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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9 최근 근황 6
한국 Korea 160409~2010. 4. 29. 10:19
친구가 2달 간의 일정으로 쿠바로 떠났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느 홍대에서 살사를 추는 친구였는데
직장은 버리고 살사는 계속 추기로 했다.
 한 마디로 남은 인생 잘 놀다 가기로 뒤늦게 결정한 셈인데
매혹의 살사를 낳은 남미는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며
여행책자 한 권 챙겨들고 떠났다.
해서 그 친구의 집이 비워졌고
지금 그 빈집에 들어가 살고 있다.
당분간 찜방은 안가도 되고
때로 먼 의정부집에서 노량진 새벽시장에 오느라
출근시간보다 일찍 서두르는 일도 없게 됐다.
이 친구 집에서 노량진까지 차로 10분이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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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 저장을 위해 냉장고를 새로 구입했다.
헌데 문제가 생겼다.
냉장은 너무 쎄서 피클을 얼리고 있고
냉동은 약해서 아이스크림이 물렁물렁해지고 있다.
해서 요즘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못내고 있는데
특별히 아쉬워하는 손님도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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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주차장에 지난 공사때 사용하던 간이 테이블을 갖다 놓고
의자도 놓으니 나름 소박한 휴식공간이 만들어졌다.
허나 최근 이어지는 궂은 날씨로 인해 그 자리에 그렇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상황.
얼마전 구입한 다종다양한 허브들을 분갈이해 그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으니 보기에도 좋고
회색빛 골목길을 오가는 원룸족들에게도
신선한 눈요기가 되고 있진 않을까 살짝 나만의 기대를..
햇살 뜨거워지기 전에 파라솔 우산도 하나 가져다 꽂아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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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주방을 어떻게 하면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틈만 나면 고민하는데
그런 결과로 몇 군데 선반을 추가로 매달았고
제 자리를 못찾아 나뒹굴던 몇 가지 것들을
정리해 넣었다.
밀려오는 뿌듯함.

업데이트가 잘 안되는 이유는
일이 바뻐 미처 이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탓도 있지만
컴퓨터가 손 닿는 곳 가까이에 없는 이유 또한 크지 않나 싶다.
해서 언제든 가까이서 토닥토닥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선반이든 뭐든
주방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볼까 하는데..
걱정 하나는 바쁘게 일 끝내고 잠시나마 휴식, 또는 멍때리고 있어야 할 바로 그 시간에
블로깅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과연 그 주옥같은 시간을
이것과 맞바꿀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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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식었던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슬슬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웬일이니..
가끔 자전거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부품값을 체크하고 있다.
어릴 때 부터 자전거를 좋아해
아랫집 민기네 자전거를 빼앗다시피해 혼자 타고 놀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내게 주고 가신
선물 또한 자전거였다.
97년도엔 급기야 자전거를 둘쳐메고 유럽으로 날아가
100일간의 여행을 감행하기까지 했으니
자전거는 분명 내게 남다른 물건이자 때론 동반자다.

유럽에서 돌아와 제법 거액을 들여 새로 자전거를 구입했고
이놈을 타고 서울 도심을 정말 쏜살같이 내달리곤 했다.
특히 몇군데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출퇴근용으로
 탔는데 한때 중랑구 망우동에서 홍대 사무실까지
40분만에 주파하곤 했다.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택시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출근시간 때 막히는 도로위에선 정말 그랬다)
수 천 킬로미터를 타고도 사고 한 번 나지 않은 것은
나름 막강한 기계적 파워(가벼운 본체, 정확한 기어물림과 뛰어난 제동력)로 무장한 자전거여서 가능도 했고
다년간 다져온 라이딩 실력도 보탬이 됐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 한 켠 기둥에 매어놓고 퇴근해서
아침에 돌아와보니 이런..
누군가 기둥을 동강내고 자전거를 훔쳐가고 만 것이다.
앞이 막막해져 왔다.
그저 비싼 자전거라서가 아니라 그놈과 함께 
길바닥에서 쏟은 땀과 열정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였다.
한동안은 아침에 잠에서 깨
더 이상 자전거가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는
우울감에 젖어들기도 했다.

달리 수소문할 방법도 없고
그렇게 가슴을 새카맣게 태우다가
자전거도 내 삶에서 쓸쓸히 지워져 갔다.
어느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4발짜리 자동차.

시마노 XT기어와 브레이크,
캐논데일 프레임으로 짜여진 그 자전거,
지금도 손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핸들의 감촉과 날렵한 라이딩의 
그 순간순간이 내몸에 아직도 저장돼 있고
그 기억이 무척이나 그립다.

아무튼 가게 일로 바쁘고 자전거 탈 시간은 도무지 없는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자전거가 휘발유에 불길 붙듯이 
타오르는 이유는 뭘까?

사진찍는 후배가 언젠가 남긴 한 마디가 잠자던 본능을 깨운 것일까?

"선배, 저 올해 석달 정도 자전거로 일본 돌아다니려구요"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