던 주방 바닥도

모두 긁어내 홀과 높이가 같아졌다. 

주방 바닥이 높았던 이유는 상하수도 배관을 설치하고 

그것의 보호를 위해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발랐기 때문이다. 

새로 꾸미게 될 주방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단을 높이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오른쪽에 보이는 경사로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지붕 부분인데

그 윗부분은 비록 평탄치 못하지만 저렇듯 빈 공간이어서 

역시 역면의 벽을 털어냈고 앞으로 달고나의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게 될

중요한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방 바닥은 타일을 붙일꺼고 트렌치는 역시 따로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진은 오늘 목요일의 모습.

바닥은 콘크리트 가루 범벅이고 쌓아올린 집기들은 비닐도 벗겨져 나가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썼다. 

40미리짜리 각 파이프가 쌓여있고 그 위를 용접선이 어지럽게 지나간다. 

이미 금속작업은 시작됐는데 홀과 주방을 나누는 경계의 벽은

저처럼 각파이프를 사용하기로 했고 석고보드 등으로 속을 채운 뒤

표면은 흰색 타일을 두를 계획이다. 


상수동 까페의 주인은 친구인 홍마담이지만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은 '형님'이다.

우리는 그를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우리 가게의 수쉐프인 쏭지는 나를 '목수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형님과 목수님이 힘을 합쳐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