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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25 쁘레쩨몰로와 일상
한국 Korea 160409~2012. 9. 25. 20:39

블로그를 재개한다. 

이래저래 바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는 마당에 

사진찍고 편집하고 글도 쓰고 하는 것이 쉽진 않으나

시간이 지나고보면 소중한 기록들이기도 하니 좀 귀찮아도 써보련다.  


***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한 채소가 우리가게를 위기속으로

몰아넣었었다. 바로 아래가 그 주인공.



이름은 쁘레쩨몰로(Prezzemolo). 영어로는 이탈리아 파슬리(Italy pasley)고

우리나라에선 '향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서양요리에서 흔히 부르는 파슬리가 바로 이거다.

이거 말고 과일안주의 장식으로 나오는 파슬리는 컬리(Curly)파슬리로 

요리재료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듯.




이파리만 따서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칼로 잘게 썰어 다지면 

아주 향기로운 휘발유(?)냄새가 나는데 그 맛도 독특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채소다. 

그 개성이 얼핏 고수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풍미는 고수보다 부드럽고 지배적이지 않다. 




여름엔 가격이 안정되다 못해 가끔 폭락지경까지 가기도 하건만

이번 여름엔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쳇말로 '개폭등'을 한 것.

일례로 2kg 한 박스에 10,000원 안팍에 구입하던 것이

150,000원으로 가격이 뛴 것이다. 

여름휴가로 울릉도를 룰루랄라 다녀온 뒤 영업재개를 위해 가락동을 찾았더니

그 사이에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락동 상인에게 이유를 알아봤더니 서울 인근에서 재배하는 몇몇 농가가

채산이 안맞는다며 밭을 갈아엎었고 결국 공급이 줄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란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피하고 싶은 지뢰 하나가 이런 경우인데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


요즘에 배추가격이 폭등해 한식당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식당 주인들이 여건만 된다면 인근에 자기 밭을 갖고

직접 재배해 썼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어디까지나 꿈..


 


그저 할 수 있는 건 스치로폼 박스 버리지 않고 거기에 흙담아 고추나 심심풀이 상추 심는정도.

아무튼 우린 150,000원이라는 충격에 한동안 패닉에 빠져있다가 정신을 수습한 뒤

서둘러 쁘레쩨몰로를 심었다. 

예전에 이태리를 떠나면서 바질, 루꼴라, 쁘레쩨몰로. 세 가지 씨를 

사가지고 들어왔었고 그간 한켠에 잘 보관해오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15만원짜리 싹이 패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양에서 보면 부족한 양이겠지만 

턱없을 정도는 아닐 듯. 암튼 기대를 갖고 잘 경작해보련다. 

비록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어서어서 자라거라.


(요즘들어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으나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와우북페스티벌에서 구입한 만화책.

식객같은 드라마 요소는 거의 없고 그저 때가 돼 배고픈 주인공이

우연히 사먹게되는 식당음식의 경험과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째 영 싱겁다 싶은데 오히려 그런 슴슴함이 좋은 평가를 받는 만화. 




매일 만들고 있는 식사빵. 

대개 이태리식당은 주문음식이 나오기 전에 

오일 등, 찍어먹을꺼리와 함께 빵을 내주지만 

우린 식사 나오기 바로 직전에 내거나 식사와 함께 나간다. 


식사 중간중간에, 또는 다 먹은 뒤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깨끗하게 발라 먹는 것이 우리가게 빵을 맛있게 즐기는 요령이라면 요령.

이태리는 물론이지만 다른 나라의 서양인들도 대개 그렇게 빵을 활용한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그들의 접시는 거짓말같이 깨끗해서 

주방으로 돌아온 빈접시를 보며 우리끼리 혀를 내두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양이 부족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어려서부터 그런 식습관 교육을 받아온 듯. 

참 잘 컸네.




동네 애들이 골목에서 시끄럽게 노는 모습이 참 오랫만이어서 한 장 찰칵.

쟤들도 저 순간 재밌겠지만 우리땐 더 재밌지 않았던가.

아그들아, 너희도 음식 함부로 남기지 말거라~




길이 3.6미터, 폭 30센치, 두께 30밀리의 아카시아 집성목.

그걸 3개로 잘라 2개는 목공본드로 붙이고 나머지 하나는 켜서 다리로 쓴다.

아는 사람에게 거실에 놓고 쓸 테이블 하나 만들어주겠다고 

지난 봄 무렵에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로 한 시간이 다 돼서

지난 금요일에 나무를 주문해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에 걸쳐 틈틈히 작업했다. 

손님없으면 주방에서 나와 톱질하고 주문들어오면 다시 들어가 팬질하고..




요즘 본드가 워낙 잘 나와서 무거운 두 판이 아주 단단하게 붙었다.

이음부위의 미세한 격차는 고운 사포로 열심이 갈아주면 표면도 매끄러워지고

더불어 격차도 줄어들어 원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공기는 건조해서 좋고 따가운 가을햇살은 파라솔이 막아주고

맥주 한 잔 마셔가며..




테이블의 수혜자 경순감독. 허락없이 올린다.

다리의 날렵함을 살리려고 구조재를 줄였더니 약간 불안한 느낌.

허나 무거운 것들 올리고 잦은 이동없이 사용하면 테이블은 과묵하게 오랫동안 자기 역할을 해낼테다.

낮에 문자받았는데 테이블 중심으로 이것저것 정리해 놓으니 서재 하나가 생긴 느낌이라 너무 좋다고. 

재료비만 받았다. 7만원. 아 싸다! 덕분에 난 즐거웠고 기술도 축적됐다.

모닝에 저거 밀어넣고 트렁크 열고 상수역에서 망원역까지 2정거장 운전.

합정사거리 대로를 지날 땐 좀 쪽팔리더라는..




연어 카르파쵸. 

비타민과 아마란스 어린잎으로 정상을 장식. 

저 어린잎들은 강원도의 한 농가에서 '부디 샘플 써보시고 

주문 좀 부탁드린다'며 보내온걸로, 다 쓰고 얼마 남지않은 거의 마지막 재료다. 

써보니 마무리 선수로 활용가치가 커 오늘 전화를 걸어 첫 주문을 넣었다. 

'싱싱하고 잘 생긴것들로 보내주세요' 


연어 카르파쵸에는 자몽이 들어가는데 올 여름 미국에서 자몽농사가 흉작이라

국내에 물량이 들어오려면 몇 달 걸릴꺼라고.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