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13 만찬 5
  2. 2009.04.09 요즘 볼로냐 6
  3. 2009.02.05 포식으로 괴로웠던 하루, '엑스포 테크노컴' 전시회 5




그저께 볼로냐 시장 정육점에서 사온 돼지고기. 경준과의 볼로냐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준비했다. 좀 얇은 고기가 필요해서 슬라이스를 해달라고 하니 친절한 정육점 아저씨, 하나 썰어 볼테니 두껍거나 얇으면 다시 얘기하란다. 헌데 덧붙일것 없이 딱 알맞은 두께여서 'OK'. 기름종이에 비닐 깔고 그 위에 썰은 돼지고기를 하나씩 올리고 다시 비닐 깔고 하나씩 올리고. 한 조각씩 떼어져 나오니 깔끔하구나.



준비한 돼지불고기 양념장에 절이기. 불고기 양념이야 너무 뻔하니 통과. 참기름을 조금 넣어줘야 맛이 한층 도는데 그건 없어서.


역시 시장에서 구입한 가자미. 머리, 내장 따고 소금에 살짝 절여 햇빛에 말리는 중이다. 구이의 자격으로 만찬상에 오를 또 다른 역군. 이렇게 준비를 하고서 경준의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비스트로로 향했다. 도착하니 경준 왈 "식당에 좋은 스테이크 고기가 들어왔어요. 오늘 그거 먹어요"
 


바로 저거. 요즘 4월 메뉴로 손님들에게 쇠고기 타다끼를 내고 있다는데 그 편으로 들어온 것 중 경준이 따로 챙겨놓은거다. 애써 시장까지 봐가면 준비했지만 돼지고기에서 쇠고기로 바뀐 마당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스테이크, 이게 얼마만이냐? ㅋㅋ 세꼰도를 담당하는 엔리코에게 부탁해 한 점 얻은거니 나름 합법적 고기다. 헌데 이 외에 따로 '꼬불친'게 있으니.. 그건 바로 버섯. 실물은 공개 못하고 나중에 요리된 사진으로나.. 왜냐면 만에 하나라도 주방 사람들이 이곳에서 그 사진을 보면 곤란다하는 경준의 우려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만찬 장소는 우리 집이고 요리는 당연히 경준. 기분좋게 화이트와인 한 잔씩 마셔가며 시작한다. 고기의 붙은 불필요한 지방은 따로 떼어 놓는다. 저걸 버리느냐? 아니다.



그 전에 잠시 와인 얘기. 지난 금요일 집주일 엘레나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집주인이 전화 걸어오면 무슨 일 있나 싶어 은근히 신경이 곤두서곤 하는데 그녀 왈 "집에 있어? 있으면 빨리 아래로 내려와"라고 한다. 무슨 일 있냐고 하니 "아니, 와인 한 병 줄테니까 그거 받으라고" 한다. 엥? 해서 이왕 그렇다면 우리도 빈손으로 내려갈 순 없어서 마침 누굴줄까 고민하던 예쁜 나무젓가락과 전통문양 책갈피를 들고 내려갔다. 방금 장을 보고 오는길인지 차 안에는 장 봉다리가 한 가득이다. 그리고 저 와인을 건네받았고 우리는 젓가락을 건넸다. 싱글벙글 미소와 함께. 잠깐이라도 와인 판매대 앞에서 우리를 떠올리며 와인을 골랐을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한 마디 던지며 부르릉 떠나는 그녀, "부오나 빠스꾸아~" (Buona Pasqua-즐거운 부활절 보내~). 허허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좀 더 길었다면 그녀와도 즐겁게 밥 한 번 먹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당신도 진짜로 즐거운 부활절을 보냈길. 차 안에 맛있는 음식이 한 가득이었으니 분명 그랬을테다. 



엘레나의 와인을 기분좋게 마시며 기분좋게 요리를 지켜본다. 경준 "그냥 식용유 없어요?" 한다. 없다고 하니 그냥 아까 썰어낸 기름덩이들을 올리브유 두른 팬에 저렇게 넣고 볶는다.  



"올리브유는 향이 있어서 고기 맛을 우리는데는 별로에요"  음.. 글쿤. 저것의 용도는 스테이크 위에 끼얹어 먹을 소스를 만드는데 있다. 살점이 좀 더 도톰하게 붙어있으며 그 맛이 좀 더 잘 우러나 좋단다. 수퍼에는 소스를 우리는 목적으로 담아낸 뼈와 질긴 기름이 붙은 잡부위의 고기를 아주 싼 값에 팔기도 한다. 암튼 일단 쎈 불에 저 고기를 던져놓으니 치지직 거리며 요란하게 튄다. "처음엔 손대지 말고 그대로 타게 두셔야 해요".  아 그렇게 익혀내면 곧 기름이 새나와 고기들이 잘 떨어지는데 그렇게 나온 기름은 못쓴다고 버린다. "돼지고기 기름과 달리 쇠고기 기름은 별로 쓸데가 없어요. 일단 기름은 한 번 빼내고 여기에 버터를 넣어 맛을 우려낼 거에요" 음.. 글쿤.


치지직 거리며 소스가 익어가는 동안 거리는 하늘은 어두워져가고 거리는 밝아져가고 배는 고파오고..



한 번 빼낸 기름은 버리고 여기에 버터 넣고 살짝 녹인 뒤 밀가루를 조금 넣고 마저 볶는다. 그리고 마늘과 바질, 소금을 넣어주고 마지막에 물을 조금 부어 약불에서 뭉근히 끓이면 소스는 완성.


곁들임으로 먹을 파쨈. 파를 길게 채썰어 준비하고 기름두른 팬에 설탕, 와인식초를 넣은 뒤 끓이다가 파를 넣고 섞어주며 마저 중불에서 끓인다. 그럼 설탕으로 인해 소스가 캬라멜화 되고 새콤달콤한 파쨈이 완성. 기름은 쪽 따라버리면 그만.


소스가 끓고 파쨈이 익어가고 드디어 고기도 팬에 올려졌다. 전문 요리사와 아마추어가 다른 점은 도구와 불을 쓰는데 있어 공백이나 허점이 없다는 점과 멀티운용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각자 출발은 달랐지만 마지막 완성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오랜, 혹은 잦은 경험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저 오른쪽에 냄비는 그냥 방치돼 있는 김군의 찬밥 모습.



오늘의 요리사. 최경준.


뜨겁게 달궈진 팬에 기름 두르고 다시 버터를 넣은 뒤 곧 고기덩이를 넣는다. "원래 고기를 익힐 때는 버터를 쓰는데 센불에서 하니까 금방 타요. 그래서 기름을 둘러서 버터 타는걸 막는거죠"  덧붙이기를 경준네 비스트로도 그렇지만 스테이크의 경우 주문과 동시에 고기를 익히기 시작하는 레스토랑은 많지 않단다. 먼저 고기의 표면만을 쎈불에 익혀 놓은 뒤 주문이 들어오면 미듐이냐 레어냐 웰던이냐에 따라 오븐에서 주문에 맞게끔 데피거나 익혀내는 식이라고. 경우에 따라선 표면을 빠르게 익혀낸 뒤 속이 익는 걸 막기위해 얼음물에 재빨리 담가 열을 식혀 보관하기도 한단다. 맛에 차이가 있을까?  글쎄..  



익혀낸 고기는 버터 바른 용기에 올려 오븐에 넣는다. 제과제빵과 더불어 이탈리아 북부식의 고기 요리에서도 버터의 용도는 끝이 없는 듯. 폴렌타, 파스타, 리조또.. 이번 비니탈리에서 일본에서 일한다는 이탈리아인 요리사를 만났는데 이 친구 왈, 일본에는 양식의 경우 이탈리아 식당보다는 프랑스 식당이 압도적이어서 버터 품귀현상으로 버터 가격이 엄청 비싸다고 한다. 자신은 이해를 못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는. 넌 버터 안쓰냐고 물으니 "난 뻬루자(중부) 출신이고 우리는 올리브유만 쓴다. 빵을 만들때도 올리브유로만 만든다"고 내심 자부심이 넘치더라는..



Burro. 이탈리아 말로 버터. 살찌우는데 저거만한 특효가 없지 싶다. 경준을 비롯한 마르코 비스트로의 요리사들은 특이하게도 버터를 숟가락을 사용해 떼어내지 않고 그냥 손가락으로 떼어내 사용한다는 점. 왜그러냐고 물으니 "그냥 그게 편해서요"



경준이 꼬불쳐 온 버섯과 샬롯이라는 작고 맛이 진한 양파를 따로 볶아낸 뒤 스테이크 팬에 함께 넣어 마저 익혀냈다. 스테이크는 좀 더 익히겠다며 다시 오븐 속으로. 


오븐에서 3~5분 정도. 스테이크가 익어가는 동안 요리가 끝난 결들임들을 접시에 담고 있다.


요로코롬.. 마늘, 샬롯, 바질, 그리고 버섯. (이름을 까먹었는데 나중에 확인..) 맛이 상당히 진하다는 것이 경준의 버섯에 대한 예찬인데 여느 버섯과 달리 그 풍부함이 분명 남다른 구석이 있다. 미식의 향유를 이렇게 조금씩 경험해 가는구나 싶은.. 허나 경준의 식성이 조금 짠편이라 그 풍부한 맛을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다는 점을 새삼 고백을 한다. 결국 경준의 짠 식성에 대한 얘기가 식사중에 또 다시 화제로 올라왔다. 경준은 예전에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파스타 삶을 때 물에 소금을 조금 넣으라는데 그런 정도는 좀 부족하구요 라면국물 정도의 간 정도로 소금을 넣으면 딱 좋아요" 그러자 강양 왈 "그럼 짠건데?" 그러자 경준 "라면이 짜요? 안짠데?.."



자~ 스테이크도 완성. 속은 멀쩡한 대신 겉이 익으며 쪼그라들어서 동그란 모양으로 변신했다.



썰어보니 흐믓한 웃음, 허허.. 레어라고 해야할지 타다끼라고 해야할지.. 암튼 빛깔 참 곱다.



그렇게 한 점 두툼하게 썰어서 그 위에 소스 쭉~!



시각적 화려함은 없지만 내용 자체는 최상급. 이곳에서 한 접시 먹으려면 최소 30유로는 내야 할 요리.



한 점씩 썰어 낼 때 마다 그 단면에 고기 좋아하는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아로새겨진다. 소금에 찍어먹는 쇠고기도 맛있지만 고기소스에 찍어먹는 이것도 정말 맛있네. ^^  한국사람들이 유난히 기름이 촘촘히 박힌 등심고기를 좋아하는 반면 유럽의 경우 기름기 적은 고기 자체의 맛을 더 선호하지 싶다. 수퍼에서 판매하는 고기의 경우도 그렇고 경준이 챙긴 고기도 그렇고 우리가 얘기하는 이른바 '꽃등심' 부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맛을 알면 이들도 홀딱 반하긴 할텐데.. 그게 소의 종자에 따라 다른건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선 한국 수출용 소에 기름이 촘촘히 박히도록 하기 위한 별도의 사료와 사육법을 쓴다고 들은 바 있다. 고기에 곁들이는 소스의 발달은 어쩌면 그런 환경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참 맛나네요~^^



뭐 거의 육회네.



비니탈리에서 마신다 마신다 하다 끝내 못마신 토스카나의 몬탈치노. 떠나기 전에 기어이 마시리라 하며 와인샾에서 한 병 구입, 마침 때를 만났다. 헌데 제법 비싸게 주고 샀는데 맛이.. 강양은 '몬ㅌ'자가 들어간 와인들, 몬탈치노, 몬테팔고, 몬테풀치아노.. 모두 산자락이라는 뜻을 가진 셈인데 이들 포도주는 영 안맞는다는 결론을. 산죠베제 종이 주요 재료인걸로 아는데 특유의 시큼함이 특징이라 좀 더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반기지 않을 맛이 아닐까. 하지만 이것도 맛들이면, 특히 매우 기름진 요리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후식, 까스띨리오네의 젤라또. 볼로냐에서 최고, 어쩌면 우리로선 세계에서 최고로 맛있는 젤라또 집이라 단언할 수 밖에 없는 젤라또. 경준이 이 집과 관련한 비화 하나를 얘기해 준다. 경준네 비스트로와 까스띨리오네 집은 50미터 정도? 무척 가깝고 비스트로에서 사용하는 후식에도 이 집 젤라또를 쓴다.
"어느 한국인이 저 가게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돈도 안받고 숙박도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단지 일만 하게 해달라고요. 근데 거절당했죠. 저 집에서 젤라또를 만드는 사람을 40대 아저씨, 그 사람 혼자에요. 그리고 절대 안가르쳐 준대요"

우리도 푸대에서 설탕 따위를 바가지로 퍼 올리는 묵묵한 그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본 적이 있다. 그 한국인, 얼마나 낙심이 컸을까..



왼쪽부터 무, 빠나, 피스타치오. 이집의 15가지 메뉴 중 경준이 베스트 넘버 3로 꼽은 것들만 골라왔다. 왼쪽은 메가톤바 맛, 중간은 진한 생크림 맛, 오른쪽은 피스타치오를 듬뿍 갈아넣어 그 맛이 마치 찹쌀떡 콩가루 맛. 이구동성으로 극찬하는 맛은 피스타치오.



쫄깃쫄깃 부드러운 젤라또.



어느덧 깊어진 밤. 써머타임으로 8시는 넘어야 컴컴해진다. 볼로냐를 떠나며,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치며 극진하게 차려먹은 마지막 만찬이었다. 저 요리법, 고스란히 부산으로 옮겨가야지 ㅎㅎ  다음날 아침 일찍 말레이지아에서 피사로 날아오는 친구를 마중나가기 위해 마저 와인을 다 비운 뒤 경준은 집으로 향했다. 이달 말 경 서울에서 다시 만나 삼겹살을 굽자는 인사를 나누고.   

Posted by dalgonaa

어제 이것저것 볼 일이 있어 카메라 챙겨들고 거리로 나섰다. 밥먹고 나온 직후니 배불러 좋고 햇살도 좋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상 딱 이랬으면 하는 생각. 카메라에 찍힌 그림들 가운데 몇 가지 엄선(?)했는데 순서는 심하게 뒤죽박죽이니 그점 참고하면서 감상하시길.


엥, 마지막에 등장할 법한 사진인데.. 암튼, 발코니에서 바라본 북쪽 하늘에 걸린 구름. 저무는 햇살을 받아 살짝 붉게 물들었다. 봄이 되면 이쪽은 으례 그런건가 싶은 것이 저 구름. 작년 이맘때 몰타에서 본 구름도 저처럼 크고 요란했으니 저 구름을 보자 바로 몰타 생각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선 안테나 위에 걸리지만 몰타에서 수평선 너머로 걸린다는 점이 다를 뿐 모양이나 색감이나 분위기가 거의 흡사하다.  한국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TV안테나, 이탈리아에선 흔하디 흔해서 특히 로마 가면 안테나의 절정을 감상할 수 있는데 유서깊은 도시에 걸맞게 요란한 설치예술을 보는 느낌을 준다. 사진에 혹시 점들이 보인다면 째재잭 거리며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제비들의 모습일테고 그도 아니면 먼지일 수도.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아이스크림) 가게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볼로냐의 유명 젤라또 가게 까스띨리오네 앞. 학교를 파한 중학생 한 무리가 가게 앞을 점령하고 열심히 젤라또를 핥고 있다. 이곳 말고 아씨넬리 타워 아래에 있는 한 젤라또 가게 앞도 볼로냐 대학 학생들로 북적이는데 그집껀 아직 못먹어 봤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유난히 젤라또를 좋아하는건지, 젤라또가 유난히 맛있어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건지.. 재밌는건 만약 어느 식당에서 먹은 요리가 맛있어서 레시피가 궁금하다고 하면 주방으로 끌고 들어가 신이나서 가르쳐 주겠지만(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젤라또 가게에서 레시피가 궁금하다고 물으면 쫓아낼 가능성이 높으니 이점 유의. 젤라또에 대한 노하우는 집집마다 비밀이어서 보안유지에 꽤나 신경쓴다. 기본 젤라또의 맛은 어디나 다 똑같이 맛을 내지만 이후 무엇을 얼마나 어느 타이밍에 섞느냐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지고 그만큼 자신만의 독보적인 젤라또로 손님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예술가. 이분 행인들로부터 찬조금 꽤 받으셨다. 왜냐면 바이올린 연주인데다 연주실력이 수준급이었기 때문. 볼로냐의 경우 인디펜덴자 거리에 색스폰 아저씨, 산 비탈레 거리의 아코디언 아저씨가 종종 만나는 예술인이지만 벌이가 그닥 신통치는 않아보이는데 이분은 다르더라는. 생상의 동물농장(맞나?)에서 스완 테마를 연주했는데 선율이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는 완급 조절이 듣는 이들을 매혹시켰으니.. 손에 쥔 동전을 저 통에 안집어 넣을 수가 없다. 잘 들었습니다~


비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아지넬리 타워. 사진이 누운 이유는 고개를 꺽어서 보라는 '배려'.  언제봐도 멋진 탑. 입구의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반평짜리 공간에 퉁퉁한 아주머니가 낑겨 있듯이 앉아서 3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표를 내준다.



아지넬리 타워 바로 아래에 있는 두에또리(Due Torri-두 개의 탑) 피자가게에서 사온 마르게리따 피자. 한 판에 3.5유로, 우리돈 6천원. 성인 두 삶이 점심 한 끼로 충분할 양이지만 하루 한 판만 먹어야지 두 판 먹으면 속이 맥힌다. 맛이야 뭐.. 좋다.



뽀르띠꼬 데이 세르비(Portico dei servi) 라는 이름의 긴 회랑길. 집 가까이에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었다니..  늦은 오후 해를 받아 대리석 위에 길게 드리워진 기둥과 아치의 그림자. 사방팔방이 예술, 볼로냐가 아름다운 이유다. 비오는 날 우산이 필요없다는 실용성까지!  볼로냐가 유난히 회랑길을 많은 이유는 비가 많은 기후적 특징 때문이라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인 요리사의 증언인지라..^^



자나리니(Zanarini)라는 볼로냐의 제법 크고 전통있는 바 앞에 펼쳐진 야외 테이블의 풍경. 편하게 앉아 저마다 수다떨고 햇살을 즐기는 모습에 봄이 더 봄다워지는 것 같다. 쉐프 마르코의 부인 엘렌은 저곳에 거의 출근하다시피 하며 테이블에 앉아 몇 시간을 보낸다는데 커피 한 잔, 책 한 권, 선글라스에 햇살이면 하루의 정신적 양분으로는 충분하지 싶다. 무선인터넷만 터진다면 한국인들에게 점령당하는건 시간문제겠지만 볼로냐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다.


아지넬리 타워 앞 대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T셔츠에 반바지, 두터운 조끼에 쉐터를 걸친 사람들까지. 환절기의 패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찻길엔 횡단보도 표시만 있을 뿐 차선은 아예 없다. 이탈리아에선 파란불에 건너기도 하지만 빨간불에도 차만 없으면 건넌다. 기초질서를 외치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 안되고 못마땅하게까지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익숙해지면 이것처럼 편한 것도 없다. 따지고 보면 신호등도 결국 사람 편하자고 만든거지 그거에 기계처럼 맞추라고 만든게 아니지 않나? 빨간불이기 때문에 안건너는게 아니라 위험하니까 못건넌다는 점, 그  점을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 도로에선 무조건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널리 깔려있어 빨간불에 사람이 건너면 차들이 알아서 멈춰준다. 우리처럼 '죽고싶어?' 하며 행인을 차로 위협하는 경우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자, 며칠 후면 곧 그곳으로 간다. 아싸~ ...



'비빔국수에 왠 화이트와인?' 싶겠지만 아주 맛있는 파스타다. 화이트와인으로 쪄낸 홍합에 토마토를 붇고 끓이다가 파스타를 넣고 볶아낸 요리로 일명 '냄비 파스타'. 비주얼은 엉망이지만 맛보면 모두 좋아할꺼라 확신한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기다려보면 알지롱.




요놈이 바로 위에 그놈. 홍합을 건져먹기 전의 모습인데 이것도 비주얼은 영 시원찮지만 그나마 낫네. 냄비 벽에 마늘 붙은거 봐라. 면도 허여멀개서 사진만으론 무슨 맛일까 싶을꺼다 낄낄..



사진의 편집 순서가 엉망이라는 점을 드러내주는 증거. 아까 얘기한 뽀르띠꼬 데이 세르비 회랑길의 또 다른 사진인데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봄을 담아보고 싶어서 찍은 사진. 울창한 고목에 새순이 잔뜩 솟았다.  100년 가까이는 자랐을 나무. 서울 한복판에서 저런 나무 보려면 다다음 세대는 되야 가능하지 않을까? 청계천 변에 '꽂아'놓은 나무만 본다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인간이 위대하고들 떠들지만 때론 저런 나무가 더 위대해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기품이 넘치는지 그 앞에 서서 올려다보면 안다.



이왕 눕힌 사진, 일관성을 위해서..^^ 새로운 아지트 이틀리(EATALY)의 바깥 모습. 암바시아또리(AMBASCIATORI)는 '대사관들'이란 뜻인데 간판으로 함께 내건 의미가 자못 궁금해진다. 저 건물에 대사관은 없으니 말이다.


첸뜨로(완전 중심가)를 살짝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대로 한 켠의 민들레 영토. 흐드러진 모습이 보기 좋다. 춘심이 전해지는구나~


볼로냐 대학. 건물들이 도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고 그 수도 많다. 저런 환경이면 공부할 맛 날까?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자습실과 도서관이 있다는 점은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매료시킨다. 작년, 피렌체 두오모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도서관이 시설과 분위기, 이용편의 등에서 정말 끝내줬고 베로나의 도서관도 좀 작다는 점을 빼면 그에 견줄만해 보였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 도서관 사업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본다. 



이틀리의 내부 모습. 보는 바와 같이 한쪽은 책, 한쪽은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식품들의 경우 단지 부유층을 위한 비싼 식품이 아니라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윤리적, 공동체적 생산의 뿌리를 내리려는 대안적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내는 식품들을 진열 판매하고 있으니 먹는 문제에 있어 진보하는 이탈리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긴.. 이미 범세계적 이데올로기로 성장해가고 있는 슬로푸드의 발상지가 이탈리아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슬로푸드 정책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본다. (재미없나? ㅋㅋ)


자.. 사진도 이제 거의 종반.

아까 중학생 아이들이 떼로 모여있던 바로 그 젤라또 가게의 내부 모습. 이제 얼굴도 익숙해진 저 아주머니 위로 메뉴가 보이고 아래에 스텐 뚜껑 속에 젤라또가 담겨 있다. 사진에 안나온 왼쪽 켠에 계산대가 있어서 그곳에서 먼저 먹고싶은 사이즈를 정하고 계산하면 영수증을 끊어주는데 그 쪽지를 아줌마에게 건네면서 젤라또 이름을 대면 과자컵에 퍼주고 비스켓 하나를 꽂아준다. 비스켓은 주로 숟가락 용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2.5유로짜리 메뉴의 경우 3가지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다. 저 뒤가 젤라또를 만들어내느 비밀의 공간. 한국에선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면 미국산 베스킨라빈스가 90% 가까이 점유한 상황이지만 이탈리아는 단 한 곳의 점포도 없다.(아마도 그럴껄?) 왜냐면 이탈리아엔 수천개의 독보적인 가게들이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맛과 질에서 이미 승부가 갈린다. 만약 이탈리아 사람들이 베스킨 라빈스를 핥고 다닌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 특종으로 지하철 무가지에 그 사진이 실릴께 틀림없다.



이틀리 마지막 사진. 서가와 식품 판매대, 그리고 한쪽에 이렇게 멋진 카페겸 식당 공간까지 갖추고 있어 관념에만 젖어있지 않고 몸으로 직접 부딪치고 실천할 수 있다. 이상이 현실화 되는 곳, 이 얼마나 멋진 놀이터란 말인가! 이건희 회장이 이틀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본다.  



짜잔~ 등장! 까스띨리오네 젤라도. 이탈리아 젤라또가 베스킨라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차이라면 맛의 깊이와 넓이가 엄청 다양하고 질감에서 탄력이 있어 어떨땐 쫄깃한 느낌마저 받는다. 베스킨라빈스가 퍼담는 식이라면 여긴 죽죽 길게 퍼올리는 식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 집의 경우 부재료를 아끼지 않아 먹다보면 초콜릿, 피스타치오, 이름 모를 쿠키 등이 저마다의 메뉴에서 통으로 씹혀 맛을 한 층 끌어올리니.. 좀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아이스크림 땡길 땐 이만한 맛이 없다.



저 저 색감 좀 봐라.. 이탈리아,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나라지만 배울 것도 많다. 저 젤라또 만드는 법 배워두면 한국에서 재미 좀 볼 텐데.. 이미 강남, 압구정 쪽에는 젤라또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가게가 있다고.  이탈리아 전역에 젤라또 가르치는 아카데미들이 제법 많이 있으니 대학진학 일찌감치 때려친 고등학생, 실업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는 청년 실(失)업가, 사표를 품고 다니는 젊은 직장인, 퇴직을 앞둔 가장과 부업을 고민하는 주부는 물론 심지어 서주 아이스주 회장님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누구에게나 도전의 길이 열려있으니 함 고민해보시길.. 부국선진의 길. 도서관, 슬로푸드, 젤라또.

Posted by dalgonaa


연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핑계로 미루던 엑스포 테크노컴(www.expo-tecnocom.it) 전시장을 오늘(4일)에서야 다녀왔다. 요리와 관련한 전시라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간게 아니어서 혹시 볼꺼리보단 다큐멘트적인 것이 중심이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표를 내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전시장은 업소용 주방용품과 테이블 용품, 요리들로 가득차 한마디로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즈니스 행사장이었으니 우리에게(?) 딱이었던 셈.


사람들이 많이 모인 부스에서 한 요리사가 열심히 피자를 자르고 있다. 뒤에 보이는 오븐의 성능을 선보이는 부스로 이제 막 피자를 익혀낸 것. 조리를 마친 음식들은 모두 관람객들에게 시식용으로 제공되며 달라면 더준다. 들어오기 전엔 점심을 따로 사먹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웬걸, 음식을 내놓는 부스에선 못먹여서 안달이다. 사실 관람객이 너무 적어 우리가 초조할 지경이었는데 그래선지 시식용 음식을 아끼지 않았다. 피자, 파스타, 또르뗄리니, 라비올리, 맥주, 와인, 이상한 초밥, 케잌, 젤라또, 커피. 이상 우리가 이날 행사장에서 먹은 음식들. 맛본 수준이 아니라 배가 터질 지경으로 먹어서(그들이 강제로 먹였다!^^) 어느 때는 들이미는 피자를 힘겹게 거절해야했다.


과일과 채소를 이용해 만들어낸 장식용 음식. 시도는 높이 샀지만 솜씨를 보구선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손재주는 한중일을 따라오기 힘들지 싶다.


가뜩이나 한산한 전시장, 우리가 유일한 동양인이다 보니 주변의 모든 시선이 한 번쯤은 우리를 향한다. 목 좀 축이자 해서 찾은 어느 BAR, 맥주 좀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으니 바로 우리를 스탠딩 테이블로 안내하고는 사진의 병맥주를 꺼내 저 탐나는 잔에 우아하게 따라준다. 그리고 또 다른 병을 꺼내 첫 잔을 비우길 기다리더니 또 다시 따라준다. 색이 진한걸 보니 흑맥주다. 맥주들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수퍼에는 없고 오로지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단다. 맛을 표현하기도 이젠 좀 지친다. 한국에서 마시는 맥주맛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정도로 정리. 두 종류를 맛봤지만 지금 집에는 저 두 종류에 더해 다른 한 종류가 더 있다. 3병을 선물로 싸준 것. 감동이다.

시칠리아에서 그 곳의 특산 포도 품종인 네로다볼라와 그 외에 시라즈, 샤도네이, 카버네 쇼비뇽을 생산하는 소규모 프로듀서 피아나데이치엘리(Piana dei Cieli)의 관계자. 이번 행사는 처음 참여고 사실 이제 막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의 입맛이 와인보단 맥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한 조사가 있다는데 비록 젊은이들을 겨냥한건 아니더라도 신생 와이너리의 시장진출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테다. 그런 탓에 이들이 내놓은 제품은 분명 더 연구하고 분발한 흔적이 베어있을 터. 마셔보니 음..  요즘 집에서 마시는 와인이라는게 5리터에 채 10유로가 안되는 이른바 '테이블 와인'(어디선 하우스 와인이라고도 부른다). 주목할 인상이라곤 거의 없는 그 맛에 찌들어 있다가 이놈을 마시니 그냥 웃음이 씨익 그려진다. 작년 3월 로마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소믈리에는 "요즘 네로다볼라가 뜨고 있죠"라는 수수께끼 같은 한 마디는 우리를 고민케 만들었는데 그 의문이 이제서야 좀 풀리는 기분이다. 오른쪽에 가지런히 진열된 와인들 모두가 고급 와인들인데 와인을 품은 저 진열장이 사실은 와인을 한 잔씩 따라내 주는 기계다. 일반적으로 고급 와인은 잔으로 파는 경우가 거의 없다. 콜크를 따면 그때부터 와인맛이 좋게든 나쁘게든 변하기 시작하고 콜크를 다시 막았다 해도 다시 열때 마다 향과 맛이 변해 애초의 맛을 기억하는 손님에게 같은 향과 맛을 유지시킨 와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어렵다. 해서 한 두 잔만 원하는 손님이라도 병째 판매하거나 가격이 부담인 손님 입장에서 주문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헌데 저 기계는 공기는 차단하면서 와인을 뽑아내도록 제작이 돼 고급와인을 병이 아닌 잔 주문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싼 와인은 굳이 저 기계를 쓸 필요가 없다는게 언니의 설명. 가격이 얼마냐 장난스레 물으니 꽤나 고가다. 이탈리아에서 마티즈가 6,990유로에 판매되는데 여기에 100유로를 더 얹어야 저 기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우린 그저 좋은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고가장비 얘기가 나왔으니.. 청년의 뒤로 보이는 석 잔을 동시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이 5,000유로가 조금 넘는다. 한국돈으로 900백만원. 한국 커피값 비싼 이유가 저때문이구나 싶다가도 이탈리아의 경우 로마를 가든 시골을 가든 에스프로소 한 잔이 1유로(1,800원)가 넘지 않으니 어디가 정상인건지 원..
 

시커먼 피자. 커피가루라도 뿌렸나 싶겠지만 저놈이 바로 송로버섯(분말)이다. 향이 무척 강해 피자를 한 입 베어물고 씹는 동안도 코로 향이 꽤나 진하게 퍼진다. 저거 외에 이거저거 곁들여 먹은게 많아 한 번 맛보곤 배불러서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지금 글을 쓰는 새벽, 스멀스멀 향과 식욕이 솟구치려한다. 바사삭 하면서 쫀득거렸는 도우도.. 아우..


초밥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많이 뚱뚱하지만 초밥 맞다. 생선을 올린건 아니고 지지고 볶은 각종 채소를 올렸는데 문제는 밥. 이탈리아에선 리조또할 때 쌀을 거의 안씻는다는거 혹시 아나? 리조또용 쌀로 밥을 지은거까진 좋은데 박박 씻질 않아 설익은 밥처럼 서걱리면서 초맛이 나니 영 먹기가 그랬다. 먹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 요리사는 신이 나서 계속 만들더라는..


젤라떼리아의 젤라또. 값비싼 유성 물감을 한 무더기 풀어놓은 듯 색감이 장난이 아니다. 어렸을 적 팔레트에 물감을 색깔별로 쭉 짜놓을 때 마다 먹고싶다는 충동이 일곤 했는데 그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다. 상품성이 완벽해서 혹시 저건 돈내고 사먹는건가 싶었더니 뇌세적인 눈빛의 예쁜 이탈리아 언니가 작은 컵을 양손에 흔들어 보이며 먹겠냐는 제스춰를 취한다. '씨' 했더니 뭐든 골르란다. 4가지를 찍었더니 컵 두개에 넉넉히 담아준다. 물론 공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의 특징은 찹쌀떡 같다는 점이다. 쫀득거리는 질감이 한국것과는 다르다. 버석거리는 셔벗 스타일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루겠지만 롯데삼강의 찰떡아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좋아할 터. 사진에서 보듯 데코레이션도 첨단이어서 그 앞을 무심코 지나치기란 매우 어렵다.


언젠가 꼭 손에 넣고 말겠다고 다짐하는 황동 팬과 냄비. 뚜껑 하나도 꽤나 묵직하니 무겁다. 열전도율이 좋아 요리를 골고루 익혀내는데 저만한게 없다나..


BAR를 한다면 언젠가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못하면 꼭 주문제작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하는 스탠딩 테이블. 속에 형광등을 넣어 그 자체로 조명이기도 하다. 저런 테이블에는 잔도 특별해야 한다. 그냥 밋밋한 잔을 올리면 안된다. 그렇지 않나?

앞서 얘기했듯이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빈 부스에 앉아 스파이더 카드를 하던 어떤 아저씨의 애처로운 뒷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때문일지 모르지만 이날 하루 예상치 못한 환대에 엄청 포식을 즐겨서 기분이 좋았고 이것저것 미처 생각지못한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서 더더욱 즐거웠다. 여행이 때론 피곤하고 따분해지더라도 이런 일 때문에 계속 길을 가게된다. 그 길을 떠날 사람들이 앞으로도 줄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런 경험이 비단 우연만은 아니라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 가운데 중요한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우헤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