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9.28 누군가의 겨울
한국 Korea 160409~2013. 9. 28. 16:02

오래 전 포스팅이 걸려있는 블로그. 

늘 맘 한구석이 불편하고 거슬리고 마냥 숙제 미루는 못된 아이가 된 느낌.

오늘은 그 숙제를 좀 풀어야겠다.

그리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좀 성실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늘 하는 다짐이지만..


그럼 시작. 



***



바야흐로 가을. 

뒷마당에 봄에 심었던 모든 풀떼기들이 서서히 잎을 떨구거나 앙상해져가기 시작했다. 

여름못지 않은 뜨거운 햇살의 양분도,

뿌리까지 닿아라 열심히 물을 뿌려주는 정성도 이제 더 이상은 소용이 없다. 

그리고 조용히 깨닫는다. 

'곧 겨울이 오겠구만!'



이미 마음적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진O상회(익명처리)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집이다.

주로 민어, 병어 등의 고급 생선은 물론 대중적인 고등어, 삼치 

그리고 오징어도 취급하는데 우리는 이 집에서 오징어를 규칙적으로 구입해왔고 

때론 삼치나 고등어를 우리먹을 밥반찬 용으로 조금씩 사곤 한다.  

헌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이 바다건너 이곳 진O상회에까지 닿고 말았으니..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외면으로 이집 매출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노량진에 가리비 파동이 닥쳤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가리비가 수입이 금지되면서 중국산 가리비의 물량 사재기가 겹치자

시장에서 가리비가 종적으로 감춰버린 것이다. 물론 잠시였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거치면서

메뉴에서 '후루띠 디 마레'를 당분간 메뉴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개를 비롯해 새우, 오징어, 가리비 등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가는 이 메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날로 예민해지는 것을 마냥 모른 척 할 수는 없었기 때문.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오징어를 쓸 일이 없어졌고 결국 진O상회를 찾는 우리의 발길도 뜸해져버렸다.

십여미터 떨어져있는 조개집은 매일 가다시피 하는데 이 집은 그렇질 못하니 마음 한 켠에 

부채가 쌓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이 집 사장님 내외는 얼마나 친절한가 말이다.

솔질히 아저씨는 친절하긴 해도 괜히 덤을 주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문 반면 

아주머니는 아저씨 눈치를 살짝 본 뒤 내게 언제나 덤을 챙겨준다. 



추석을 몇 일 앞둔 어느날, 작은 추석선물을 담은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찾았다. 

오징어도 모처럼 구입하고 선물도 건네며 인사를 나눴다. 

으례 해왔듯이 건네는 선물이었고 으례 그렇듯 손사레를 치며 겸연쩍게 선물을 받으셨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추석은 추석인가봐, 요즘은 고등어도 좀 나가네" 하신다. 



방사능 공포의 긴 터널은 과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당국자들, 듣고있나?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