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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6 적다 보니 돌고 돌아.. 2

우리가 다니는 학원은 ESE라는 학원이고 플랫메이트인 지희가 다니는 학원은 EC라는 학원이다. 학원과 관련해 불만이 쌓여가는 우리이기도 하지만 지희는 좀 더 심각하다. 현재 그녀 교실의 경우 정원이 12명(ESE는 10명)인 것도 문제지만 더욱 기절할 문제는 8명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단지 그녀 교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레벨의 수업을 듣는 교실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우스개로 몰타의 파고다학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물론이고 그곳 학원 한국인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이같은 문제의 근본적 책임은 결국 유학원에 있다. 학생들의 질높은 교육기관의 소개와 까다로운 수속절차의 대행, 그리고 사후관리가 유학원의 기본적 임무겠지만 결국 가장 수익률이 높은 학원을 선별해 그곳을 학생들을 무분별하게 보내고 이후 학생들의 콤플레인에 대해선 얼버무리거나 시늉만 하는 것이 이곳에서 지켜본 한국 유학원들의 현실이다.

학원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영어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원측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행정을 처리하기 일쑤다. 시험반이나 회화반 등, 각기 다른 코스에서 이동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학원측은 회신을 늦게 주는 것은 물론 결코 복잡한 업무가 아님에도 진척이 매우 느리다.이번에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어제 월요일 학원에 나가 달고나 역시 새로운 교실로의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김군의 경우 2달 전 배운 코스로 잠시 내려가 있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강사들의 자질 문제다. 학원의 상당수 강사들이란 단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점 하나로 강사로 고용되어 결코 높지 않은 열정과 미숙한 기술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일쑤다. 실제로 영국에서 건너온 British의 경우 누구든 별도의 테스트 없이도 바로 강사로 고용돼 교실에 투입되며 영어를 하는 몰티즈의 경우 한 달간의 이수과정을 거쳐야 한다지만 강사가 부족할 경우엔 일주일 정도의 수업 참관을 거친 뒤 바로 교실로 투입되기도 한다.

일부 강사들의 경우 심각한 자질 부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법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가 하면 학생들도 아는 단어를 강사가 몰라 학생들이 찾아 주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1시간 30분의 수업동안 학생들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경청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소리를 떠든 건지 이해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이런 배경에는 학원측의 불성실한 강사관리와 더불어 저임금의 강사료에 따른 고용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영어강사라는 직업이 안정된 신분과 부족하지 않은 임금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자리가 아니라 '딱히 할 것 없으면 하는' 식이다 보니 강사의 질은 떨어지고 학원측은 계속 저임금을 유지하며 현금을 긁어모으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꺼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개중에는 열정과 신념을 갖고 임하는 훌륭한 강사들도 있지만 그런 강사를 만나는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결과는 믿을 유학원 없다는 것 하나, 신뢰할 학원 없다는 것 또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믿을 것은 나밖에는 없다는 것 하나.. 그래서 학생들, 특히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물론 다는 아니다)



>> 30분간의 쉬는 시간 사이의 텅빈 교실 모습.

근데 마지막 것이 제일 싫고 짜증나는 일이다. 결과만을 따지고 드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과정은 핑계나 변명이라는 말로 무시되기 일쑤여서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스스로 독해지기로 마음먹기 때문이다.

말장난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독해지기 싫다. 이제 겨우 째째하고 사악한 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느리고 부족하나마 품위있는 삶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허나 이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결코 내손으로 뽑지 않은 이가 우두머리로 앉아 있는 대한민국에 돌아가게 되면 그는 분명 우리를 독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인데 그게 정말 두렵고 괴롭다. 그래서 이미 매일같이 독해지도록 강요받는 남아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상대적으로 미안하기도 하지만.. (경쟁은 대통령인 지가 해야지 왜 애꿎게 국민들을 채찍질하며 경쟁의 장으로 내모냔 말이지.. 더욱이 비리와 술수의 '종합세트'라는 공정택이라는 이가 서울시 교육감에 앉았다는데 초롱초롱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조카들이 초등학교때부터 사악한 입시경쟁에 내몰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이가 갈린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