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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5 석봉이 어머니처럼
한국 Korea 160409~2014. 1. 25. 16:53


가게에 숫돌을 두고 있지만 지난 주방 공사를 거치면서 이것들을 몽땅 분실하고 말았다.

해서 이전에도 한 번 이용해본적 있는 출장칼 서비스를 이용해보려 했는데

어딘가 붙여놨던 연락처 스티커를 결국 찾지 못해 그마저도 무산.

인터넷을 쳐보니 출장 칼갈이 서비스가 엄연히 뜨는데 

여기에 선뜻 연락을 하지 못하는 심리는 또 뭔지.. 



결국 며칠 전 노량진의 칼 집에 들러 숫돌을 구입했다. 

날 깨워주는 거친 숫돌 하나와 

날을 세워주는 고운 숫돌 하나.


노량진에도 칼을 갈아주는 집이 있는데 

칼 한 자루당 3천원에서 5천원을 받는다. 작은 칼은 3천원, 큰 칼은 5천원.

둥근 원형의 숫돌이 수평으로 고속 회전하면서 칼을 갈게 되는데

고속이다 보니 쇠를 빠르게 잡아먹는 단점이 있어 숙련자가 아니면 칼을 망치기 쉽상이다.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어느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이 거의 꽁지만 남아있는 모습에

리포터가 호들갑을 떨며 세월이 어쩌고 고생이 어쩌고 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혹시 미숙련자의 실수로 칼의 쇠를 금방 깎아먹는 흔적은 아닐까 실눈을 뜨고 보게되곤 한다. 


암튼 숫돌을 이용한 칼갈이는 균일한 힘과 규칙적 운동을 통해서만 이뤄지니

그 과정이 길어지다보면 지루함을 넘어 어느순간 무념무상에 빠져들게 된다. 

아는 후배는 한자연습책을 꺼내놓고 두 어 시간을 꼬박

한자쓰기에 몰입한다고 하는데 그런 과정이 마음을 닦는 시간이라고 고백한바 있다.

칼 가는 과정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이 또한 칼가는 과정. 

쇠 갈리는 소리가 리듬을 타고 규칙적 동작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무렵

마음은 한 편으로 고요해지지만 자칫 방심하거나 실수를 하면

날카로운 날 끝에 내 손가락이 제물로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석봉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것이 칼갈이다. 






왼쪽은 내가 생선잡을 때 쓰는 칼. 

그 옆에 큰 생선 토막낼 용도로 구입한 중식칼.

그 옆에 어디선가 얻은 칼. 사용빈도는 적다. 

그 옆에 정육칼. 육류 정형사들이 발골할 때 저 칼을 사용하는데 칼 날이

급하게 굽어 뼈에 붙은 살을 발라내기 용이하다. 이러저리 후비기 좋다는 뜻.

그 옆에 일식용 데바칼. 

생선을 해체해 포뜨기까지 저 칼을 주로 사용하지만

나는 여전히 맨 왼쪽의 칼을 사용한다. 

다른 스태프들은 데바칼 주로 이용. 

그래서 종종 주방안에서 '내 칼 어딨지?'하면 바로 저 왼쪽의 칼을 말한다.

빨간 손잡이의 칼은 석화 까는 칼. 

다이소에서 1천원 주고 구입했는데 쓸모가 아주 좋다. 






주방 다른 한 켠에 나머지 칼들.

맨 위가 사시미 칼이고 밑에서 세 번째 칼이 우리 주방을 지키는 가장 핵심역할의 칼.






피카소 칼이라고 부르는 이 칼은 달고나가 문을 열 때부터 함께해온 칼로

채소, 생선, 고기 등 종류 상관없이 모든 것을 다듬고 썰어내는데 유용하다. 

우리는 고기를 썰거나 바질, 쁘레쩨몰로를 썰고 다지는데 사용이 잦다. 

돈 잘 벌어오는 맏이같은 존재랄까.

가격도 비싸고 쇠도 좋다. 

저 칼에 손을 밴 사람도 나를 비롯해 몇 된다. 

모두 주방일이 서툴던 시절에 벌어지는 사건이고

나름의 요령과 테크닉이 쌓이기 시작하면 칼질하다가 손을 베는 일은 거의 없다. 


며칠 전에 주방 스태프가 떨어지는 채칼을 무심고 잡으려다

그만 엄지손가락을 살짝 베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금은 많이 아물었지만

그날도 내가 다시금 강조하는 얘기가 떨어지는 칼은 절대 잡아선 안된다는 것. 

추락하는 것을 잡으려는 본능을 적어도 칼에 있어선 안된다는 것을 강조, 또 강조해야 한다. 

주방에서 칼과 관련해 지키는 또 하나의 수칙은

칼은 절대 씽크대 안으로 들어가선 안된다는 것. 

온갖 주방도구들이 섞이는 씽크대에선 바쁘다 보면 아무거나 잡고 설겆이를 하게 되는데

그때 칼이 안에 들어있으면.. 






새로 구입한 숫돌들.

맨 오른쪽이 거친 숫돌이고

가운데가 날을 세워주는 숫돌.

맨 왼쪽은 아주 고운 숫돌로 칼이 갈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정도로 곱다. 

가운데까지만 구입했다가 날을 더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왼쪽것도 이튿날 마저 구입.

맨 오른쪽이 서걱서걱, 중간이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면

왼쪽은 팔운동 소리만 난다. 

세 가지 모두 일본제품. 

가격도 15,000원 안팎으로 싸지는 않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