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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3 파도 1

이맘때 폭풍은 몰타에서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는데 이곳 사람들, 최근 날씨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니 이곳 사람들에게 날씨는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제주도로 놀러 갔을 때 TV 뉴스를 보니 9 뉴스 시작 하기 전 등장하는 종합주가지수 음악에 그래프만 바꿔 제주를 찾은 하루 관광객 숫자를 보여주는 것에 사뭇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학원을 다녀 온 뒤 모처럼 카메라를 들고 출사에 나섰다. 바람은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거셌다. 갯바위로 올라서니 높이 솟구친 물보라가 흩뿌리는 미세한 물입자로 주변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손가락을 빨아보니 짭짤하다. 얼굴, 머리, 옷 할 것 없이 분무기로 뿜는 듯한 바닷물을 흠뻑 뒤집어 썼다.

 

폭풍 탓에 바다가 한 번 뒤집어지면서 각종 오물과 수초들을 잔뜩 뭍으로 올려놨다. 그래선지 그 동안 맡아보지 못한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를 찔렀다. 그 향이 왠지 정겹다. 우리는 여기에 젓갈 냄새가 더해지고 생선 말리는 풍경도 더해지고 그리고 팍팍해진 다리 잠시 쉴 곳을 찾을 즈음에 찾게 되는 풍류는 단연 회 한 사라.

 

갯바위 한 모퉁이 돌면 옹기종기 펼쳐진 고무 다라와 그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내는 아줌마의 억센 손놀림과 얼기설기 놓여진 평상에 앉아 회 한 점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망망한 바다를 넋놓고 바라보는 풍류객들.

록비치를 걸으며 떠올린 풍경이고 입맛이지만
여기는 몰타, 7층 짜리 대형 크루주가 떠다니는 이곳에선 어림도 없다.
한국은 어느새 여름이라는 것 같은데 시원한 파도를 영상에 담았으니 잠시 머리나 식히시길.. (여긴 요즘 아침 저녁으로 선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