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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0. 3. 22. 12:08
달력에 의하면 봄이 왔지만 
실제는 겨울이 그 자리를 냉큼 내주지를 않는 듯 싶다.
꽃샘추위, 참 잘지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
그래도 가게 앞 화단에는 어느새 연두빛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물도 잘 안주는 게으르고 못된 주인의 손길 아래서도 잘 자라고 있었구먼. 

봄맞이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추운 겨울을 붉은 빛으로 데펴줬던 식탁보를 걷어내고 
4월에는 산뜻함이 묻어나는 식탁보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을 돌아야하고 잘 어울릴 색감과 디자인의 
원단을 골라 박음질 해야한다. 

10일 전 부터 주방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공감독이 
최근 옷만들기를 배우고 있다면서 봉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 많은 걸 혼자 해치우기는 힘들테니 재미삼아 해보라고
몇 장 정도는 맡겨보려 한다. 

새순을 내고 있는 가게 앞 화단의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는 봄꽃을 심어보려 한다. 
요즘 화원에 봄 한 철 피고 지는 예쁜 꽃화분이 
가격도 저렴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놈을 심어 꾸미면
색색의 꽃에 가게 손님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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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뒤편 주차장에 노는 공간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키워볼까 한다. 
바질 정도는 요리할 때 마다 그때그때 뜯어 쓰면 편할 뿐 아니라 싱싱한
상태로 요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바질 얘기가 나와선데 요즘 바질 값이 100그램에 2만원이다.
기가 막힐 지경으로 값이 올라 바질의 대량 구입을 중단했고
숭어 가르파쵸의 드레싱 양념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곤
몇 가지 해산물 파스타 요리에서 바질을 빼고 있다.

대개 그렇듯 바질도 여름 작물이어서 겨울에는 자라지를 못한다.
특히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고 폭설도 많았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크게 올라
남는게 없다고  판단한 바질 농가(얼마 있지도 않지만)가 재배를 접으면서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며칠 전 가락동 시장을 돌다 바질을 취급하는 몇 집 가운데 한 집이
100그램에 1만6천원에 준다고 했으니 이문이 좀 줄더라도
이 집에서 조금씩 구입해 써야겠다. 
일부 요리에서 빼자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다. 


봄 요리도 고민중인데 요건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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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볼 때 하루에 많게는 5곳을 돌기도 한다.
지난 주 쯤인가가 그랬는데 부족한 접시를 구입하기 위해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양평점 코스트코, 마포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망원시장의 정육점까지. 
이들 모두는 이제 달고나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되었고 
이들과의 긴밀한 생존의 끈은 느슨해질 틈이 잠시도 없다.
최근엔 폭등한 채소와 허브 가격으로 가락동 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퀴즈 하나.
이곳 가운데서 김군이 가장 장보기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보자...
질척거리는 바닥이 영 못마땅한 노량진?
차와 사람과 주방기물이 한데로 뒤엉키는 황학동 주방거리?
한 바탕 주차전쟁을 치뤄야하는 코스트코?
은근히 값이 비싼 마포?
아니면 전문성 떨어지는 망원시장?
어딜까?
ㅋㅋ


답은 코스트코.
이유를 간단히만 설명하자면
이곳에만 들어서면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품'에 선택되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고 착각하는 몽롱한 소비자들이 마차같은
카트를 밀고 열심히 물건을 주워담는 곳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대열에 속한 언젠가 구제되어야 할 소비자고. 


가장 재밌는 시장은 황학동 주방거리다.
이 가운데 시간 날때마다 찾는 한영주방(중고그릇가게) 
그릇가게면서 동시에 희귀 골동품가게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쌓여 있는 손때, 기름때 뭍은 그릇과 집기들 사이에 파뭍혀 있다보면
어릴적 다락방에서 보물을 찾기위해 먼지를 죄 뒤집어썼던
그때의 재미가 어느새 솔솔 묻어난다.
비록 그릇가게지만 어른들의 어릴적 모험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공간이랄까?


망원시장은 잘 닦여진 재래시장의 보기가운데 하나이면서 
지역의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 곳이니 좋고
무엇보다 맛있는 파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좋다.

노량진은 애초 점심장사를 마치고 오후에 방문하곤 했는데
 언젠가 새벽시장을 다녀온 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여건이 되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시장에 나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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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가게를 쉴까 하는데
양일간의 결정을 미루고 일단은 월요일에 쉬고 있다.
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그간 못챙긴 것들은 하나씩 정리해가려 한다.
가게문을 닫는다고 해서 가게에 안나가는건 아니다.
오늘 나가서 이번 주 쓸 육수를 끓여야 한다.
에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