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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8.12 우드 브라인드 6
한국 Korea 160409~2010. 12. 19. 10:03
곧 잠자리를 털고 씻고 노량진 시장엘 가려 했는데
잠시 인터넷을 켜고 아는 이들 블로그를 기웃거리다
그들의 글쓰기 부지런함을 바라보며 잠시 반성하다 결국
이렇게 몇 자 적기로 했다.

지난 번 시내에 나가 다이어리 한 권을 구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적었는데
어느 몇 년의 해는 뭉텅 빼먹는 식이다.
 2011년은 좀 제대로 적어보자는 생각에 구입을 했다.
굳이 일기장이 아니어도 블로그에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가 본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려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면 어딘가 솔직해지지 못하고 감정의 흐름도 자꾸 돌아보게 되고
결국 시간도 많이 잡아먹혀 멍때리는 귀한 시간을 단축시키고 만다.
식당 일이란게 워낙 육체적 일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에
멍때리는 시간은 이완제처럼 필요하다.



어느새 연말이라..
가게 연지도 지난 달 11월 30일 기준으로 1년이 벌써 지났다.
가을 무렵에 공사를 시작해 11월이 꽉 차서 오픈을 했는데
12월 대목을 놓쳐선 안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1년맞이 생일잔치는 거창하게 해볼까 궁리만 하다가
다 관두고 그야말로 조촐하게 마무리했다.
화요일 저녁에만 반짝 나와 주방일을 도와주는 공감독이 사온 호두 타르트,
그리고 다음날 가게 인근 벨라 또띠야의 종민씨가 사온 치즈케잌.
두 번에 걸쳐 초를 켜고 우리끼리 박수치며 자축하는 걸로 끝냈다.



크리스마스 예약 문의전화가 그야말로 빗발치고 있지만
전날과 당일날은 예약은 받지 않기로 하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그냥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힐 계획.
그나저나 우리도 이 반짝 특수에 바가지 좀 씌어서 재미 좀 봐야 할텐데..
뭐 좋은 비책이 없을까?
그냥 바가지를 사다가 손님마다 머리에 씌우고 바가지 값만 받을까?


아, 그리고 가게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놨다.
얼마 전 동대문게 남대문을 돌며 적당하게 세워 둘 트리를 찾아봤는데
별것도 아닌 것이 어찌나 비싸던지.
해서 그냥 만들기로 맘 먹고 남대문 알파에서 이것저것 구입해
그날 밤에 뚝딱뚝딱 작업을 했고 
북실북실한 금빛 술이 모자라 다음날 가까운 동그라미 문방구에서 거의 쓸어오다시피 해서 완성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든거냐 얼마 들었냐 궁금해하는데..
대략 4만원 가량이 들었고 아마 비슷한 것을 돈주고 샀다면 10만원은 훌쩍 넘었을 테다.
궁금한 이들은 파스타 먹으러오면 볼 수 있음.

동그라미 문방구 아주머니는 가끔 딸 아이를 우리가게에 보내 파스타를 먹인다.
아마도 아이가 먹고싶다고 조르니까 보내는거겠지.
그때마다 우리는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

이제 노량진에 갈 시간.
내일 가게 쉬는 날이니 그거 감안해서 적당해 구입해야 한다.
품목은 바지락, 가리비, 홍합, 오징어, 이 네 가지.
 얼마전 씨알 굵은 바지락이 한 동안 나오길래 왜 이렇게 알이 좋냐고 물으니
북한에서 잠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엥? 쥐박이가 교역을 몽땅 틀어막은걸로 아는데?
암튼 겨울 바지락은 북한산이 최고라는 아주머니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놈들이 팬 위에서 자글자글 끓다가 껍질을 탁 하고 벌릴 때 보면
'와' 하고 탄성이 나오니 때문이다.
어찌나 탱글탱글한 살이 빈틈없이 꽉 차있는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8. 12. 09:53
살다보면 발목을 잡는 일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때문에 크건 작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건데
이 블로그도 어쩌면 그런 것 중에 하나다.
물론 양면성이 존재하지만
안쓰면 삶의 중요한 무엇 하나를 굉장히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책임감에 빠져들게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자주,
가능하다면 매일매일 포스팅을 올려보려고 한다.
(이 다짐 전에도 하지 않았나?)
20대에 들어서면서 한동안은 양지사에서 나오는 작은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빠짐없이 일기를 적곤 했다.
그걸 들춰보면 내용도 참 조잡한게 많은데
뭐 그런 식으로라도 좀 적어보련다.


+++


어제 우드 브라인드를 달았다.
가게를 쉬는 월요일, 동대문 브라인드집에서 주문한 뒤
이틀 뒤인 어제 오전에 택배로 도착했다.
제법 묵직하고 무거운 놈들.
그간 브레이크 타임에 우리들만의 사생활이 행인들에게 가감없이
노출되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거나.
그러면서 단다 단다 하던게 어느덧 8갤월에 이르렀고
드디어 어제 그 부자유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
점심장사 마치고 곧바로 매달려고 했는데
이런..
오르락 내리락 당기는 줄이 왼편에 부착돼 있는게 아닌가?
그 얘기는 출입문쪽에 치렁치렁 줄이 내려와 있다는 얘기다.
모든 브라인드 줄은 벽 모서리에 위치해야 하는 법.
애초 주문할 때 디자인, 색상만 생각했지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한거다.
그런건 판매 상인이 먼저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양반한테도 슬슬 화가 번진다.

암튼 다시 포장해서 돌려보내 고쳐달라고 하려는데
그쪽에서 하는 말이
'아, 그거 사장님이 좀 만지시면 쉽게 하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다.
통화를 마치고 꼼꼼히 들여다보니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웬만한 공구를 장난감 갖고 놀듯하는 내게는 뭐..

저녁 장사를 마치고 돌려 보내려고 쌌던 놈을 다시 풀고
본격적인 설치에 들어갔다.
우선 브라인드의 핵심 부품이 모여있는 박스 부분을 뜯어보니
안에 별 것도 없다. 사실 뭐 대단할게 있겠나.
좀 뚜둥기고 나사를 조이고 해서 위치를 고쳐다는데 성공.
이제 문제는 매달기다.
이게 좀 난공사.

드릴에 철판 뚫는 기리(드릴 날)를 꽂고 철문 꼭대기에 구멍을 낸다.
브라인드를 지탱할 행거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높은 사다리가 없으면 애초부터 불가능할 작업이지만
지난 겨울 가게 공사 때 목수들이 만들어놓은 나무 사다리를
아직도 갖고 있고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식당 안은 어느새 공사장으로 변했다.
아는 이들은 다 알겠지만 가게 간판이 아직도 '왕산건재'이니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처음 보는 이들은
건재집으로 착각하겠다고 마침 와있던 강양 동생이 한 마디 던진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매달기에 성공했다.
브라인드 하나 달았을 뿐인데 가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밤이라는 배경과 할로겐풍 조명, 그 사이에서 시야를 굵거나 가늘게 
조절하는 브라인드 날의 선이 매혹적이다.
단지 구정구정한 사생활의 차단을 먼저 생각했을 뿐인데
이런 고급스러움까지 얻게 될 줄이야.
만족스러운지 강양도 혼자 실실 웃는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