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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30 제주도 여행의 완성은 바다수영 3
카테고리 없음2013. 9. 30. 16:31

9월 초 어느 일요일, 

제주도 비행기 티켓 가격이 성수기에 비해 몇 십프로 떨어졌고 그걸 핑계삼아 티케팅을 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월요일, 제주도로 떠나는 아침 첫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날아갔다.

우하하하


짜여진 계획은 없다. 

충동적이었던만큼 우연적 사건에 기대보기로 한 여행.

이번 여행의 특별한 점은 가게서 함께 일하는 쏭지도 동행했다는 점.

쏭지는 제주도가 처음이면서 동시에 비행기 여행도 처음이다. 

그녀에게 비행기의 거대한 날개와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올망졸망한 풍경을 기꺼이 양보했다.





떠오른 태양이 아직 지평선을 많이 벗어나지 않아 

낮은 돌담을 비춘 아침 햇살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제주도의 풍경.

저 아래,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계획된 것 없는 여행이지만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만큼은 정해뒀다.

나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은희네 해장국.

6천원이라는 착한 가격, 

붉은 기름 둥둥 식욕을 방망이질 하는 비주얼과 

그 속에 잠자코 잠겨있는 콩나물, 선지, 당면, 그리고 고기 몇 점.

원산지를 따지는 까탈스러움을 이 순간 만큼은 내려놓기로 했다. 


한라산 한 병 주문해 어제의 피로를 아침, 이곳 제주도에서 풀어낸다. 낄낄..

붉지만 맑은 깍두기, 그 옆에 푸른 청양고추. 

문득 동남아스러운 컬러의 조화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식당에선 풋고추대신 청양고추를 낸다. 어딜가나. 그래서 한 입 베어물곤 내려놓고 만다.

아흐 매워라..






제주시를 출발, 무작정 동쪽으로 고고.

언제나 그렇듯 일주도로를 따라 가다가 해안도로가 나오면 그 길로 냉큼 들어가고 

마을이 이쁘다 싶으면 주저없이 내려서 산책을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이 곳은 조천의 어느 집.

마치 물로 씻어낸 듯 깨끗한 길과 검은 담벼락.

무심해보이는 담장 넘어 집안은 신세계를 감추고 있다.

그게 궁금해서 기웃기웃..






함덕 도착.

바람은 가을인데 태양은 아직도 여름이다.

아차..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게 이번 여행의 최대 실수.

설마 수영을 하게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왜냐면 가을이니까.

물이 차서 감히 들어갈 엄두를 못낼꺼라 예상했는데 왠걸. 

이 순간 제주도의 저 맑은 일렁임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손짓했으니..

오랫동안 몸에 밴 관습들은 생활의 편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지 않던가.

옷을 바닷물에 적시는건 철없는 아이들이나 할 행동일지라도 이 순간은 꼭 그래야겠다.

그것이 인생을 망가뜨리기라도 하냔 말이지.

게다가 여긴 제주도 아닌가.

도시의 그물같은 질서를 떠나 탁트인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날아온 바로 그 곳.







그래서 들어간다 천천히.. 

쏭지 들어가고, 이를 지켜보던 강양 들어가고

마침내 나도 들어간다. 







여름 휴가를 제주도로 떠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성수기를 피해서 봄, 또는 가을 어느 쯤에 오곤 했다. 

그리고 그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서야 그 바다에 몸을 맡겼으니.. 

이 순간, 제주도가 진정 우리 가슴속으로 넘치도록 들어왔다.


수영을 마치고 인근 화장실로 향하는데 마침 다른 곳에서 우리처럼 평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긴 젊은 커플이 비에 젖은 생쥐같은 몰골로 옷을 말리고 있다.

왠지모르게 밀려오는 동지애.

푸르름의 유혹에 기꺼이 멀쩡한 옷을 적신 그들의 낭만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잊지못할 추억이 되리라.







함덕을 출발, 다시 가던길로 나서자 곧 이어 나타난 김녕.

고통의 감동? 선글라스의 검은 막도 소용이 없는 새하얀 모래사장의 눈부심이 그랬다.

그 실체를 맨 눈으로 확인하려 오히려 선글라스를 벗는 아이러니를 선사하는 곳.

함덕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닷가는 성수기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우리같은 때늦은

여행객 일부가 제 놀이터인양 바다를 품는 행운은 누리고 있다. 


어휴.. 저 바닷빛깔 어떻게..







바다수영도 했고 보석같은 풍경도 눈이 시리도록 즐겼다.

성산을 코앞에 두고 그 여운을 한라산 맑은 한 잔으로 풀어본다. 

으하하하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

푸른 하늘에 수놓아진 흰 구름이 아름답다.

최근에 슈스케를 보니 바로 이곳에서 탑텐 선발을 했다지.

이곳에서 새삼 느낀거지만 제주도에 있는 사람들의 절반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행 내내 정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만났다. 

땅도 엄청 매입하고 있다는데 좀 남겨두길..







섭지코지를 벗어나 남원으로 향하던 중 잠시 목 좀 축이자 해서 들른 까페.

이 까페, 솔직히 좀 우습게 봤는데 이 한라봉 슬러시를 맛본 뒤 

나의 교만을 반성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장님.







저녁은 흑돼지구이 먹기로 결정하고 어디서 먹어야하나 검색하다가 서귀포에 어느 식당 낙점.

성산과 표선 중간쯤에 숙소를 잡고 아직 함덕의 소금끼가 그대로인 몸을 깨끗이 씻어낸 뒤  

서귀포로 열심히 차를 달렸다. 헌데 이게 은근히 멀다.

해는 떨어져 어두운데 숙소로부터 너무 멀리 가고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눈에 띈 어느 흑돼지집 간판.

무엇보다 열어놓은 차창을 통해 고기굽는 냄새가 우리의 초조한 발길을 결국 붙잡고 말았으니..

간판이 인도하는 길로 들어서자 안쪽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수령이 수십년 됐을 아름드리 나무 아래서 동네 주민들이 옹기종기 고기를 굽고 있다.

주로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기에 소주 한 잔.

보아하니 여행객은 우리뿐인 듯.


모듬 흑돼지를 주문하니 한 켠에서 초벌로 익혀주고 이걸 우리가 다시 익혀먹는 시스템.

삼겹살, 목살, 항정, 갈비살 네 종류를 섞어주는데

양념이 안된 생갈비살맛에 넋을 빼앗겼다. 

돼지고기는 제주도 흑돼지, 그 가운데 갈비살이 진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야외인탓에 조명이 사진에서처럼 어둡고 채도가 약하다. 

 좀 더 밝은 조명아래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즐겼다면 

최고의 흑돼지집으로 꼽아도 손색없을 식당.







산내들 게스트하우스.

어제 남원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려 표선 부근 일주도로를 달리던 중

길가에 간판을 보고 전화를 거니 마침 빈방이 많은지 우리에게 저 방을 5만원에 내줬다.

식당 별관도 안내해주고 라면도 가득하니 출출하면 언제든 끓여먹으라는 친절까지.

각자 침대 하나씩을 꿰차고 편안한 휴식시간.

텔레비전도 있고 화질도 좋고 

에어컨에 최신형 제습기까지 갖춘 호화로운 방.

잘 묵고갑니다 사장님.







예정없이 떠난 여행이니 행선지도 내키는대로.

지금 오르고 있는 곳은 제주도에서 가장 높다는 다랑쉬오름.

일전에 제주도에 왔을 때 용눈이 오름을 우연찮게 오른 뒤 오름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그 용눈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랑쉬가 있다.


입구에 다랑쉬 오름에 관한 정보를 읽다보니 가까운 곳에 다랑쉬굴도 있다는데

이곳은 제주 4.3 사건의 가슴아픈 비극이 뭍혀있다고.

참 이쁜 이름이건만..








에~~(일본식)

정상에 올라보니 패러글라이딩을 준비중이다. 아싸, 구경꺼리 생겼다.

아예 자리잡고 앉아 구경.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흥미로운 추억꺼리 하나가 쌓이는구나~







하늘은 높고 그 아래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름 능선을 타고 바람이 불어오자 순식간에 낙하산이 날개를 활짝 펼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날개가 펼쳐지면 주저없이 저 아래 가파른 능선으로 내달리면 된다. 

Go Go!







두둥실 떠오른 낙하산.

전문가가 조종하고 그 아래 탑승자는 여유롭게 비행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한동안 비명이 멈추질 않았으니..

보는 이를 미소짓게 만드는 비명.







다랑쉬 오름의 최정상부근에 도달해 뒤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그림같은 풍경.

저 멀리 성산, 그 보다 가까이에 오름들, 그 위에 알록달록 낙하산.







다랑쉬 오름을 떠나며 사진 한 장. 

정상까지 대략 20~30분 정도 걸리는 듯.

천천히 오르면 조금씩 고도가 변하면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풍경도 달라진다. 

저 아래는 옥수수 밭인가? 

이런 사진을 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풍경을 본다.


아참, 내려오는 길에 검게 그을린 청년 하나가 제몸보다 큰 낙하산을 메고

힘겹게 오르길래 잠깐 인사를 나누고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물은 것에 대해 청년이 답하길,

'제주도에 살고 패러글라이딩이 취미고 당연히 낙하산은 자기꺼고

가을은 구름이 높아 마음만 먹으면 그 구름 높이까지도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고

매년 패러글라이딩 대회도 열리며 자신도 그 대회에 참여한다'고.


대개의 우리는 휴일이면 집에 콕 박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거나

막히는 국도에 꼼짝없이 갇혀있곤 하건만

하늘로 올라가 구름을 만지는 인생이라니.

정상 한 켠에 점처럼 낙하산이 비행중인데 아마 그 청년이려나..







그래도 제주도에 왔으니 옥돔이 빠질 수 없다.

서귀포의 한 식당.

올 때 마다 찾는 식당이지 싶다. 







바로 이거지.

외돌개의 천연 풀장.

오래전 화산이 만들어낸 이 신비한 풍경은 단지 눈으로 보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온 몬 던져넣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누군가 '제주도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한다면 고개 길게 끄~덕.

역시 수영복 없이 반바지 차림으로 다이빙.


물 깊이는 3미터는 족히 넘을 듯.







꽉 찬 1박2일 여행의 마지막은 고기국수.

매번 찾는 노형동의 유명한 이 국수집.

손님은 넘치는 반면 일손은 늘리지 않아서일까?

국수를 바로 삶아서 내야 하건만 피로연 국수마냥 미리 삶아놓은 국수 위에

고기와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는 식이다. 

지난번에도 면이 불어 영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으니 이러기로 방침을 굳힌걸까?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른 것들에도 심술이 나는 이 심뽀는 뭘까?




비록 기대했던 마지막 식사에 실망하긴 했지만

제주도는 그런 사소한 실망에 연연케하는 섬이 아니다. 

육지에 있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