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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7 로마 '탈출' 3

지금 현재 몰타. 시간은 오후 1시. 점심먹을 시간이지만 계속 그렇듯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는 많지 않다. 다행인건 수퍼마켓이 많다는 점. 이건 정말 맘에 든다. 어제까지 화창했던 날씨는 오늘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서 간간히 비를 뿌리고 있는 가운데비를 피해 PC방에 들어와 1시간 15분에 3천원짜리 인터넷을 쓰고 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로마, 그리고 지금 몰타까지 거쳐온 여정은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이를 시간 나는 대로 적어놓고는 있지만 인터넷을 쉽게 연결할 수 없는 탓에 마냥 묵혀놓고만 있다. 해서 오늘은 마침 비도 오고 하니 잠시나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몰타로 날아오는 동안은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안한 치안 탓에 혹시 뭐라도 도난 당할까 긴장이 끊이질 않았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비와 하루 9만원에 달하는 숙박비의 부담도 컸다. 특히 가난한 여행자가 부담없이 들락거릴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로마는 거의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여간 심란한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테르미니 지하에 있는 Conard라는 수퍼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전부였는데 저녁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때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건장한 흑인 청년이 사람들의 출입을 한동안 막으며 입장을 조절했다.

화장실이 급해 서둘러 맥주만 사갔고 가려던 우리는 이용료 1천원을 내야하는 유료 화장실을 포기하고 꾹꾹 참으며 수퍼앞에서 어서 입장이 되기를 기다리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찬란한 유적앞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감탄사가 연신 터지는 것이 이곳이지만 그것에 마냥 넋놓고 있다가는 입고 있는 옷까지 홀라당 벗겨지기에 충분한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모든 불편과 불안을 이젠 뒤로하고 지중의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동안 따뜻한 기온과 햇살, 비교적 저렴한 숙소와 깨끗한 환경이 그간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리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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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20분 가량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몰타에 내렸다. 바람이 심한 탓에 살짝 기우뚱 하는 것을 느꼈는데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계단을 통해 내려오자 예상대로다. 지중해의 강한 햇살과 모든 눅눅함을 바삭하게 말려줄 뽀송뽀송한 바람이 머릿결 깊숙이까지 파고들었다. 바람이 제법 쌨지만 여간 달콤한게 아니었다. (계속)



>> 로마 떠나기 전날, 점심무렵부터 하늘은 화창하게 개었다 / 성 지오반니 성당 처마에 올려진 조각상들.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 성당 앞에서 바라본 화창한 하늘이지만 불과 4시간 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하는 동안 하늘은 다시 어두운 구름으로 뒤덮히고 말았다 / 사람들 옷차림을 보라. 온통 파커 차림이다 / 성당 관람을 마치고 버스를 타니 급기야 비가 뿌린다 / 마지막 사진은 몰타로 떠나기 위해 테르미니 역에 도착해 찍은 아침 8시 풍경. 도착한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