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파르마 여행에서 노양은 우리에게 푸짐한 저녁을 대접했다. 어찌나 푸짐했는지 왠만하면 음식 안남기는 김군이 허리띠까지 풀어가며 덤볐지만 7부 능선쯤에서 그만 뻗어버리고 말았다. <오늘의 식탐>란을 빌어 그때 먹은 음식도 하나씩 소개해 보자.

오늘은 그 가운데 하나로 사진의 바로 이놈, 이탈리아 요리가 참으로 간단하고 손쉽다는 것을 증명해주기에 충분한 음식이다. 짜디 짠 안초비를 병이나 깡통에서 하나씩 꺼내 시원시원하게 썰어낸 파프리카, 혹은 청피망에 가만히 올려주고 오븐 트레이에 가지런히 배열한 뒤 예열한 오븐에 넣고 그냥 굽기만 하면 그만. 굽는 시간은 중간중간 봐가며 확인하다가 저 정도쯤 됐을 때 꺼내 먹으면 된다.

뻗뻗하던 파프리카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안초비는 그 짭짤함이 파프리카의 수분을 타고 퍼져 전체에 골고루 입혀졌다. 베어 물것도 없고 그냥 한 덩이 입안 가득 품으면 곧바로 행복감이 밀려오는 맛, 생선요리는 아니지만 아주 개운한 생선을 먹는 느낌을 준다. 트레이에 닿은 부분이 살짝 탈 정도로 익혀주면 그 풍미가 더 좋다. 식전에 즐기기에 좋으니 달콤한 맛이 강한 화이트와인과 먹어주면 최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