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파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18 패션 디자이너, 줄리아
  2. 2008.04.15 영어 공부는 이 아니면 잇몸 8

오늘 아침 수업시간에 줄리아를 보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다. 왜냐면 어제 웰컴파티를 갔다가 2차로 이동한 FUEGO 클럽에서 나지아를 잠깐 바래다주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는 줄리아를 15분 좀 넘게 기다리다가 그냥 와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시각이 대략 11시 30분.

짐작으로 그녀는 분명 클럽으로 되돌아 왔을 것이다. 왜냐면 줄리아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동행이 있어주길 바랬던 그녀는 되돌아와 김군을 한참 찾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 생각이 뒤통수를 콕콕 찔렀지만 김군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밤 9시부터 엄청난 소음 아래 2시간 반동안 맥주 200ml만 마신 정신으로 손짓발짓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한낮의 영어수업 이상의 정신집중과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이때 에너지가 엄청 소비되기도 하지만 서서히 대화의 소재도 고갈돼가기 때문에 하품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이제 가서 자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귀가를 조금 더 미루기로 한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타군도 안왔는데 너 마저 여기서 내빼면 배신이야"라고 쏘아대는 것 같아 선뜻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셋이 FUEGO로 향했지만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했다.

오늘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줄리아를 만나 어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기다리다가 안오길래 그냥 먼저 나왔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가 씨익 웃는다. 하지만 널 원망했다는 표정도 살짝 묻어났다. 쩝..

줄리아는 27살이고 엄마의 지원을 바탕으로 조만간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다 다양한 현장 공부와 경험을 위해 런던과 뉴욕을 방문할 계획(아직은 의지로 보이지만)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이곳 몰타에서 8월까지라는, 유럽인으로는 매우 드물게 긴 일정으로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 북해에서 멀지 않은 KRASNODAR라는 생소한 도시에서 온 Julia Cherevko. 골든베이 모래사장에서 한 컷. 혹시라도 옷만드는데 한국산 원단이 필요하다면 한국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소개해줄테니 언제든 얘기하라고 그녀에게 일러줬다. 심지어 샘플이 필요하면 보내줄 수도 있다고 큰소리까지 뻥뻥 쳐놓고 말았다. (실크로드 곽과장, 어쩌지?) 아무튼 런던, 뉴욕도 좋겠지만 동대문도 한 번쯤 꼭 방문해야 할꺼라고 있는 동안 세뇌를 시킬 계획이다.

Posted by dalgonaa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주가 지나갔다.

처음 레벨 테스트를 보며 긴장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주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강양의 선생은 잉글리쉬인데다가 교수법도 무척 맘에 들어 흡족한 가운데 수업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갑자기 배드뉴스가 생겼다. 굳티쳐인 '쥴리'가 6주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선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런던 출신으로 영국에서 선생을 하다가 프로모션 회사로 전직 한 후 현재의 몰티즈 남편을 만나 결혼, 몰타로 정착하면서 다시 선생이 된 쥴리. 런던 친정에 잠시 들렸다가 미국 플로리다로 휴가를 즐기러 갈 것이란다.
강양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회계사를 하는 율크, 역시 스위스에서 쉐프 겸, 의상디자인을 하는 에마, 베를린 출신으로 나오미 와츠 등 유명인들의 영화 의상을 만든 경험이 있는 우타, 옥토버훼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바리안 만프레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중인데 잠시 휴가철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일본인 유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악씨디를 팔다가 여행을 꿈꾸며 몰타에 온 동경 출신 마키, 프라하에서 교직에 있는 수잔나, 마지막으로 항상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중국소녀 보니. 강양반의 학생들은 대부분 3주에서 길어야 한 두달 정도만 몰타에 머물 예정인지라 다시 쥴리를 보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자세한 급우들 소개는 다음 기회에) '수연은 반드시 다시 보게 될거야. 약속해'라고 쥴리 선생이 강양에서 인사를 건냈어도 서운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선생은 레이첼. 옅은 구릿빛 피부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몰티즈 여성이다.
그렇다면 레이첼의 수업은? 결론적으로 불만족스럽다.
모든 선생이 쥴리 같을 수는 없지만, 쥴리와 리이첼을 비교했을 때 레이첼의 수업은 말을 훈련할 기회도 적고, 이해도나 흥미도도 많이 떨어진다.

수업 내내 반을 바꾸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데(이 학원은 반을 바꿔달라면 언제든지 바꿔준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오늘의 뉴훼이스 에버린이 나에게 찰싹 붙었다. 홀랜드의 19살 소녀 에버린은 어제 새벽에 도착해서 이번 한 주 동안만 영어를 공부할 계획이란다.
일주일간 영어 공부하러 몰타에 왔다고? 유럽인들의 영어 공부는 우리랑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는 정말 공부하러 온 것 같지가 않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에버린은 다시 내게 다가왔다.
결국 어찌어찌 하다가 에버린은 우리집에 처음 초대된 외국인이 되었다.(한국인은 4명 있었다) 김군이 급조한 김밥과 중국산 김치라면으로 대충 접대한 후 오늘 저녁 웰컴 파티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에버린이나 강양이나 그닥 능숙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주 내내 아무래도 같이 붙어다닐 것 같다.
내일은 숍들이 밀집한 슬리에마에 같이 가자나?

이 아니면 잇몸이라더니, 영어공부에 선생 아니면 친구?(그것도 20살이나 어린!)

웰컴파티 가기 전에 오늘 수업 복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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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년 19세. 관광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네델란드 소녀 에버린. 춉스틱 사용이 처음이라는 에버린은 포크를 거부하며 어렵게 라면을 먹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