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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8 패션 디자이너, 줄리아

오늘 아침 수업시간에 줄리아를 보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왜냐면 어제 웰컴파티를 갔다가 2차로 이동한 FUEGO 클럽에서 나지아를 잠깐 바래다주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는 줄리아를 15분 좀 넘게 기다리다가 그냥 와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시각이 대략 11시 30분.

짐작으로 그녀는 분명 클럽으로 되돌아 왔을 것이다. 왜냐면 줄리아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동행이 있어주길 바랬던 그녀는 되돌아와 김군을 한참 찾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 생각이 뒤통수를 콕콕 찔렀지만 김군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밤 9시부터 엄청난 소음 아래 2시간 반동안 맥주 200ml만 마신 정신으로 손짓발짓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한낮의 영어수업 이상의 정신집중과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이때 에너지가 엄청 소비되기도 하지만 서서히 대화의 소재도 고갈돼가기 때문에 하품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이제 가서 자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귀가를 조금 더 미루기로 한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타군도 안왔는데 너 마저 여기서 내빼면 배신이야"라고 쏘아대는 것 같아 선뜻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셋이 FUEGO로 향했지만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했다.

오늘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줄리아를 만나 어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기다리다가 안오길래 그냥 먼저 나왔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가 씨익 웃는다. 하지만 널 원망했다는 표정도 살짝 묻어났다. 쩝..

줄리아는 27살이고 엄마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만간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다 다양한 현장 공부와 경험을 위해 런던과 뉴욕을 방문할 계획(아직은 의지로 보이지만)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이곳 몰타에서 8월까지라는, 유럽인으로는 매우 드물게 긴 일정으로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 북해에서 멀지 않은 KRASNODAR라는 생소한 도시에서 온 Julia Cherevko. 골든베이 모래사장에서 한 컷. 혹시라도 옷만드는데 한국산 원단이 필요하다면 한국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소개해줄테니 언제든 얘기하라고 그녀에게 일러줬다. 심지어 샘플이 필요하면 보내줄 수도 있다고 큰소리까지 뻥뻥 쳐놓고 말았다. (실크로드 곽과장, 어쩌지?) 아무튼 런던, 뉴욕도 좋겠지만 동대문도 한 번쯤 꼭 방문해야 할꺼라고 있는 동안 세뇌를 시킬 계획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