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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30 아드리아해를 품은 도시, 앙코나. 6

이탈리아 반도에서 종아리 중간쯤에 있는 오래된 항구도시 앙코나(Ancona)에 와 있다. 지난 주말 로마 다녀온 후로 가까운 곳을 돌아다니는데 탄력이 붙었다고나 할까? 어디든 여력이 되는대로 열심히 돌아다니려 하고 먹는 것도 열심히 챙겨먹으려 한다.


3시간 반만에 앙코나에 도착할 무렵 왼쪽창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바다, 아드리아해다. 청아한 옥빛일 줄 알았던 바다는 그러나 뿌연 잿빛. 허나 헤엄치러 온 것도 아니니 가슴 뻥 뚫니는 그 망망함만으로도 좋다. 저 바다를 직선으로 헤어쳐가면 크로아티아가 나오겠지..


그리스 국적기를 단 여객선이 출항을 준비중이다. 그럼 그리스로 떠나는걸까? 어디를 향하건 바다의 한 점으로 떠있을 저 배에 올라보고 싶다.


얼마전만 해도 5시면 어두웠지만 요즘은 6시가 되야 이 정도로 어두워진다. 봄이 오고 있다. 바닷바람이 좀 불지만 차지 않아 기분 좋으 저녁. 하늘빛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고 따뜻한 색의 조명은 김 모락모락 나는 찌개에 술 한 잔 뜨듯하게 마실 집을 어서 찾아보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찾은 집, 라 깐띠네따(La Cantineta). 8시가 넘자 뜨끈한 스프를 찾아 온 손님들로 식당안을 가득 차버렸다. 모두들 인생은 즐겁다며 시끌벅적하는 가운데 제 앞의 접시와 와인잔을 너끈히들 비워냈다.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홍합과 조개를 버터와 와인, 토마토 소스에 알맞게 버무려낸 요리. 씨알이 작은 게 아쉽지만 바다의 깊은 맛은 충실히 살아있다. 곁들여진 빵을 손으로 찢어가며 바닥의 소스를 알뜰하게 닦아먹는 맛이 일품. 아무렴! 바다에 와서 맛이 빠지면 섭하지.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두 군데의 수산시장을 돌아보고 싸고 맛있는 생선을 산 뒤 뻬루자로 돌아올 예정. 내일이 기대된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