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7 오랫만에 쓰는 글 10
  2. 2009.04.07 비니탈리 끝 4
한국 Korea 160409~2009. 12. 17. 01:47
안녕들 하신가?
참 오랫만에 글 쓴다.

휴..
10시가 넘어 가스불을 끄고 파스타 삶는 통을 내렸다.
토마토와 크림, 올리브 오일로 범벅이 된 7개의 팬도 싱크대 통에 던져졌다.
오전 10시에 출근,
새벽 1시는 돼야 대부분의 정리가 끝나는 일상.

오늘로 오픈한지 20여일 째로 접어들고 있다.
2주를 갓 넘긴 식당은 운 좋게도 안착하는 느낌이다.
음식에 대한 평도 좋고 서비스나 분위기에 대한 인상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어느새 애정을 갖고 찾아주는 단골도 생겼고
이런저런 루트로 정보를 듣고 먼길을 찾아와주는 손님도 있을 정도니
다행히 6개월 안에 망하는 80%의 가게 대열에 끼지는 않을 것 같다.

매주 3회에 걸쳐 요식업 중앙회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위생교육 현장에는
매번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데
이를 액면으로만 놓고 이야기하면
한 주에 900여 곳의 식당이 새롭게 문을 연다는 얘기가 된다.
부푼 기대를 안고 창업을 준비중인 이들 앞에서 연사로 나선 이른바 '위생교육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 중에 80%는 6개월 안에 문을 닫을 겁니다.
그리고 나머진 10%는 1년안에 문을 닫게 될꺼구요"

통계로 잡힌 수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니 결코 헛말은 아닐테지만
망하는 대열에 내가 포함될꺼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고스톱 판에 끼어들면서 설마 내가 돈을 잃겠는가 하는 심정과도 같다.
아무픈 패는 쥐었고 1타 치고 까보니 피 두장 가져오는 기분에 가깝다고나 할까..

대신 몸은 망가져가고 있다.
무거운 팬을 흔드느라 팔뚝에 파스 3장을 붙였고
손가락은 오이 썰다 베어 밴드를 붙였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런식의 사고들이 더 자주 있을 테다.
요리사들이 앓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가 호흡기 장애라는데
그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불 앞에서 기름이 타고 순간 증발되는 산소와 팬 위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로
순간 기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당에 와본 손님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의 하나가
주방 너머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일텐데
뜨겁게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차가운 조개나
해산물 따위로 던져 넣으며 순간 불길이 치솟는 경우가 많다.
'플람베'라고 해서 화이트와인을 끼얹어 순간 열기를 식히면서
동시에 비린내 스민 가스를 태워버리는 과정에서도 불길이 치솟곤 한다.
먹을 것을 기다리는 손님 입장에서야

"음.. 내 음식이 맛나게 익어가고 있고나.."

하며 신기롭고 흐믓하게 바라보겠지만
그 앞에서 선 요리사는 잔뜩 인상구긴 얼굴로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한 번은 불길이 워낙 크게 번져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
조개에 탄 맛이 베어버려 몽땅 버리고 다시 요리를 하기도 했다.
탄 맛이 적당히 베이면 불맛이라고 해서 입맛을 돋궈주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을음맛이 나서 입맛을 버리니 미련없이 음식을 버리고 새로 요리해야 한다.
함께 요리하는 최경준군이 오늘은 그만 라구소스를 홀라당 태워버리고 말았다.
솥 밑바닥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다른 요리에 열중하다가 그만 벌어진 일이다.
약 3킬로의 돼지고기와 같은 양의 토마토소스, 그리고 당근, 샐러리, 양파, 허브등이
들어간 아주 맛있고 고급스런 소스인데 전체에 살짝 탄 맛이 베이고 말았다.
탄 맛을 잡아주는 비책이 있다는데
한 번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어쩔수 없다. 버려야지.. 흑..

휴..
두서없는 글이라도 이렇게 올리면 좋은데
정말 몸이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안믿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찜질방에서 잠을 잤고 앞으로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우리 각각의 집이 있는 의정부와 상일동은 출퇴근 하기엔 너무 멀다.
이젠 찜질방이 집같다.
어서가서 쉬고싶다.
 이불보따리도 들고 다니고 있고 뜨끈한 탕에 몸 좀 녹인 뒤
눈에 안대하고 귀마개 막고 누으면 주정뱅이의 고성방가에도 아랑곳않고 잘 잔다.
이런 우리를 위로하고픈 이들은 지갑에 현금 두둑히 채우고 식당에 밥먹으러 오시라.
아직 발길이 주저스러운 이들을 위해
조만간 먹음직스런 사진들을 올리도록 하겠다.

Posted by dalgonaa


끝났다. 베로나로 출근하듯이 타던 왕복 3시간 20분의 기차여행도 오늘로 끝이다. 부지런히 포스팅을 해야 할텐데 뭘 어떻게 포스팅할지 머리가 딱 막혀버렸다. 아무래도 좀 쉬었다가 뭔가 떠들고싶어 근질거릴 때 해야지 싶다. 오늘 마지막 비니탈리 행사장을 다녀올 때는 조금 모험을 시도했으니.. 바로 무임승차. 물론 결코 자랑꺼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봤다. 핑계를 댄다면 숱한 연착에 대한 앙갚음?

볼로냐와 베로나를 오가는 노선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밀라노로 올라가는 길목의 모데나 경유 노선. 또 하나는 베로나까지 곧장 올라가지만 완행처럼 10개가 넘는 역을 가다서다 반복하며 가는 노선, 이렇게 2개다. 시간으로 치면 그래도 후자가 조금 더 빠르고 티켓값도 저렴해서 우리는 주로 이 노선을 이용했다. 근데 참으로 신통한건 이 노선이 티켓검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 비니탈리 여정에서도 그랬다. 짐작컨데 여러 역을 정차하는 통에 티켓검사 할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 추측할 뿐. 매번 티켓을 사도 검사를 안하니 슬쩍 호기심, 만용, 절약정신 등이 발동했고 결국 오늘 용기내서 감행해 본 결과는 대성공. 이 노선을 공짜로 이용할 한국인은 우리말고 누가 또 있을까? 바르게 살자. 가급적.. 참고로 2인 왕복 티켓가격은 한국돈으로 45,000원 정도.

두 도시를 기차로 오가고 끼니도 대충 때우고 그런 속으로 와인을 마셔대니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 이제 행사도 끝났으니 오늘 화요일부터는 다음주 수요일 출국을 위한 정리와 준비에 서서히 들어가야지 싶다. 그 일이 만만찮다. 어휴..

마지막 날의 풍경 1.



풍경 2.




풍경 3.

사실 매일 저런 모습이었지만 병째 들고 나와 길거리에서 마시는 모습은 오늘에서야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왜냐면 마지막 날엔 오픈한 와인을 부스에 두고 프로듀서들이 오후들어 다소 일찌감치 떠나면 이 주인없는 와인을 저런 젊은이들이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며 챙겨와 한자리씩 잡고 마시고 떠들며 저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종이박스에 콜크 따진 와인들을 모아 챙겨담아 행사장을 나서기도 하는데 문에서 감시요원들이 제지하는 통에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곳의 와인을 반출이 안되는게 원칙이라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