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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3 마지막 만찬 5
  2. 2008.04.14 요즘의 식생활-1 9
플랏메이트 효진이와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지난 토요일 몰타에 도착한 효진은 내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백지장 처럼 하얀 얼굴과 가냘프다 못해 꺽어질 것 같은 몸매의 소유자인 효진을 처음 봤을 때, 사실 너무 얌전하고 착하게만 살아온 청춘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됐었다.

물 먹듯이 맥주마시고 항상 와인을 반주로 즐기는 우리랑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너무 바른생활 청춘이면 함께 살기 불편해서 어떻하지?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어제 저녁 확인하게 되었다.
효진은 가녀린 외모와 달리 내진설계 공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축학도이며, 고기를 좋아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소주를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특이체질로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월요일 저녁 알리올리오 파스타를 먹으며 가볍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전공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노출콘크리트와 안도다다오를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까지 이어졌다. 쟁여둔 와인을 따고 남은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플랏메이트로서의 궁합이 제법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학원을 다녀온 후 그녀가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내일 귀국을 해야한다고.
원래 당뇨를 앓으셨던 할머니가 그녀가 출국할 무렵에는 비교적 건강하셔서 이렇게 갑자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지라 이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눈시울은 빨개져 있었다.

김군은 그녀가 한 번 먹어보고 반했다는 알리올리오를 정성껏 만들어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평소 먹던 와인의 두 배 가격인 남아프리카산 레드와인,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 그리고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효진을 위해 몰타에서 유명한 초콜릿 푸딩도 함께 준비했다.

우리는 자정이 되도록 여행과 요리, 그리고 그녀의 하동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효진은 김군이 극찬해 마지 않는 MBC의 '요리보고 세계보고'의 열성 팬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를 하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그녀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오면 꼭 하동에 놀러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니, 이렇게 수다라도 떨지 않는다면 혼자서 침대에 앉아 눈물바람을 했을 것 같다.

내일은 학원이 끝나면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함께 공항을 갈 예정이다.
3개월 간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몰타에 온 효진은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5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간다. 너무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진행된 오늘 하루, 어제 배운 영어 한 마디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That's life....

그러게 말이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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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다치즈나 에멘탈치즈 보다 유명세는 덜 하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edam cheese), 큰 덩어리를 썰어서 무게를 달아 사기도 한다. / 마늘과 올리브, 소금 후추 만으로 맛을 내는 담백한 알리올리오, 면은 약간 넙적하고 식감이 좋은 trenette를 사용. 평소랑 달리 서양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서 매콤한 향이 나게 해봤다. / 처음 마셔 본 남아프리카 와인. 포도는 pinotage와 cinsault로 역시 처음 마셔본 브랜드 kumala . 과일향이 나면서도 가볍지 않은 맛이랄까. / 거실에서 밤이 늦도록.../ 몰타의 유명한 디져트이자 간식 stuffer dessert latte. 처음 맛은 풀죽에 코코아 가루 섞은 느낌이었는데 효진은 맛있다며 3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 명함을 건네주자 글자의 비례가 좋다면 칭찬해주는 효진
Posted by dalgonaa

몰타가 지중해 한 가운데이긴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아직 달고나는 지중해 식생활 기행 프로젝트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슈퍼마켓을 들락 거리며 밥은 해먹고 있는 바, 요즘 우리의 식단의 주를 이루는 음식들 사진의 일부를 올린다.

먼저 좁고 납작한 파스타의 일종인 trenette와 이탈리아 브랜드인 barilla사의 bolognese 라구로 맛을 낸 볼로네즈 파스타. 로마에 있을 때 즐겨 마셨던 Nero D'avola Sicilia랑 같이 먹으면 제법 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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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파스타인데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맛을 낸 ali-olio. 이태리어로 알리는 마늘, 올리오는 올리브다.
마늘을 다지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다가 삶은 파스타를 섞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정말 조리과정은 무지하게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은 생각 외로 풍부하다. 이태리 남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이 맛에 완전 반했다. 지난 주말에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과 함께 한 번 먹어봤는 데 역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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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슬록이라는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블랙 올리브(왼쪽 위)는 한국에서 먹던 캔이나 병에 든 것보다 훨씬 짜다. 게다가 씨를 빼지 않아서 먹는 데 좀 불편하다. 하지만 올리브 그 자체도 신선하고 곁들여진 올리브 오일의 향이 좋아서 밑반찬으로 잘 먹고 있다.

아티쵸크(오른쪽 위) 위에 다진 참치를 얹은 절임 같은 반찬은 모험심을 가지고 한 번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나중에 아티초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왼쪽 아래의 해물들은 지중해식 젖갈이라고 해야할까? 조개 관자, 오징어, 홍합, 맛살 그리고 파프리카 같은 야채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피클 같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나는데 쫄깃한 해산물들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오른 쪽 아래 사진은 반찬을 산 가게의 모습. 보통 저렇게 놓고 원하는 만큼 담아 달라고 한 후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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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같은 마셜슬록에서 산 콩으로 만든 간식.
강양의 엄지 손톱 보다 큰 이 콩의 이름은 아주 단순하게 board bean, 즉 넙적 콩. 비닐 봉지 가득 담아 놓고 팔길래 어떻게 먹는 지 물어보니 그냥 삶아 먹으란다^^ 삶으면 완두콩 맛이 나서 간식으로 줏어 먹기 좋다. 좀 심심한 것 같아서 토마토소스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함께 넣고 요리해 봤다. 소시지와 함께 먹으니 시원한 맥주가 절로 땡기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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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반찬류.
두개의 병 중 왼쪽은 사우어크라우크. 잘게 채썬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독일에서는 우리의 김치 수준으로 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오른쪽은 시험 삼아 한 번 사본 피클.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주 재료로 새콤 달콤하게 절인 것인데 마치 고추를 넣은 것 처럼 살짝 매콤한 맛도 나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아주 좋다. 삶아 놓은 브로콜리와 함께 먹었더니 그대로 샐러드가 됐다. 가는 쌀국수를 차게 해서 곁들이면 훌륭한 콜드 샐러드가 될 것 같다. 다음에 시도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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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간단히 올리고...
혹시 우리가 국수 가닥이나 짜잘한 반찬만 먹고 살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올리는....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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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런 거 먹고 산다.ㅋ
Posted by dalgonaa