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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09. 9. 3. 14:17
어제, 주방집기와 기타 물품들의 시장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중앙시장과 방산시장을 돌아다녔다.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부채가 없었더라면 애먹을 뻔 했다.


청계천의 끝자락에서 신당동쪽으로 넓게 버티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앙시장인데
실제 중앙시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지붕이 덮힌 형태로 그닥 크지 않고
그 주변으로 넓게 퍼져 있는 주방용품 가게들이 바로 중앙시장의 주인공 되겠다.
규모가 실로 엄청난데 먹는 장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정확히 대변한다.
 
리어카 포장마차 제품도 많고 이제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붕어빵과 군고구마 통도 꽤나 쏟아져 나올테다.



발길이 뜸한 뒷골목에선 씻고 닦고 칠하며 중고를 새것처럼 탈바꿈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중고품을 사는 것도 실용적이지만 기존 식당을 넘겨받는게 아니라
새롭게 시설을 꾸며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마저도 좀 꺼려질 듯 하다.
물론 좀 된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써 낡은 제품을 찾는 이들도 있을테다.

시장 상인들은100평 이상의 대형 식당 업주를 당연히 선호한다.
주문 물량이 커 재고 털기가 수월하고 오가는 돈도 크기 때문. 


냉장고나 버너는 모두 국내에서 손쉽게 제작하는 것들이어서 가격도 안정돼 있고
비싼 편이 아니지만 오븐은 좀 편차가 심하다. 
오븐도 국내에서 제작한 피자용 오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물건너온 오븐은 그 물량이 많지 않고 애초 가격이 고가여서
중고라 해도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 주방용 오븐은 컨벡션과 스팀기능에 자동 조리 프로그램이 기본 내장이고  
심지어 자동 세척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직접 써보지 않아서 체감도를 얘기할 순 없지만 볼로냐의 마르코 주방에서 본
오븐을 국내 수입업체에 문의하니 2천만원 선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먼 얘기.

상인이 조용히 데리고 올라가 보여준 국내 제작 오븐.
해외 모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으로 가격은 300만원이라고.  



의자가게도 둘러보고..
디자인 업계에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이 디자인된 물건이 전화기라는데
아마 아쉽게 2위에 그친 물건이 바로 저 의자 아닐까?


까운사도 기웃거려보고..
먼지를 뒤집어 써 꾀제제 해진 까운과 모자가 발길을 떠민다.



걷고 걸어 방산시장.
간혹 하는 얘기지만 서울에서 의식주를 뒷받침하는 세 곳의 성지가 있다.
의(衣)는 남대문 시장.
식(食)은 경동시장
주(宙)는 청계천 공구상가와 을지로 세라믹상가다.

이 가운데 남대문은 동대문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고 있고
경동시장은 서부를 주름잡던 모래내 시장의 쇠락으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청계천은 물길을 만나면서 점점 녹슬어가고 있다.
콘크리트로 땟깔내기 좋아하는 개발주의 시장들을 만나 어떤 곳은 철퇴를 맞고
대부분은 그 생명력을 잃고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특히 동양 최대의 벼룩시장으로 평가받던 황학시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롯데캐슬이라는 로보트같은 건물을 세워놓은 꼴은 정말 보기 역겹다.
이명박과 롯데의 관계가 심상찮았던 건 비단 성남 비행장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어쩌면
서울시장을 지낼 때 부터 이미 형성된 관계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집에 새로 도배하거나 장판을 깔 경우 방산시장 오면 대한민국 있을 제품이 다 있고
포장용 비닐, 종이박스, 쇼핌백, 고무줄
그리고 저 제과제빵용품 가게도 바로 이곳에 오면 촘촘히 박혀있다.
손재주를 가진 이들에겐 그야말로 놀이터 같은 곳.

지친 다리 버스에 태워 상수역에 도착.
저기 보이는 왕산건재가 현재 물색한 가게터다.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듯.
그 옆에는 역시 최근에 오픈한 카페.


청계천을 한 1/10000로 줄였다.
이 비좁은 곳에 10명 정도 앉은 의자와 테이블 놓고 시작해야 한다.
ㅋㅋ
다음주에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저녁때가 됐다.
홍대에 잘한다는 파스타집이 몇 군데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까르보나라를 주문하기 앞서 웨이터에게 계란이 들어가냐고 물으니 들어간단다.
헌데 어째 미덥지가 않다.
훈련된 웨이터라면 좀 더 설명을 곁들일 것 같은데 예상치못한 질문에
단답식으로 '예'하고 마니..
까르보나라 나왔다.


말린 파슬리와 후춧가루, 그리고 흥건한 소스.
식당 이름이 딴또(Tanto-많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강조한 이름임에도 양은 평범하다.
맛보니 무난하지만 11,500원짜리 메뉴로는 용납하기 힘든 문제들이 드러난다.

먹어보니 계란과 빠르미쟈노 치즈의 맛은 거의 안나고 몽글거림도 없다.
대신 느껴지는 건 감자.
어딘선가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소스의 점성을 위해
감자를 갈아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집이 그런 듯 싶다.
베이컨도 훈연베이컨이 아닌 그냥 마트에서 파는 훈제액에 담근 베이컨.
11,500원에 파는 메뉴이니 원재료비만 대략 1,500원 이하고 1만원 이상을 수익으로 갖는 듯.
일반적으로 판매액에서 1/4을 순수 재료비로 보지만 이에 꼭 맞추는 집은 많지 않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된 메뉴.
올리브 오일 소스에는 모두 피깐테(매운) 맛이 기본으로 입혀져 있다.
해물, 혹은 치킨 스톡에 고추기름, 몇 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버무려낸 파스타.
입에 익숙하게 와닿는 맛이니 그것은 짬뽕.
살짝 썰어올린 비트의 색감을 제외하곤 특별할게 없지만
파스타를 이런식으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짬뽕은 광화문 대우 빌딩 지하의 취홍이 아주 잘한다.
잘 우린 육수에 해산물도 손이 크고 청경채도 시원시원하게 올려준다.
값도 6천원이니 이 메뉴가의 절반.
그냥 파스타 본연에 좀 더 충실하면 좋을 듯.

훈련되지 않은 웨이터들도 문제인데
빈접시를 치울 때 하나씩 집어올려 가져가는게 아니라
테이블 위에서 매운탕 냄비에 남은 찬 쓸어 넣듯 한 꺼번에 포개어 치우는 행동은
여간 싸구려로 보이는게 아니다. 
 더불어 이 식당 천정에 매달린 조명의 갓 청소도 시급하다.
시커먼 먼지때를 바라보며 갑자기 쥐의 등짝이 떠올라 소름이 끼칠 지경..










 

 


 

Posted by dalgonaa


어제 강양이 볼로냐의 집을 둘러보고 딱 저녁먹을 시간에 돌아왔다. 베로나는 오후들어 살짝 쌀쌀했는데 볼로냐는 봄기운 완연에 햇살 짱짱해 속으로 '역시 볼로냐!'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며 돌아다녔다고. 특히 볼로냐에 머무는 동안 언제든 들락거릴 수 있는 EATLY(이틀리-지역생산물 판매 중심의 샾으로 식당, BAR, 서점을 갖춘 복합공간)의 발견으로 비행기 타기 전까지 볼로냐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겠다며 살짝 들떠있다. 이틀리.. 이름 참 잘 지었다. 2주간 머물 집은 건물 꼭대기층으로 작지만 독특한 구조고 햇살 만빵으로 받아내는 티테이블이 놓인 작은 발코니도 갖추고 있단다. 소파베드가 총 3개가 있어 3명이 지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주인 아줌마와 지금 현재 그집에 묵고 있는 40대 여자가 번갈아가며 말들을 쏟아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특히 지금 묵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강양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고 시시콜콜 설명하고 했다는데 왜 아니겠나? 이탈리안데..

"여기 소파베드가 3개가 있지. 두 개를 붙여놓으니까 더불이 되고 남는 하나는 싱글이 되지. 난 기분에 따라서 하루는 더블, 하루는 싱글, 왔다갔다 해"

250GB 하드로 편집을 하기는 역시 무리다. 결국 어제 처음에 캡쳐받은 영상들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어정쩡한 영상들을 싹 지워내고 140GB로 확보된 빈 공간에 가편에서 걸러진 OK장면 위주로 다시 캡쳐를 받았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둥둥 떠다니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그제서야 좀 걷히고 하나씩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탄력을 쭉 이어가야 한다. 볼로냐로 떠나기 전까지 달려!!

집보느라, 캡쳐받느라 애쓴 두 입맛을 위해 남은 생선을 요리했다. 현재 물 오르고 있는(^^) 김군 솜씨에 있어 한식부분 최강의 생선요리는 생강푼 간장에 절여 구운 흑도미와 소금절인 고등어를 고춧가루 살짝 뿌려 찜기에 쪄내는 자반찜이지만 레몬 한 망태가 냉장고에 굴러다니고 있으니 오늘은 흑도미 구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지만 이게 오븐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특히 오븐이 있으면 맛에 있어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조림에선 밥반찬으로 그만인 무를 얻을 수 있고 구이에선 고소한 생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무 하나 보고 조림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먼저 생선과 무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붇고 간장을 짭짤할 정도로 섞은 뒤 다시마, 마늘, 양파, 생강조금, 후추, 청주(없으면 소주, 그것도 없으면 말고)를 뿌려넣고 재워둔다. 여기서 맛의 포인트는 생강으로 요리할 때 간장 품에서 피어오르는 생강향은 곧바로 술을 찾게 되니 주의할 것.

한 30분 끓이면 생선이 익고 국물에도 맛이 배고 무도 절반 정도 익는다. 이때 생선만 부서지지 않게 따로 낸 뒤 곧바로 달궈진 오븐에 투입. (철망에 기름 살짝 바르고 생선을 얹어 구어야 나중에 들러붙지 않더라는) 조림국물은 계속 끓이면서 무를 익혀주면 되고 이때 한 국자 정도 국물을 따로 건져내 자글자글 구워지는 생선살에 뿌려주면 더욱 좋다. 15분~20분 정도면 생선껍질이 바삭하게 익어질 정도로 익으니 꺼내서 접시에 담고 레몬을 취향대로 잘라 장식하면 그만. 파슬리를 생선 위에 뿌려도 좋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살점은 젓가락질을 즐겁게 하고 포실한 살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따라 올라오는 생강향은 고급 일식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엔 청주나 사케, 화이트와인이 벗이다. 생선 한 면은 그렇게 살을 발라먹은 뒤 생선을 뒤집기 전에 먼저 작은 종지그릇에 조림국물을 한 국자 떠넣는다. 그리고 레몬 한 조각 짜넣고 파슬리, 혹은 고수를 살짝 다져 넣어 젓가락으로 휙 섞어주면 맛의 여정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생선 한 점 떠서 이 소스에 적셔 먹으면 또 다른 마력을 느낄 수 있으니.. 허허 술 더 사와야겠네.

저 가운데 초점맞은 곳이 애간장을 태운다.


김을 넣은 계란말이.


무 조림. 앞에 보이는 흰 채소는 이탈리아에서 생선요리에 종종 곁들어 먹는 것으로 이름은 모르겠고 맛은 쓴데 무와 양파로 달달해진 국물이 저놈으로 인해 다시 써졌다. 허나 그것대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리식 김치, 양배추 무침


밥짓는 실력은 이제 고수. 쫀쫀하다.


 이탈리아에서 즐기는 소박한 가정식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