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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7 몰타에서 성공할 음식 몇 가지

한국을 나와 있는 모든 한국인들은 늘 허기지다. 뜨끈한 국물에 밥 가득 말아넣고 묵은 김치 북북 찢어가며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입맛이 스프나 시리얼 따위에 치이다 보면 숟가락은 점점 무거워지고 살은 여위어간다. 그러니 한국인 몇 만 모이면 먹고 싶은 한국음식 이야기로 상다리가 부러져 나가곤 하는데 해외생활 해본 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경험일테다.

이곳 몰타에서 같은 한국인들과 가끔 술 마시는 와중에 성공할 메뉴가 무엇인지를 놓고 재미삼아 떠들곤 하는데 언급된 내용 가운데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메뉴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김밥. 흰 쌀밥 자체만으로도 건강으로 받아들이는 서구인들에게 형형색색의 채소로 무장된 김밥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아름답다. 거기에 건강과 맛까지 갖췄으니 인기 0순위가 아닐까? 여름으로 치달을수록 늘어만 가는 것은 관광객. 집에서 먹던 식습관을 이곳까지 와서 고집피울 이들은 많지 않을테다.

김밥은 특정 재료 하나를 부각시켜내기도 쉽고 그것이 또한 맛을 지배하기도 쉬워 입맛이 고급이 아닌 사람도 김밥의 매력에 금방 빠질 수 있다. 나름 생각해본 김밥의 필살기는 연어 김밥. 길게 썰은 훈제 연어를 통으로 올리고 채소를 무순 등으로 최소화해 깔끔함을 높인 것이 포인트. 

속재료를 좀 더 다양화하고 그 정보를 메뉴판에 재치있는 그림과 더불어 설명해 놓으면 입맛 까다롭고 괴팍한 서구인들, 특히 동양에서 온 낯선 식재료에 겁부터 집어먹는 이들에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음식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 몰타에서 처음으로 도전했던 김밥. 부족한 재료로 급하게 만들었던 탓에 맛도 형편없었다. 역시 단무지 빠지면 맛은 심각해진다. 특히 냉동고에 오랫동안 보관한 김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반드시 살짝 구어야한다.

두 번째 메뉴는 양념치킨. 몰타 제 1의 유흥가 파처빌은 매일 밤은 물론이지만 특히 주말 어느 순간에는 인구밀도가 지구 최고를 기록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술도 고프고 이성도 고프지만 배도 고프다. 이들이 가장 손쉽게 찾는 메뉴는 단연 피자로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먹고 앉아서 먹고 질질 흘리며 먹고 그런다. 이미 예닐곱 피자 집이 성업중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맛과 질이 모두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면 한 입 크기로 튀겨낸 닭강정을 달콤한 양념에 무쳐 땅콩가루 뿌린 뒤 종이컵에 긴 이쑤시개 하나 꽂아 판매하면 어떨까? 이건 아무리 비관적으로 생각해도 대박 예감이다. 살짝 매콤한듯 하면서 달콤하고 치킨의 바삭함과 땅콩의 고소함은 분명 치즈와 토마토 소스에 혹사당한 입맛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양념치킨은 분명 파처빌의 야식문화를 독점한 피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마력의 맛을 갖추고 있다.

높은 칼로리 앞에 주저할 입맛도 있겠지만 일단 파처빌에 왔다면 오늘 한 번 제대로 망가져 보겠다는 각오를 다진 사람일테니 이건 고민꺼리도 안된다.


 
>> 양념치킨의 가까운 사촌 깐풍기. 몰타에서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해먹은 인기 만점 요리다. 사실 깐풍기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메뉴지만 손이 좀 많이 간다는 한계가..

세 번째는 돈까스. 이게 거의 핵폭탄이다. 파처빌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학원가에는 언제나 굶주린 젊은 이들로 넘쳐난다. 거리에선 10대에서 20대의 혈기들이 웃통까지 까 제끼고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봐야 이들이 손에 쥐는 건 넙대대한 피자 한 조각이 전부. 우리가 보기에도 여간 안타까운게 아닌데 하물며 먼 곳으로 아들 딸 공부보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랴.

그래서 부모님의 마음으로 만든 음식, 돈까스^^. 한국에선 돈까스 하나로 빌딩을 세우지 않던가! 그 강력한 맛 한 방이면 파처빌의 길거리 외식계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지 않을까?

다만 한국과 달리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골고루 섭취하는 이곳이다 보니 돈까스의 주재료인 등심은 한국보다 다소 비싸다.(사실 한국의 돼지고기 등심가격이 터무니 없이 싼게 이상한게지..) 손바닥보다 조금 넉넉한 사이즈로 튀겨낸 돈까스를 큰 칼로 탕탕 내리쳐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일회용 종이접시에 올리고 각종 과일로 우려낸 수제 소스를 얹은 뒤 밥과 샐러드를 가니쉬로 곁들여주는 것으로 끝. 원하면 감자튀김을 곁들일 수도 있다.

굶주린 이들이 보는 앞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퍼포먼스, 특히 돈까스를 탕탕 내리치는 장면은 도네르 케밥을 썰어내는 모습을 지켜볼 때와 비슷한 식욕충동 효과가 있지 않을까? ㅋㅋ



>> 일본에서 맛봤던 돈까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판매하면 몰타에선 재미 못볼 듯. 소스는 훨씬 더 줄이고 상큼한 샐러드를 곁들인 모습을 상상해보시길.. 더불어 맛도..

혹시 해외에서 적은 자본으로 외식사업을 해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메뉴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곧바로 외국인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들이 열광하면 결국 현지인들도 따라오기 마련일테니. 그나저나 서울에서 종종 즐기던 분식집 열무냉면과 돈까스, 이 환상적 궁합을 다시 즐길 날은 언제일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