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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7 안드레아와 돌로레스에게 먹인 한국음식 Andrea and Dolores 10

지난 주 금요일, 우리에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쳐 온 안드레아를 집으로 불러 저녁을 먹였다. 그의 여자친구 파올라를 함께 초대했으나 그녀는 마침 베를린에 가 있어 못왔고 안드레아는 학교 친구인 돌로레스를 데리고 왔다. 광화문 액트에서 일했던 진행이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와 외모에 깜짝 놀랐는데 학교는 이미 졸업했고 지금은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가 그룹에서 일하며 아프리카 수단인에게 이탈리아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알파벳부터, 그래서 힘들다고.

변변한 음식사진 하나 찍어놓질 못했다. 게으름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니 때를 놓치는건지, 아마 두 가지가 섞인 것일텐데 찍어야지 찍어야지 하면서 번번히 놓친다. 이때마다 음식사진을 열심히 올리는 블로거들을 보면 그 노력과 정성이 대단하다는걸 새삼 느끼곤 한다. 

안드레아와 돌로레스에겐 목이버섯만 빠졌을 뿐 쇠고기와 시금치, 양파, 당근, 그리고 간장, 참기름으로 제대로 맛을 낸 잡채와 짜장밥, 해물파전, 그리고 좀 색다른 시도로 고추고기전을 준비했다. 고추고기전이란 우리가 흔히 먹는 동그랑땡 재료(갈을 돼지고기에 각종 채소와 양념으로 반죽)를 반 가른 고추속에 집어넣어 계란을 옷을 입혀 기름두른 팬에 익혀내는 그것이다. 지난 주 엘리자베따와 엔리코를 초대한 자리에서 도미구이로 히트쳤는데 이번엔 이 고추고기전이 그 기록을 이어갔다. 새로운 접시를 내갈 때 마다

고추는 우리가 먹는 큼직하고 길쭉한 청고추를 쓸까하다가 바로 옆에 피망과 고추를 접목시킨 듯한 모양의 고추가 있어 이놈을 썼는데 잘했다 싶은게 훨씬 크고 아삭하고 고기소도 고추 속에 넉넉히 들어갈 만큼 넓은 공간을 갖고 있고 어떤 고추는 제법 매콤한 향을 내 고추전을 하기에는 그만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생긴 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손으로 아삭아삭 뜯어 포도식초와 올리브유로 버무린 샐러드를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뜨끈하게 튀겨낸 제법 큼직한 고추전 2개를 얻어내니 레스토랑의 세꼰도(메인요리로 주로 고기난 생선류)에 견줄만큼 폼새가 그럴듯하다. 김군은 고기요리에 생강쓰기를 좋아하는데 너무 많이쓰면 향이 맛까지 압도해서 망치기 일쑤지만 아주 적당히 써주면 요리의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이날 고추전에도 생강을 썼고 은은한 향이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데 그만.

안드레아와 돌로레스는 고추전은 물론 짜장밥을 먹을 때도 숟가락 대신 젓가락 쓰기를 고집했는데 우리를 의식해서라는 생각과 나름 연마된 기술을 선보이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특히 돌로레스는 젓가락을 서양인 답지 않게 사용이 제법 능숙하다. 다만 잡채를 먹을 때는 당면의 탄력과 미끌거림에 무척 애를 먹었지만 그럼에도 끝내 포크를 집어들진 않았다. 잡채는 중국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맛과 비슷하다며 한국음식과 중국음식이 비슷하냐고 묻길래 손을 휘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보니 잡채는 중국음식의 맛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안드레아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파전. 두 사람이 열심히 파전을 먹고 있는데 사실 파전은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서 먹여본 모든 서양인들이 그 맛에 열광했다. 이탈리아의 피자 못지 않은 다양함과 인기를 누리는 우리의 부침개 문화를 한국에 와서 직접 접한다면 아마 환장하지 싶다. 녹두전, 굴전, 김치전, 호박전..

안드레아와 작별인사는 이렇게 마쳤지만 지난 번 그의 집에 갔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손수 담근 올리브유와 와인식초를 선물로 받아온 우리로선 그게 아무래도 걸렸다. 해서 고추전을 넉넉히 준비했고 이 가운데 절반을 별도로 통에 담았다가 안드레아가 떠날때 부모님에게 해드리라고 건네줬다. 안드레아의 입이 귀에 걸린다(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밀가루 옷만 살짝 입히고 아직 계란에 담그지 않아 원재료에 가까운 것, 안드레아에게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지 쉽게 설명했다. 사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 않나?

근데 오늘 일요일 아침, 안드레아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해먹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요리하는거냐고.. 그날 안드레아는 제법 취해서 갔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