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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6 문이 열리다. 그리고..

그닥 재밌지도 않은 사건, 결론부터 얘기하고 잠깐의 사연을 적자면 이렇다. 우선 문은 열렸다. 우리 모두의 판단대로 결국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힘의 문제였다. 믿음직스럽게 생긴 공구들, 가령 전동드릴과 직경 8미리 드라이버가 제 힘을 발휘하자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던 잠금통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 굳게 닫혀있던 문은 15시간 만에 스르르 열렸다. 그 순간 우리모두 조용한 탄성을 질렀다.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은 마르코도, 중간에 다른 루트를 통해 의뢰한 루이스도 아닌 시칠리아에 잠시 머물고 있던 우리집 주인 Mr. 까사르가 보낸 젊은 남자였다. 이 젊은 친구는 우리가 이 집에 처음 입주한 바로 다음 날, 타올과 침대시트를 가져다 준 친구였다는 점을 김군은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놀라웠던 점은 또 있었는데(이 글을 읽는 이들이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강양이 비용문제를 꺼내자 돌아온 답변은 "No pay!"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은 까사르씨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 '잉? 이건 무슨 관계대명사지?' 경황이 없이 그 친구를 붙잡고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 다만 추측해보면 이렇다.

지난 번 수돗물이 끊겨 Mr. 까사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요상한 공구가방을 들고 등장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뭘 뜯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지하실에서 누군가 실수로 잠근 밸브를 열면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지만 그의 범상치 않은 모습은 우리에게 '직업이 뭘까?'하는 호기심을 낳게 했다. 두 차례에 걸쳐 고장났던 주방의 COOKER 역시 기술자를 보내 간단히 해결해줬는데 우리는 이 처럼 집주인의 놀라운 신속성에 감탄해오고 있었다.

결국 문을 열어준 젊은 친구의 짧은 답변을 통해 우리는 집주인 까사르씨가 집과 관련된 것이면 뭐든 골치아픈 사건을 해결해주는 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에 99% 정도의 확신을 갖게 됐다.

영화 '대부'에서 시칠리아 출신의 대부 돈 꼴레오네는 자식들에게 '남자는 주도면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왕 가르치는 김에 또 하나를 가르쳐야 한다면 '남자는 집도 고칠 줄 알아야 한다'가 아닐까? 김군은 가능한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 요리도 할 줄 알면 더 좋고!



>> 문제를 일으킨 손잡이가 쏙 빠져나간 모습. 건너편 집 꼬마들이 구멍을 가르키며 까르륵 웃곤 한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