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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5 크리스마스 이브 15
  2. 2008.12.24 아침풍경 A morning with much fog 2
한국 Korea 160409~2009. 12. 25. 15:59
크리스마스의 낭만이란 주로 연인들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혜택인 것 같고
그 달콤함을 즐기는 장소는 모텔 다음으로 식당이 아닐까?
그들의 낭만을 절정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우린 주방안에서
날선 칼의 위태로움을 아슬아슬 피해가며 양파를 썰고 고기를 썰고
허브를 썬다.
손에 잔 상처들이 많아졌고 잔주름도 늘어났다.

오너가 된 입장에선 제 몸이 다소 부상을 입더라도 
밀려들어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기 마련이지만
함께 일하는 경준이에겐 '이제 그만!'을 외치게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경준이 친구와 통화중에 주고받은 말 한 마디,

"요리사들에게 크리스마스? 그저 평일보다 좀 더 바쁜 날일 뿐이지"

평소 밤 9시면 빈 테이블이 절반이 넘었을텐데
어제는 11시가 넘어선 시각에도 손님들이 들어왔으니
크리스마스의 시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가 더 많았던 하루는 주방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는데
다시 공사판 시절로 돌아간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자정 무렵의 주방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돼 있었다.

도마위에 널부러진 칼 들,
그 옆에 뒤섞인 각종 채소들,
씽크대에서 세척을 기다려야 할 프라이팬이
냉장고, 작업대 밑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왔고
그 편에 접시와 굴껍질 등도 함께 딸려 나왔다.

뭐 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그때 딱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화장실 가는 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름 고심해서 내놓은 문어요리와 훈제 오리가슴살 요리는
연말까지 주욱 끌고가기로 했다.


Posted by dalgonaa

 아침 7시에 눈을 뜨니 창밖이 붉그스레 밝아온다. 점퍼를 챙겨입고 카메라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기막힌 풍경. 어제의 안개는 어느새 낮은 곳으로 차분히 물러앉았고 그 위로 깨끗한 겨울공기가 쨍하다. 곧 아펜니노 산맥을 뚫고 태양이 솟을텐데 그 전에 서둘러 이 풍경을 담기로 했다. 세장의 사진을 파노라마로 이어봤는데 형편없는 실력을 보지말고 스케일과 분위기를 보시길..^^

 
오늘이나 내일, 성탄절 미사가 열리는 성당이나 기웃거려봐야겠다. 파이프 오르간과 성가대의 합창은 우리에겐 멋진 '공연'일 터. 집엔 맥주와 와인도 차곡차곡 재워뒀으니 파스타 삶고 돼지고기 구으며 지직 거리는 텔레비전 보면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테다. 맛있는 저녁들 드시라!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